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구입불편 해소방안 관련 복지부 공식발표에 대한 경실련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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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산경실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1-06-04 09:21 조회7,616회 댓글0건본문
상비약 약국 외 판매 관련 빈껍데기만 제시하고 국민요구 무시하는 복지부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복지부는 오늘 국민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 방안으로 ‘의약품 재분류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6월에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현행 의약품 분류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약사회가 특수장소지정확대방안을 수용하지 않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고 당번약국을 활성화하겠다는 약사회 자체 방안에 대해 실효성 있는 이행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복지부가 심야약국시범사업결과가 저조하여 특수장소지정확대방안을 검토하였다고 고백하고도 실효성 없는 ‘약사회의 당번약국활성화 방안’을 보안할 대안이나 근본대책 제시 없이 그저 약사회 눈치 보기에 급급하여 빈껍데기에 불과한 내용으로 상비약 약국 외 판매와 관련한 공식발표를 한 것은 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국민 불편 해소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포기각서에 다름 아니다.
경실련은 약사회를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요구하고 10년 넘도록 국민적 요구가 지속돼 오면서 지난 4월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하겠다고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하고 5월에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약속한 이후의 공식 발표임에도 논평할 가치조차 없는 내용으로 발표한 것은 복지부가 국민을 얕보고 무시하거나 약사회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한 나머지 국민을 위한 보건복지 주무부서가 아니라 ‘약사 복지부’ 임을 자임한 것이라는 점에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현행 의약품 재분류시스템이 거의 작동되지 않고 의약분업시행 당시인 10년 전 의약품분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의약외품이라는 분류체계를 그대로 두고 이들 간의 분류 조정 등을 논의하겠다는 것은 ‘의약품 재분류 논의’를 이제부터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의약품 재분류와 관련하여 상비약 수준의 품목이나 약국외 판매라는 기본 방침에 대한 최소한의 언급, 방향제시도 없이 의약분업시행 당시 의약품분류 관련 문제제기가 된 쟁점처방의 문제조차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채 10년전 의약품 분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는 사실상 그 결과를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 또 현행법상 의약외품의 경우는 의약품이 아닌 물품으로 구취제, 탈모방지, 반창고류, 금연보조제, 자양강장제 등으로 감기약, 소화제, 해열진통제와 같이 약국 외 판매를 요구하는 상비약은 의약외품으로 분류될 수 없다. 결국 이는 복지부가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안일한 태도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동안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에서 의약품 재평가를 통해 분류 자체를 전환하는 논의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청권자 제기에 의한 중앙약심 의약품분류 소분과위원회에서 논의된 것도 그나마 제한적으로 정부 요청에 의해 이뤄지거나 업소에 의해 제기된 정도이다. 중앙약심 의약품분류 소분과위원회에 의사 약사가 동수로 참여하고 있어 논의가 거의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자 지난해 연말 재분류 신청권자에 소비자단체 등을 포함시키고 중립적 인사 2인을 늘려놓았을 뿐이다. 결국 의약품재분류가 성사되려면 복지부 의지가 중요한 것임에도 복지부가 이번 공식발표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할 시점에서 아무런 토대도 없고 역할도 못해온 ‘중앙약심에서의 논의’를 운운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복지부의 무책임함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비겁하기까지 하다. 상비약 약국 외 판매와 관련한 정부 방안을 기다려온 국민의 입장에서 어처구니없고 황당하다.
또한 의약품 재분류를 통해 안전성이 확인된 전문의약품을 일반약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은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약사의 지도가 필요하지 않은 상비약 수준의 간단한 일반약의 경우는 약국이 아닌 곳에서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와 약사회가 안전성이 확인된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은 찬성하면서 안전성이 확인된 일부 일반약의 약국밖의 판매가 가능한 품목으로 전환을 반대하는 것은 직역이기주의에 외에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또 복지부가 상비약 보관함을 단계적으로 보급할 것이라고 하면서 안전성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통상적으로 90%의 가정에서 구비해 두고 있는 가정상비약은 소비자 본인이 판단 하에 복용이 결정되는 약으로 가정에서 약사의 도움이 없이 복용하고 있는 약이다. 안전성의 논란 대상이 아닌 상비약의 품목을 복지부가 결정하고 이의 사후관리체계를 마련하면 되는 것이다. 오히려 가정 내에서 상비약을 오래 보관하고 있다가 유통기한이 지난 약을 복용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복지부가 ‘상비약 보관함’ 보급을 얘기하는 것은 약사회 논리를 그대로 취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약사회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당번약국 활성화’ 방안은 지난해 약사회가 심야시간대 운영약국 도입방안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하였으나 실제 전국 약국수의 0.3%에 불과한 숫자만이 운영되고 그 조차도 대도시, 유흥가에 집중되어 지역적 편차와 불균형이 심각하여 실효성 없는 방안임이 확인되었던 것과 하등 다르지 않다. 이는 2007년 ‘24시간 약국’ 이라는 이름하에 전국 확대가 시도되었던 것과도 유사하여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검증된 것을 다시 되풀이하는 것이다. 심야응급약국이 약사회의 궁여지책에 불과하였듯이 약사회의 5부제 시행 역시 지속가능하지 못하고 실효성 없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상비약 약국외 판매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지자 이를 막기 위해 급한 불만 끄고 보자는 식의 약사회 자구책으로는 상비약 약국외 판매요구와는 상관없으며 이의 근본대안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그동안 경실련은 가벼운 증상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상비약 수준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여 국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제고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 이는 일반의약품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 및 편의성과 자가치료의 사회적 인프라 구축을 위한 것으로 정부가 더 이상 상비약 수준의 약국 외 판매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복지부의 오늘의 발표는 상비약까지도 약국으로만 판매를 독점하겠다는 약사회의 주장에서 한 치도 벗어난 것이 없으며 약의 전문성과 안전성이라는 미명하에 국민 불안감을 조성하며 국민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것과 다르지 않고 국민이 요구하는 상비약 약국외 판매요구에 결코 부응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 경실련은 현 정부가 상비약 약국 외 판매의지가 없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를 하거나 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위한 최소한의 가시적인 조치를 내 놓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빈껍데기에 불과한 오늘의 복지부 방안으로는 ‘약사불평해소 방안’ 일수는 있어도 약 구입 관련 국민 불편해소를 위한 어떠한 기대도 할 수 없다. 정부가 상비약 약국 외 판매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요구받고 있는 현 시기에 부처 간의 핑퐁게임을 하듯 그 책임을 전가하고 변죽만 올리다 미봉책에도 미치지 못하는 방안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일을 더 이상 반복한다면 국민들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아울러 현 정부에 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위한 실효성 있고 책임 있는 대책마련을 다시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끝.
2011. 6. 3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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