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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하우스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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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부산경실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3-01-24 13:56 조회9,1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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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는 북항재개발 지역 내에 국제적 문화관광의 명소 및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서 역할을 하게 될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하겠다고 한다. 오페라하우스는 2007년 북항재개발 마스터플랜이 수립될 때부터 부각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부산 오페라하우스 국제지명초청 설계공모’에서 당선된 작품을 토대로 2012년 12월부터 2014년 4월까지 당선작의 실시설계를 진행한 후 2014년 5월부터 착공에 들어가 4년 후인 2018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오페라하우스의 건립이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07년 2월, 부산시민회관을 오페라하우스로 개축하려던 방침을 철회하고 새로운 부지로 북항재개발 지역을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지역사회 공헌 요구를 받아온 롯데그룹에서 허남식 부산시장의 오페라하우스 기부 요청을 수용하여 2008년 5월에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기부 약정’을 체결하였다. 이 때만해도 롯데그룹에서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하여 기부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최근 건립비용 1천억원을 기부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 부산사람과 부산문화와 괴리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모방품

 

 2011년 4월 부산시가 오페라하우스 국제아이디어공모전을 실시하면서 2천석 규모의 오페라전용극장과 1,300여석 규모의 다목적극장으로 연면적 6만㎡까지의 대형 오페라하우스로 건립방향이 전환되었다. 그리고 작년 국제지명초청 설계경기를 통해 예상 건립비용 2,400억 원, 1,800석의 오페라 전용극장을 포함한 연면적 48,182㎡규모의 노르웨이 스노헤타社의 작품으로 최종 선정되었다. 북항재개발 지역 내 해양문화지구 일원에 조성될 오페라하우스 건립사업은 부지매입비용 1천억원 등 약 5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리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부산시가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⑴부산의 국제적 위상정립과 도시경쟁력을 위한 문화적 상징 (2)천혜의 입지를 살린 국제적 문화관광 명소 (3)원도심과 북항재개발지역 랜드마크 (4)원도심 상권 활성화와 도시 균형 발전 등이다. 특히 북항이 재개발됨에 따라 국제크루즈터미널 및 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해 부산으로 들어오는 관문지역에 북항과 부산을 상징할 수 있는 랜드마크 역할과 터미널과 연계한 관광상품으로 손색없는 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오페라하우스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한 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는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되면 경제활성화 효과로 4조7,195억 원의 생산유발가치, 2조900억 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와 3만 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생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리고 연간 84억 원의 자체수입과 116억 원의 지출이 예상되므로 시비로 메울 적자는 연간 32억 원으로 재정자립도는 72.5%가 된다고 예상했다. 또한 오페라하우스의 비용편익(B/C)분석 1.02로 경제적 타당성의 기준인 1을 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건립과 운영에는 큰 문제점이 없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이다.

 

** 근거 부족한 오페라하우스의 비용편익분석, 믿기 어려워

 

 하지만 연구용역결과와 부산시의 입장과 다르게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비판이 적지 않다.   

 먼저, 북항재개발 지역에 오페라하우스가 꼭 들어와야 하는가이다. 부산 북항을 재개발하는 목적은 부산항의 기능을 위해 시민들과 괴리되어 있던 수변공간을 부산시민에게 되돌려 주자는 것이다. 이 지역에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됨으로써 얼마만큼 부산시민들에게 필요한 공간과 시설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지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북항재개발 계획은 2007년 마스터 플랜이 수립되기까지 두바이 모델과 시드니 모델이 서로 충돌하는 양상을 띄었다. 그런던 것이 소위 시드니 모델이 선택되면서, 아무런 고민도 없이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등장한 것이다. 시드니의 상징이라고 할 오페라하우스를 부산 북항에도 그대로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부산이 오페라와 무슨 연관이 있으며, 부산의 역사성과 지리성, 시민 정서를 고려할 때 오페라하우스 건립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 부산시민 대다수 관심 없고, 소수 상류층의 전용물이 될 오페라하우스

 

 상류층의 소수가 이용하게 될 오페라하우스를 위해 북항재개발 지역의 핵심 부지가 제공되는 것이 올바른지? 또한, 5천억원에 달하는 비용과 이후 운영경비를 부산시민의 혈세로 감당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따져 보아야 한다. 오페라 공연을 담당할 인적 물적 자원도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오페라하우스가 오페라 공연이 이루어지는 문화․예술의 전당이 아니라, 관광객들의 사진촬영 배경으로서의 역할만을 하게 된는 것이 얼마나 부산에 도움이 되겠는가?   

 두 번째로 북항재개발 지역 내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설 부지 확보의 문제이다.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설 지역은 북항재개발 지역 내에서도 해양문화지구 일원으로 대지면적은 28,427㎡이다.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설 부지는 정했지만 확보하지는 못한 상태이다. 2008년 오페라하우스 건립 사업에 착수한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 부지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한 상태로 밀어붙기만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지역은 북항재개발을 위한 매립지역으로 매립이 완료되면 소유권은 부산항만공사가(BPA)가 가지게 되고 매각에 대한 승인은 국토해양부에서 하게 된다. 매립이 끝나면 이 지역의 가치는 600억 ~ 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 오페라하우스 건립비용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부산시는 부지확보에 대한 무상매입을 전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소유권과 승인권을 가진 부산항만공사와 국토해양부는 무상으로 부지를 넘겨주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 부지 확보도 안 된 상태, 롯데그룹의 기부도 1천억원에 불과

