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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래의 메타경제] 지역경제론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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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부산경실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7-19 11:21 조회3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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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3071818042582239 


통계를 이용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법은 ‘평균’을 구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개념이다. 반면 경제학적 분석에서는 ‘한계’라는 개념을 더 자주 사용한다. 어떤 수치가 증가하는가 아니면 감소하는가에 주목하는 것인데, 한계의 관점에서 보면 변화의 추이를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더하여 ‘한계’라는 개념이 경제학에서 더 주목되어 온 것은 당장은 불균형 상태에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균형으로 수렴하게 하는 원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역 경제로 시야를 좁혀 보자. 기업들은 이익을 더 많이 낼 수 있는 유리한 곳부터 투자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투자가 한 지역에서 계속 이루어지다 보면 초반의 유리함은 자꾸 없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결과 어느 시점에는 이제까지 투자에서 소외되어 있었던 다른 지역에 투자하는 것과 효율에서 큰 차이가 없게 되고, 결국 기업들은 낙후 지역에도 투자를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장기적으로는 어느 지역에서나 궁극적으로 투자의 효율이 같아지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전국적으로 투자가 확산한다는 것이 지역경제론의 시사이다. 

물론 한계의 시각에서 효율이 같아지기까지 이미 만들어진 기존 투자액의 격차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후 지역도 언젠가는 투자 기회가 오게 되어 있다는 지역경제학적 결론은 낙후 지역에도 일말의 희망을 갖게 하는 논거로 인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의 시사도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가속적으로 진전되어 온 수도권 집중에서 보듯이 모든 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경향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분명 수도권으로의 집중으로 인해 수도권에서는 투자효율이 계속 낮아져 왔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여전히 수도권으로만 더 몰려들고 있다. 

지역경제학의 소극적인 희망조차 제대로 나타나지 못했던 것은 투자효율이 낮아지는 시그널이 나타나면 바로 정부가 강력하게 개입하여 효율을 반등시켜 왔기 때문이었다. 수도권 광역전철과 고속도로 그리고 수많은 신도시 건설이 그러한 낮아진 효율에 대한 대표적인 대응책이었다. 돌이켜 보자. 수도권으로 투자가 집중되면서 수도권의 땅값과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가. 

또 공장과 사람의 집중으로 교통이 복잡해지고 치안과 공해 등의 해결을 위한 공공 수요도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이런 것들은 모두 당연히 수도권에서의 투자효율을 떨어뜨리게 되는데 그러면 정부는 끊임없이 특별 정책 수단을 가동하여 낮아지는 효율을 높이려고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대응해 왔다. 

지역발전의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각종 균형발전 시책과 지방분권 과제를 추진할 지방시대위원회가 10일 공식 출범했다. 출범에 1년을 소모한 지방시대위원회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공공기관의 2차 이전을 주된 의제로 다룰 것을 예고한 점에서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전 정부들의 균형발전위원회보다는 나아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균형발전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균형발전에 대한 최소한의 접근 기준을 어디에 둘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지역마다 이미 출발이 다르고 또 도달한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각 지역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인지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또 이미 너무 비대화된 수도권에 투입되던 재원을 지역으로 돌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균형발전에 접근하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투자의 효율이 떨어지면 시장은 시그널을 보낸다. 그럴 때 지역에서 오는 시그널에 우선순위를 두고 좀 더 집중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수도권에서의 시그널에 우선하여 정책을 펴는 바람에 항상 지역은 수도권에 비해 투자의 효율이 낮은 상태로 유지되어 왔다. 바로 이것을 이제부터라도 뒤집어야 한다.

다시 지역경제론으로 돌아가 보자. 이론은 현실이 가는 방향을 나타내지만, 시장 밖에서 다른 힘이 지속적으로 개입하면 이론이 가리키는 방향과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역경제론의 결론과 배치되는 우리의 경험은 이론의 배신이라기보다는 지속적인 수도권 중심의 정책을 펴 온 정부의 배신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것이다. 

힘들게 새로 출범한 지방시대위원회가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새로운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나아갔으면 좋겠다. 과거 정권들에서 방향 없이 표류하였던 균형발전위원회의 무기력함을 새롭게 출범한 지방시대위원회가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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