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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래의 메타경제] 공유지의 비극과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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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부산경실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8-17 17:55 조회7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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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2081618454906627



1992년 중국과 국교가 수립되고 나서 얼마 안 되어 중국 유학생들이 오기 시작하였다. 서로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던 시절, 초기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놀라는 것은 의외로 한국의 자연이었다. 산에 나무가 많아 어디나 푸르게 보이는 것에 매우 놀라워했는데, 게다가 나무가 많이 없는 중국에서 만든 나무젓가락이 한국으로 수입되고 있는데 또 한번 놀라워했다.


한국의 산이 푸르러진 것도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반세기 전만해도 민둥산이 도처에 있었다. 개항기 부산을 여행하는 서양인들의 여행기 첫머리는 바다에서 바라본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의 부산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한국전쟁 때 미군들이 찍은 부산의 사진들이 근년에 가끔 공개되고 있는데 역시 나무가 없어 황량하기는 마찬가지다.


땔감으로 나무를 쓰기 때문에 산림이 황폐화되었다고 흔히 얘기하지만 그것은 설명의 반쪽에 불과하다. 조선시대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농사를 짓는 경지는 소유권이 일찍부터 성장했지만 산림의 이용에는 대체로 관대하였다. 사유권의 성장이 느렸던 산림에는 예외 없이 ‘공유지의 비극’이 작용하였다. 내가 베어 가지 않으면 누군가 베어 갈 것이기에 다투어 쓰다 보니 한 그루도 남아 있지 않게 된 것이다.


요즘 세계에서도 인류의 서식지와 경작지가 늘어나면서 목축에 의존해 왔던 유목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초지가 줄어들면서 ‘공유지의 비극’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곧 풀이 없어질 것을 알면서도 서로 더 많은 가축 떼를 풀어놓으려 하는 바람에 아예 초지를 황폐화시켜 버리고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하여 목초지에 구획을 하고 일정 구역에 대한 관리권을 유목민들에 나누어 주었더니, 그 효과는 의외로 강력하게 나타났다. 자신이 받은 초지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가축 수를 줄여 초지와 가축의 안정적 관계가 회복될 수 있었다. 사적소유 개념의 도입으로 공유지의 비극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유재산권의 과도한 사용은 종종 공공의 이익에 반하기도 한다. 오늘날 도시 발전의 주요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재생을 돌아보자. 

정부가 많은 돈을 들여 도시재생을 위한 시설을 만들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공간으로 만들어 놓으면, 어김없이 카페나 상점들이 파고들어 온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가게들도 들어올 틈을 노린다.


이른바 과잉 상업화이다. 그래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불리는 과잉 상업화를 막는 것이 도시재생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어 버린 지 오래이다. 수많은 대안들이 오랫동안 강구되었는데, 빠지지 않고 아주 효율적인 방안으로 제시된 것 중의 하나는 정부가 적절한 자리에 ‘앵커’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다. 재생에 필요한 핵심 시설과 기능을 중요한 곳에 설치하는 것인데, 이것은 재생 지역에 활력을 주고 또 틈만 있으면 밀고 들어오려는 과잉 상업화를 저지하는 거점이 된다.


이러한 정책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기 위해서는 공공이 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많은 땅은 아니지만 필요한 곳에 적절한 크기의 공유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사유재산권의 보장 위에서 시장 기능이 경제 전체를 움직여 가는 것이 기본이지만, 시장과 사유재산권의 남용이 공공의 이익을 저해할 때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최소한의 공공용지는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놀고 있는 국가 땅을 팔겠다고 한다. 앞으로 5년간 16조 원 이상의 땅을 팔 것이라 하는데, 그동안 정부가 진 빚이 너무 늘어나 이것을 보충하는 데 쓸 것이라 한다. 미래세대의 조세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기 위한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러잖아도 얼마 없는 국공유지마저 팔아 버리겠다는 것은 너무 짧은 생각이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 규모나 정부의 부채 규모에 비추어 볼 때 16조 원은 매우 미미한 금액이다. 국공유지를 팔아도 재정수지 건전화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땅을 파는 것은 쉬워도 정말 필요해서 다시 사야 할 때는 훨씬 비싼 값에, 그것도 어렵게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팔지 않고 미래세대를 위해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 자리에 젊은 부부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만들거나 재생을 위한 예비지로 남겨 두는 것이 방법의 하나이다. 게다가 수도권을 휩쓸고 지나간 폭우피해를 보면서 주거 빈민의 위험과 안타까움을 다시 뼈저리게 느낀다. 주거의 공공성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공공이 보유한 땅이 있어야 시장의 횡포에 정부가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많지도 않은 국유지를 매각하겠다는 것은 칭찬받을 만한 정책이 아니다. 다른 곳에서 아껴서라도 공공의 목적을 위한 국공유지를 더 확보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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