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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제정의 05월호 70호 특집 -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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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부산경실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4-06-02 16:13 조회4,5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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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과 우리 사회 안원하(부산대 교수, 부산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지난 3월 12일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 갑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혹은 집단적인 차 원에서, 대통령 탄핵은 당파를 가르는 표지가 되어 우리 사회를 양분시켜 놓았던 것이 사실입니 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이제는 탄핵이 더 이상 뜨거운 이슈는 아닌 듯합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하고 싶은 말은 할 만큼 한 모양이고, 헌법재판소도 공개변론은 모두 마치고 판결을 준 비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야 대통령 탄핵을 두고 글을 쓰는 이유는, 탄핵을 두고 불거져 나온 우리 사회의 의사 소통방식이 법률가로서 매우 염려스럽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처럼, 저도 물론 갖 고 있는 당파성이 이 글의 내용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입니다. 그러나, 한 차례 폭풍우가 지나가고 난 다음에 쓰는 글인 만큼, 오로지 법률가의 시각에서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염려스러운 것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민주주의, 특히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 해입니다. 선거권자 전체로 이루어진 선거인단이 국민의 대표(대통령, 국회의원 등)를 선출하고, 이렇게 선출된 국민의 대표가 책임을 지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곧 대의제 민주주의입니다. 그렇 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는 선거인단의 결정에 의해 선출된 것이지, 당선자를 지지한 선거권자가 선 출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선거의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면 당선자 개인에게 승복하지 않는 것 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선자 개인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한 결과를 거부하 는 것이고, 결국은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참정권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는 (대의제) 민 주주의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사실 탄핵소추안 의결은 헌법상의 탄핵제도가 예정한 사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선거로 당선된 대 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만이 극단적인 형태로 표현된 것으로 보입니다. 탄핵을 당해야 할 대통령이 사과한다고 탄핵하지 않을 양이면, 이 나라 헌법이 그 정도의 사정을 탄핵이라 는 중대한 결정의 사유로 정해놓고 있다는 말일 것입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것은 올해 3월 12일이었지만,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 다는 생각은 이미 오래 전에 드러났습니다. 당장 대통령 선거 다음날부터 전자개표 조작설이 제기 되어, 선거 5일 후 원내 제1당이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하는가 하면, 선거 후 불과 보름이 지나자, 원 내 제1당의 원내총무가 당의 공식회의에서 내각제 개헌론을 제기해 파문을 일으킵니다. 그 후에 도 원내 제1당의 국회의원, 주요 당직자, 심지어는 당대표까지 나서서, 대선에서 이긴 것은 사기 적 측면이 강하다는 둥,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둥, 불만을 표출하더니, 급기야는 공당 의 원내총무가 당의 공식회의 석상에서 “바보 국민이 대통령을 정말 잘못 뽑았다”고 말하는 것을 국민들이 듣고 있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탄핵 문제에만 한정해서 보더라도, 공당의 당직자가 대통령 탄핵을 처음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대통령 취임 후 불과 열흘이 지났을 때(대북 송금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 논란이 일었을 때)였습니다. 그 후에도 대통 령과 국회의 의견이 다르거나 혹은 다를 것 같을 때는 왕왕 탄핵을 입에 올리는 정치인들이 많았습 니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또 다른 측면은, 국민의 선거로 선출된 대표가 책임을 지고 국정을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대표가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대표로서의 권한을 가져야합니다. 권한은 없고 책 임만 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입니다. 그런데 사안별로 책임을 묻는다면 결국 국민이 사안별로 정책을 결정한다는 것이 되고, 이는 곧 결정의 권한은 없고 책임만 지는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그 렇기 때문에 우리는 대통령이건 국회의원이건, 사안별로 국민의 대표를 뽑지 않고, 임기를 보장해 서 대표를 선출하는 것입니다. 선거로 뽑은 대표를 보장된 임기 이전에 물러나게 하면 대의제 민주 주의의 토대를 약화시키게 되기 때문에, 극히 예외적이고 극히 중대한 사유가 없으면 당초에 약속 된 임기를 보장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내가 싫어하는 당선자가 물러나는 것이 후련할 수도 있습 니다. 