 

 세 번째로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위한 비용 문제이다. 2008년 롯데그룹과 기부약정을 체결할 당시에는 롯데그룹에서 1,000억 원 규모로 건립하여 기부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었지만, 이후 국제아이디어공모와 현상설계경기를 통해 규모와 계획이 변경되면서 오페라하우스 건립 사업의 규모는 초기보다 배 이상 커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현금형식의 기부를 하겠다고 발표하고 이미 출연한 20억 원을 포함해 100억 원을 부산시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먼저 출연하고 나머지 900억 원에 대해서는 오페라하우스 착공 연도인 2014년부터 매년 300억 원씩 나누어 기부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부산시의 예상을 전적으로 믿는다고 하더라도 총 건립비용은 2,400억 원으로 롯데가 기부하기로 한 1,000억 원을 제외하면 부산시는 1,400억 원에 대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부산시는 1,400억 원에 대한 구체적 재원 확보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아직 정부와의 협의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비를 절반정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부산시민공원에 들어선 국립아트센터의 예비타당조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립아트센터의 건립이 확정된다면 1,700억 원의 국비지원을 통해 대규모 문화시설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 국비지원과 시민모금으로?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 건립비용으로 국비지원을 바라보고 있지만 국립아트센터의 건립이 확정되면 중복지원의 우려가 있어 국비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500억 원에 대한 재원은 시비와 시민모금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대한 시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부산의 실정에 오페라하우스의 건립은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자발적인 시민모금을 통해 재원을 확보한다는 것이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예전 ‘영화의 전당’ 건립 과정에서도 460억 원으로 책정되었던 건립비용이 점점 늘어나 최종적으로 1,624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 오페라하우스도 현재 2,400억 원의 건립비용을 책정하고 있지만 4년이라는 공사기간동안 얼마나 더 많은 예산이 추가적으로 들어갈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부지 확보를 위한 예산도 추가적으로 들 수 있기 때문에 2,400억 원이라는 비용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네 번째로 오페라하우스의 건립 이후의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이다. 막대한 재원을 들여 건립하는 오페라하우스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구체적 논의나 방안이 전혀 준비되어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일단은 짓고 보자는 식의 사업추진으로 인해 속 빈 상자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리고 문화계에서는 평균적으로 건립비용의 10%정도가 오페라하우스의 운영비용으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건립되더라도, 가동률 걱정에 운영경비 적자 불보듯 뻔해

 

 부산시의 공연장 가동률은 59.4%로 전국 광역시 평균의 66.3%보다도 낮은 수치이고 객석 당 연 이용객 수도 부산은 69명에 불과하여 전국 광역시 평균인 78명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내 최고수준의 예술의 전당의 재정자립도가 68%인데 비해 낮은 공연장 가동률과 객석 당 이용객수, 그리고 부산에서 오페라를 포함한 클래식 관람 비율이 4.2%밖에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의 연구용역 결과에서 오페라하우스의 재정자립도를 72.5%로 책정한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오페라라는 특성상 오페라단을 비롯하여 발레단,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이 필요하며 무대구성과 진행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서구오페라단이 궁정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운영에 있어서 경제적 부담이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현재 오페라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대구시는 매년 1천명에 가까운 음악인이 배출되어 1993년 시립오페라단이 창설되면서 오페라 전문 제작 조직이 생겼다. 그리고 이들의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오페라하우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삼성그룹이 옛 제일모직 공장 터에 총 예산 440억 원을 들여 1,490석의 오페라전용관을 건립하여 대구시에 기부하였다.  

 부산항의 충추기능을 해왔던 항만시설이 부산신항의 완공으로 그 기능이 옮겨가면서 북항을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북항재개발 사업이 시작되었다. 최근 시민과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북항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통해 북항의 공익성을 강조한 수정계획안을 발표한 만큼 북항은 시민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오페라는커녕 클래식을 즐기는 인구도 4.2%에 불과한 부산에서 시민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할 북항에 소수의 관람객을 위해 건립비 2,400억 원과 해마다 수십억 원의 운영비가 필요한 대형 오페라하우스가 타당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 화려한 랜드마크의 허왕된 꿈, 문화․예술 시설이 아닌 사진촬영지로만...

 

 21C의 랜드마크라는 것은 더 이상의 화려한 건축물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속에 무엇이 담겨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외양만 화려한 건축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혀지기 마련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들도 오래된 역사적 배경이나 그 지역의 전통, 그리고 우수한 문화컨텐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부산시는 건축물의 화려함만으로 랜드마크 기능을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시는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며, 그 속의 시설물은 사람의 행복을 위한 일과 휴식, 생활과 여가를 영위하기 위한 수단이다. 시민들이 참여하고 결정하여 시민 대다수가 활용 가능한 건물과 시설들을 갖추어야 한다. 부산을 대표하는 ‘건축물’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오는 것이 아니라 부산의 문화와 부산사람의 삶, 그들의 역사와 전통을 경험하기 위해 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부산시민이 즐기고 향유하는 시설과 콘텐츠가 있어야만 외지의 관광객도 부산을 찾게되고 그 속에서 부산시민의 자긍심도 높아지는 것이다.

 최근 부산시는 일부 언론의 문제제기와 지적이 잇따르자, 오페라하우스 건립과 관련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이 기구를 통해 많은 시민들의 의견과 각계의 목소리를 담아 보다 현실적이고 제대로 된 관광․문화적 대안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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