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제정의 06월호 71호 -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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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산경실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4-08-27 16:06 조회4,489회 댓글0건본문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마치며
윤지환 부장
Ⅰ. 미래를 향한 기대, 그러나 현실은...
부산 고속버스터미널 노포동 이전문제와 관련한 이른바 동성게이트 사건은, 공교롭게 4?15총선
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의 지역정계 개편정략이라는 주장과 만성적 관료사회의 비리척결이라는
주장의 대립 속에 수사가 진행되다가 안상영 전 시장의 자살이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지
면서 명쾌한 결론 없이 역사 속에 묻혀버렸다. 더구나 현직 시장의 자살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탄핵
정국과 총선결과에 대한 다양한 해석 속에 실체적 진실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시민에게 제공되지
않은 채,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총선이 끝난 지 불과 한달여 만에 진행되는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의미성은 남
다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이번 보선을 통해 동성게이트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모든 시민들에
게 완전하게 알려져야 했고, 나아가 고착화된 지역관료사회의 비리구조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APEC 개최를 포함한 산적한 지역현안사업의 무리
없는 집행 등 보선을 통해 당선되는 시장의 임무는 그 어느 때보다 막중했다.
그러나 보선을 끝낸 우리들의 마음은 어떤가? 현직 부시장들의 경쟁이라는 구도임에도 그 어느
후보도 안상영 전 시장의 자살사건에 명쾌한 언급이 없었고, 오히려 그것을 빌미로 서거중반 이후
에는 상호비방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아야 했다. 그 누구보다 부산시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부시
장 출신 후보들은 참신한 공약과 정책으로 승부하기보다는 중앙정치의 논리에 벗어나지 못했고 단
순히 국비를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식의 식상한 공약만을 남발했다. 보선결과 한나라당 허남식 후
보가 당선되었지만 승패를 떠나 부산시민이라면 누구나 입맛이 씁쓸했으리라. 과연 부산시민들은
이번 보선을 통해 자신들을 위해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과제로 남겼는가?
Ⅱ. 보궐선거가 남긴 문제들
앞서 언급했지만 4곳의 광역단체장을 뽑는 6?5재보선 지역 중에서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유난히
돋보였던 이유 중의 하나는 2명의 현직 부시장의 경쟁구도로 치러졌다는 점에 있다. 그 어느 부산
시장선거 때보다도 부산이 안고 있는 문제와 해결방법을 실무에서 느끼고 경험해왔을 2명의 부시
장 출신 후보자들. 때문에 부산시민은 중단 없는 시정운영에 큰 기대를 걸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보선의 장은 생산적 정책대결의 장으로 승화하기에 애초부터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
었다. 무엇보다 보선의 직접적 원인이 안상영 전 시장의 자살이라는 극단적 사건에 기인한다는 점
과 총선 이후 여야 역학구도 재편에 전초기지로서 부산이 자리매김 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요인이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에 관해 시민들에게 입장정리를 해야했
고 그것은 바로 후보자 판단에 중요기준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후보자들의 입장표명
은 기대이하의 수준이었다.
일단 당선자 허남식 후보, 이광태씨로부터의 식대대납 등 직접수뢰 의혹에 대해 그는 일관되게 검
찰의 불입건 처분을 통해 법적 하자가 없음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허남식 당선자가 故 안
시장의 직접임명에 의해 선출되어 누구보다도 안시장의 행보를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과 1,980만원에 이르는 금액에 대해 직접적인 해명이 없었다는 점은 분명 그에게 있어 아킬러스
건 이었다. 검찰의 한 관계자가 밝혔듯이 허남식 당선자의 1,980만원 수뢰의혹이 설혹 경미하다 해
도 법적 책임과 도덕적 책임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측인 오거돈 후보에게 이러한 사실이 상대적인 도덕적 우월성을 나타내는 지
표가 될 순 없었다. 오거돈 후보가 주장했던 것처럼 기관통보공문(사실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
음)에 의해 허남식 당선자의 비리의혹이 밝혀졌다면 기관통보공문의 최종결재권자가 오후보 본인
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그의 말처럼 진정 깨끗한 후보가 자신이었다면 당시 허남식 부시장
의 사퇴여부와 관계없이 법령에서 규정된 징계절차에 따른 사건의 처리가 전제되었어야 했다. 무
엇보다 시장권한대행시절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검찰청을 방문 관련 공무원의 선처와 신속한 마무
리를 부탁했다는 사실은 그의 지위에서 볼 때, 일종의 월권행위로 보일 수 있으며 오후보가 직접
관여한 비리사건이 없다 할지라도 실타래처럼 얽힌 관료사회의 비리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난 인물
이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두 후보 모두 이번 보선에서 시정을 집행하는 관료와 관련 이해집단간의 비리와 유착의 고
리를 끊어내는 계기를 마련하는데는 실패했다. 깨끗한 권력구조에 대한 전 국민적, 시대적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너무나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비리와 유착이 시
역내 모든 경제관련 집단들에게 그릇된 행동양식을 유도하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
서 당선자건, 낙선자건 제기된 의혹에 관해 반드시 추가해명이 필요하고 특히 허남식 당선자의 경
우 비리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끊어낼 수 있는 시스템적 처방을 시급히 시민들에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선거전 중반이후 불거진 수뢰의혹에 대한 후보자 상호간의 비방전은 그것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보선에 대한 무관심을 부채질했다. APEC 개최, 장기미집행사업 처리여부, 줄어들고 있는 외자유
치 문제 등 지역의 발전과 시민의 실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안사업들에 대해 두
후보자는 얼마나 진지한 정책대결을 펼쳤는가? 힘있는 여당후보론과 견제세력으로서의 여당지지
론 속에 부산의 현안과 시민의 바램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Ⅲ. 포기할 수 없는 풀뿌리 민주주의
기실 선거전에서 드러난 이러한 제 문제는 종국적으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선거참여 속에 활성화
된 토론과 완전한 정보공개, 그리고 높은 투표율로서 명확한 승패가 가려져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
제이다. 그러나 이번 보선결과 부산시의 투표율은 33%!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수치이다. 정치의 수
준은 유권자의 수준을 대변한다는 말이 있듯이 이번 보선에서 드러난 각종 문제는 어쩌면 부산시
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근본적으로 잉태된 것인지도 모른다. 민주적 정당성 논란을
떠나 허남식 신임 부산시장의 잔여임기가 2년여에 불과하지만 이런 낮은 투표율을 가지고 정말 실
질적인 시정운영에 가능한지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우리가 신임 부산시장의 시정운영에 대해 방관자적 입장에 서 있을 순 없다. 부산시의 주
인은 시장이 아닌 시민이라는 사실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지방화, 분
권화에 부산이 뒤쳐지지 않고 지방자치가 발전하는 선도적 도시로 우뚝 서기 위해 앞으로의 2년이
라는 시간은 너무나 중요하다. 다행히 선거당일 전 두 후보가 당선여부에 관계없이 발전적 시정운
영과 시민화합에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점에서 일말의 희망이 엿보인다.
지방자치는 참여를 기본골격으로 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전형이다. 민선4기 신임시장이 지역의
발전은 물론 깨끗한 부산과 민주주의 일진보에 나름의 족적을 남기길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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