그러나, 다음 선거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당선된다는 보장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내 가 좋아하는 사람이 물러난 사람의 자리를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이제 아무도 그 사람의 임기를 보 장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근에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가 논의되고 있는 현실도 매우 염려가 됩니다. 저의 첫 번째 염려가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에 대한 것이라면, 두 번째 걱정은 우리 사회 의 분쟁해결방식에 대한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제 제17대 국회에서는 싸우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찬찬히 생각해 봅시다. 불행하게도 정치인들은 싸우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입니 다. 주먹질을 하고, 구두를 벗어 던지면서 싸우면 곤란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싸우지 말 라고 주문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엇이 국가와 국민의 장래를 위해 옳은 정책인 지, 여러 정파가 서로 경쟁(싸움)하면서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것은 대단히 정상적인 정치과정이 라고 봅니다. 따라서 무조건 싸우지 말라고 요구하거나, 무조건 싸우지 말자고 약속하는 것은 분쟁 을 온당하게 해결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반면에, 싸움의 당사자들은 분쟁을 가능한 한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당사자들끼리 싸워서 해결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우리 사회도 많은 부분에서 당사자들끼리 해결해야 하고, 또 당사자들끼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냉큼 법률가에게 달려가는 폐단이 나타나고 있습 니다. 아파트 아래층이나 위층에서 시끄럽게 한다면, 찾아가서 정중하게 조용히 해 달라고 요구해 야 합니다. 그런 자주적인 해결의 노력을 생략하고 관리사무소나 파출소에 전화부터 한다면 온당 한 이웃의 태도가 아닙니다. 저는 현 대통령 취임 후 1년의 정치과정을 보면서, 그리고 탄핵소추안 이 의결되는 과정을 보면서, 정치인들이 자기들의 숙제를 헌법재판소에 떠넘기고 있는 것 같아서 몹시 씁쓸합니다. 원내 다수 정파와 행정부를 차지한 정파가 견해를 달리한다면 한편으로는 싸우 고 한편으로는 대화하면서 타협을 이끌어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정치인들이 풀어야 할 숙 제이지 법률가들이 재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말하자면 정치문제라는 것입니다. 저의 세 번째 염려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형식법학의 망령입니다. 법조문을 거두절미하고 그 조문 하나만 떼어다가 문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형식법학입니다. 건축 자재를 마당에 쌓아놓 은 것이 곧 건물인 것은 아닌 것처럼, 법은 법조문을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체계입니다. 그 렇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법률가나 비법률가나 형식법학의 망령에 붙잡혀 있는 것 같아서 몹시 안 타깝습니다. 물론 그 책임은 법률가들에게 있을 것이고, 보다 근원적인 책임은 저처럼 법률가를 양 성하는 법학교수들에게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들고 있는 탄핵사유 중 그나마 법률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하는 것은, 대통령 이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선거법”이라고 함)을 위반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선거법은 대 통령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히 규정하고 있습니다(제60조). 그리고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선거운동을 한 경우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55조). 그러나 선거법 제 9조가 규정하고 있는 선거에서 중립의무를 지켜야 할 공무원에 대통령이 포함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선거법 제9조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라고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 입니다. 그리고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선거운동을 한 경우와는 달리, 선거법 제9조를 위반 하더라도 처벌할 조항은 없습니다. 그런데 중앙선관위는 대통령이 “(사전)선거운동을 한 것은 아 니지만, 선거법 제9조는 위반했다”는 취지의 결정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대통령 도 정당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정당법 제6조의 규정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즉, 선거에 관여하는 정 도는 큰 것부터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 선거운동, (2) 정당가입, (3) 선거의 중립의무위 반. 대통령이 선거운동은 할 수 없지만 정당에 가입할 수는 있다면, 정당가입보다 정도가 약한 중 립의무위반은 할 수 있는 공무원이라고 보는 것이 온당한 해석일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중앙선관 위의 해석도 납득하기 어렵고,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도 지지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선거법 제9 조만 떼어내다가 국어사전 들고 해석하기 시작한다면 온당한 태도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이번 탄핵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와 서투른 분쟁해결방식, 그리고 형식법학의 망령은 오래 동안 우리 곁에 머물러 있을 것 같아 우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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