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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래의 메타경제] 케인스와 하이에크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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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부산경실련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5-03-26 10:09 조회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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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래의 메타경제] 케인스와 하이에크 (2025.03.25.) / 김대래 부산경실련 고문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명예교수)

부산일보




시간이 지나면 이념의 지평도 변하기 마련이다. 이념이 정책으로 직접 나타나는 경제에서도 그런 흐름을 본다. 냉전이 지배하던 시절 경제학의 양극에는 마르크스(K. Marx)와 하이에크(F. Hayek)가 있었다. 마르크스가 사회주의 이념을 뒷받침했다면 하이에크는 시장경제의 강력한 옹호자였다. 계획경제는 반드시 자유를 희생하게 된다는 것이 하이에크의 굳은 신념이었다.

그 중간에 케인스(J. Keynes)가 있었는데, 그에 대한 평가는 이중적이었다. 케인스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진보는 케인스를 보수주의자로 몰아붙였다. 마땅히 더 심한 경제위기를 겪었어야 할 자본주의가 케인스의 처방에 의해 회생하고 순항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반면 시장주의자들은 케인스를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그러면서 진정한 케인스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 했다.

1989년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소련이 붕괴되면서 사회주의를 뒷받침했던 이론도 함께 타격을 입었다. 하이에크의 대극에 있던 마르크스의 영향력은 급격히 퇴조하였다. 그러면서 아주 이상하게도 진보에 의해 보수로 비판받았던 케인스가 진보의 자리에 서게 되었다. 이제 경제학에서 진보와 보수는 매우 단순하게 정리되었다. 정부의 개입을 옹호하면 진보이고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면 보수로 구분되었다.

불법 비상계엄 정국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우리가 미처 몰랐거나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속속들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과거의 지배적인 언론을 대신하여 다양한 정보유통 채널들이 더 힘을 얻으면서 얼마나 많은 가짜뉴스와 혐오가 만들어지고 증폭되는지 적나라하게 알게 되었다.

그와 함께 아주 놀라웠던 것은 그동안 진행되어온 우리사회의 이념적 지평의 이동이다. 비상 정국의 대치 속에서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은 대부분 극우의 논리와 행동양식을 보여주었다. 합리적 보수를 대신하여 극단적인 주장과 선동이 보수의 집회를 이끌어가는 핵심동력이 되고 있다.

극우로 이동한 보수의 비어있는 공간으로 진보로 불려 왔던 더불어민주당이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실용노선을 강조하고 민생행보를 하고 기업인을 만나는 것은 그러한 움직임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실 별로 놀라운 것은 아니다. 원래부터 크게 진보적이지 않았던 더불어민주당이기에 큰 변신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념적 지평의 변화는 국민들의 생각에 조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보수의 흐름이 강화되고 극우의 논리들이 득세하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다만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갈등이 다르기 때문에 이념적 스펙트럼과 강도만 조금씩 다를 뿐이다. 그렇지만 보수와 극우의 논리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술의 변화와 함께 기존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노동의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많은 이주 노동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나라들에서 예외없이 나타나는 것은 없어진 일자리에 대한 불만이 이주 노동자로 향하고 있는 혐오이다. 혐오는 항상 사회적 약자에게로 향하는데, 그 대상자가 이주 노동자들인 것이다.

한국에서는 중국 국적의 조선족이 이주 노동자를 대체하면서 중국 혐오가 자라왔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이주 노동자가 적었던 한국에서는 혐오의 많은 부분이 오랫동안 사회적 약자의 지위에 있었던 여성으로 향했다. 여기서 기인한 젠더갈등은 세계 최저의 저출산을 가져온 핵심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혐오에 기반을 둔 이 같은 갈등에서 우리 사회를 지킬 방법은 무엇인지 진심으로 걱정하게 된다.

다시 케인스와 하이에크로 돌아와 보자. 실업급여가 노동자와 실업자의 상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경제학자들은 논의를 하고 있다. 좀 극단적인 비유를 해보자. 기술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는 실업급여를 주고 교육을 받게 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면 그것은 케인스의 입장이다. 반면 시장에 맡겨 일을 하여 돈을 벌게 만들어야 한다면 그것은 하이에크의 주장에 가깝다.

모두가 보수로 이동하면 향후 케인스보다는 하이에크의 주장이 더 득세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인천공항 공사 비정규직 사태가 던진 충격적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려 했던 정부의 선의의 시도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하였다.

정규직이 될 줄 알았다면 자신도 비정규직에 미리 응시했을 것이라는 주장에서 극단적인 시장주의적인 편향을 읽는다. 국민들의 가치와 생각에 정치가 따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지나친 하이에크의 득세는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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