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응기금,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고 시민의 삶을 바꾸는 데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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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26-10-27 11:36:15
<전국 경실련 공동성명>
미래대응기금,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고
시민의 삶을 바꾸는 데 써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기업의 투자와 노동자의 노력에 더하여 국민의 세금과 공공 연구개발, 교육, 전력·용수 기반 지원에 힘입어 성장해 왔다. 그 성과가 일부 기업과 주주, 특정 산업 종사자에게 쏠리지 않도록 사회적 환류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경실련은 반도체 분야의 특별 세액공제·감면을 영구 폐지하고, 대규모 법인소득에 대한 상위 과세구간을 신설할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확보한 재원과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세수를 어떻게 쓸 것인지가 다음 과제다.
추가세수의 활용은 미래세대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책임에서 출발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늘어난 세입에 기대어 항구적 지출을 확대하면 호황이 끝난 뒤 청년과 다음 세대에게 부담을 남길 수 있다. 정부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법정 몫과 정산분을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추가세수 가운데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 배분할 규모와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의 규모와 사용계획은 이러한 배분을 마친 뒤 남는 재원에 맞추어 정해야 한다. 아울러 채무 상환과 기금 투자의 효과를 각각 검토하고, 그 판단 근거를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은 시민의 삶을 안정시키고 산업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을 줄이는 데 우선 써야 한다. 미래세대에게 남겨야 할 것은 건전한 재정과 더불어 건강하게 생활하고 배우며 일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이다. 의료·돌봄과 노동전환, 지역의 생활·산업 기반을 미래투자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이미 다른 예산과 정책금융으로 지원하는 대기업 사업에 재원을 중복 투입하는 일은 엄격히 제한하고, 여러 주체가 장기간에 걸쳐 편익을 공유할 수 있는 사업을 앞세워야 한다.
먼저 지역 공공의료와 통합돌봄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주민이 지역에서 필요한 진료를 받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익숙한 생활공간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요양·생활지원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시설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할 인력과 운영체계를 함께 갖추어야 한다.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지 않았거나 해당 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시민도 성장의 성과를 누릴 수 있어야 하며, 취업 여부나 생산 기여를 생활지원의 조건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사업의 성과는 시설 수나 집행액보다 비용과 대기시간, 이동 거리 등 이용상의 제약이 실제로 얼마나 줄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다음으로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불안과 노동시장 격차에 대응해야 한다. 하청·협력업체와 중소·영세기업 노동자, 비정규직·플랫폼 노동자,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 교육과 직업훈련은 유급 일경험과 채용으로 연결하고, 전직 과정에서 생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한시적 소득지원과 결합해야 한다. 기업이 전환 비용을 노동자에게 떠넘기지 못하도록 고용유지와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해야 한다. 원청이 부담해야 할 성과 공유와 상생의 책임을 기금이 대신 떠안아서는 안 된다.
나아가 지역과 중소기업이 역량을 축적할 공동기반에도 투자해야 한다. 공동 연구·시험시설과 전문인력 양성, 에너지와 생활 기반을 연결하여 기업과 노동자가 지역에 정착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개별 기업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고용과 공정한 거래, 지역 기여 등 사회적 조건을 명확히 하고 그 이행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공공 출자와 연구개발 지원에는 그 성격과 기여에 상응하는 수익권과 연구성과 이용 조건을 설정하여, 공공의 지원으로 쌓은 자산과 지식의 편익이 사회에 남도록 해야 한다.
한편 기금의 조성과 운용은 지방재정의 안정성과 자율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지방정부가 재량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을 줄인 뒤 중앙정부가 정한 사업에 참여하게 하는 방식은 지역의 권한을 잠식할 수 있다. 기금에 지방계정을 둔다는 이유로 지방교부세와 교육재정의 감소를 정당화해서도 안 된다. 지역의 의료·돌봄·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방정부와 교육 주체가 필요한 사업을 결정할 실질적 권한도 보장해야 한다. 지역에 배분하는 금액뿐 아니라 그 재원을 누가 결정하고 쓸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기금과 일반 예산의 역할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기금은 공공 기반 확충과 한시적 전환 지원에 쓰고, 이후에도 계속 필요한 인력·운영비와 상시 서비스는 안정적인 일반 재원으로 책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사업 착수 단계부터 총사업비와 향후 재정부담, 운영재원 확보계획을 함께 심사해야 한다. 기존 사업을 기금으로 옮겨 신규 투자인 양 포장하거나, 기금을 소진한 뒤 서비스를 중단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채무 상환 이후에도 세수 변동에 대비한 적립·인출 기준을 마련하여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현재 정부가 발의한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안, 국가재정법 개정안 등의 입법은 경실련이 제시한 미래대응기금의 재원, 용도, 운용 등에 대한 숙의를 거쳐 실효성을 갖춘 후 실행해야 한다.
끝으로 기금의 우선순위와 사용 방향을 정하는 과정에 노동자와 지역, 시민사회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이때 하청·취약 노동자와 돌봄 이용자처럼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당사자의 요구를 우선 반영해야 한다. 국회는 기금의 조성과 배분, 계획 변경을 충실히 심의하고, 정부는 사업별 지원 대상과 집행 결과, 사회적 성과를 공개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은 채무를 상환하고 남은 소중한 재원을 책임 있게 운용하여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 다음 세대가 감당할 불평등과 불안을 줄이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2026년 10월 2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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