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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서울 팽창주의 고집하는 여당, 뉴욕·파리·도쿄를 보라(23.11.09.) - 초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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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부산경실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11-10 11:26 조회1,0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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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팽창주의 고집하는 여당, 뉴욕·파리·도쿄를 보라

국민의힘이 밀어붙이는 '김포 편입, 메가 서울' 구상이 위험한 이유


출처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76506


2023.11.09. 부산경실련 지역균형발전위원장 초의수 교수 글




"하고 많은 곳 중에 왜 계란 흰자에 태어나 가지구."


작년에 시청했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대사 중 하나이다. 드라마에서 경기는 노른자 서울을 둘러싼 흰자로 몇 차례 묘사된다. 이것이 경기도민의 마음일까? 서울로 매일 출퇴근 전쟁을 치러야 하는 김포 사는 주민이라면 서울 편입이 '해방'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김포뿐 아니라 서울과 길 하나 두고 붙어 있는 하남, 구리 등 인접 도시의 자기 집 가진 주민들이 뛰어오를 아파트 가격에 설렐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중앙집권적 경향이 강하고 소통과 협의, 합의적 과정이 미흡한 우리나라에서 지역주의(localism이나 regionalism)는 경계해야 할 불건전한 사고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역주의는 자기가 사는 공간을 중심으로 권리나 이익을 주장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어떤 지역주의인가이다. 다듬어지지 않고 맹목적 상태에서 거칠게 나타나는지, 아니면 문제의 진단과 비전·대안 등 체계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는지에 따라 원생적 지역주의와 유기적 지역주의로 나눌 수 있다.


힘 있는 지역이 다른 지역의 이익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가치를 독점하며 지배력을 관철시키는 패권적 지역주의도 있고 이에 항의하고 압박받는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저항적 지역주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공간적 정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지배를 받고 이에 맞서려 하는 저항적 지역주의에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고자 하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서울 이외 지역의 이익을 위협하는 패권적 지역주의이자 '메가 리전(region) 정책'의 합리적, 통상적 접근을 무시한 원생적 지역주의이다.


'마태효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김포 서울 편입과 메가 서울 시도는 위험한 발상이다. 첫째는 이 시도가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적 과제인 수도권 일극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가속화시킬 위험성이다. 재작년에 발표한 감사원 보고서(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Ⅰ, 2021)에 따르면 유례를 찾기 어려운 우리나라 초저출산과 인구소멸 및 지방소멸이 사실 수도권 초집중 현상 때문이라고 명확히 진단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도권은 최근 10년 간 청년층의 인구 유입을 더욱 확대하고 있고, 2022년 1000대기업의 75.1%(매출액 87.7%) 집중 등 사회적 희소자원을 무섭게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으며, 동시에 수도권조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의 대기질, 주택난, 교통난, 혼잡비용으로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관계는 사회학자 머튼(Merton)의 말처럼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고 없는 자는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는 마태효과(Matthew Effect)를 상징처럼 대변하고 있다. 김포 서울 편입은 지난 11월 1일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 제5장의 4+3(충청권, 광주・전남권, 대구・경북권, 부울경+강원권, 전북권, 제주권) 초광역권발전계획을 훼손시키는 발상이다. 초광역권발전계획은 수도권에 대응하는 다극의 광역적 거점을 구축하여 국토를 균형있게 발전시키자는 역대 정부의 진영을 넘은 공감적 접근으로, '김포 편입-메가 서울'은 이에 반하는 정면 도전장인 것이다.


둘째, 김포의 서울 편입은 서구의 다수 대도시들이 매우 경계하는 외연 확장으로 시대 역행적 방식이다. 인구 및 자원의 집적과 무분별한 확산은 더 긴 통근시간, 더 많은 교통정체 및 탄소배출 등으로 지구 열대화를 부추기게 된다. 그래서 미국의 대표적 대도시인 뉴욕, 로스앤젤레스도 이제는 외연 확산을 급격히 줄이는 '스마트한 컴팩트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대다수 주는 도시의 성장경계를 명확히 하여 다양한 개발행위를 억제하고 있는 추세이다. 집적과 외연 확산 대신 이제는 컴팩트와 네트워크 중심의 도시 및 공간 발전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셋째, 김포 편입과 주변 도시 서울 흡수는 망국적 부동산 개발 욕망을 부추겨 지대추구의 전근대적 속물 자본주의로 건전한 국가 운영을 훼손시키는 결과로 나아갈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수도권과 서울의 성장은 자체 혁신의 동력보다는 권력 집중, 정경 유착, 대재벌 본사 집중이라는 독점적 입지에 기인하는 바가 커 지대추구 경제의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의 김포 서울 편입 시도는 2008년 18대 총선 압승을 가져다 준 '한나라당 뉴타운 공약'과 자못 닮아있다는 점에서 더욱 유혹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포 주민의 지하철 연장 등 교통 문제는 서울에 편입된다고 해결되는 사안이 아니며, 부동산 가치 상승의 욕망 자극은 청년 등 다수 무주택자의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affordable housing) 접근에 장벽을 치는 조치다. 또 높아진 집값은 저출산과 인구문제를 초래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 국가의 운명을 재촉하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정략적이어서 위험한 김포의 서울 편입

 

넷째, 김포 서울 편입은 매우 정략적이어서 위험한 발상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김포 편입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패한 이후 서울 편입을 기대하는 경기도 인접 지역까지 흔들어 보겠다는 꼼수이다. 서울 편입이 실현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경기도에 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입장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하고 내년 총선에 승기를 잡아보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다섯째, '김포 편입-메가 서울' 발표는 전혀 준비 안된 구상이고 메가 리전 중심의 글로벌 주요 대도시 정책에 역행하는 시도이다. 집값 상승 기대심리에 기초한 김포 편입을 실질적 연계가 없는 메가 서울에 편승시켜 포장해 내는 책략인 것이다. 행정 편입은 복잡하여 성공 가능성이 낮고 진행 과정에 많은 비용이 발생함에도 국민의 힘은 사전 준비도 안한 채 태스크포스만 여러 번 이름을 바꿔가며 진행시키고 있다.


메가 서울은 제대로 된 청사진 한 장 없이 김포 편입으로 대체 하는 행태는 집권 여당치고 책임성 없는 한심한 모습이다. 이웃 일본이 도쿄 일극 집중, 인구감소, 지방소멸에 대응하여 내놓은 국가계획인 마을・사람・일자리의 창생비전계획에 비하면 편입 주도의 메가 서울은 이에 완전히 역행하는 원색적 서울 팽창주의이다.


메가 서울을 부각시키며 일부 언론은 해외 '메가 리전'이 마치 행정편입으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도하였는데 이는 완벽한 왜곡이다. 미국의 워싱턴 DC나 뉴욕 대도시권, 프랑스 파리권, 영국 런던권, 일본 도쿄권, 독일의 베를린권의 수도권 전략은 거버넌스에 의한 접근으로 행정 편입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대도시권의 교통, 주거, 폐기물 처리, 도시계획 등을 협의하고 협력하여 계획적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차제에 행정구역 편입이 아닌 권역 내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공동의 협력과 노력에 더 주목하기 바란다.


앞으로 메가 리전이나 수도권 등 공간 문제는 현재와 미래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고려하여 이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처, 탄소 중립 및 재생에너지 조성, 사회경제적 격차 완화, 과밀해소 및 무분별한 외연 확장 대처, 도시 내 계층 간 평등, 돌봄 등 생활권 서비스 강화가 시대적 과제이다.


우리나라는 여기에 수도권 집중과 인구문제가 더해져 의제 구조가 훨씬 무겁기는 하다. 시장이 3명이나 바뀌면서도 도시전략에 기후변화 대처를 지속적으로 중시하고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뉴욕시, 도시를 15분 내 생활권으로 만들고 시민의 일상적 권리를 지키며 평등과 연대, 도보와 자전거가 중심이 되도록 하는 안 이달고(Anne Hidalgo) 시장의 파리시의 사례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메가 서울의 지향점이다.


정부뿐 아니라 여당과 야당 모두 원생적 상태의 패권적 지역주의와 저항적 지역주의가 아니라 시대의 문제를 정면으로 대응하여 포용과 창의로 해결하는 유기적 지역주의 접근이 절실하다. 지역 간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격차, 희소자원과 청년층의 수도권 쏠림, 의료・돌봄・교육 등 보편적 기본 서비스의 접근 및 내셔널 미니멈(national minimum) 미충족 등을 해결하고, 신재생에너지 및 탄소 제로 동네 조성 등 역량이 강한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지방시대'에 훨씬 절박한 과제이다.



이 글을 쓴 초의수 교수는 신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전환시대 역량 기반 지역균형발전의 방향과 전략',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 광역권의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한 연구, <도시의 정치경제학(역서)> 등을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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