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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경제와 평화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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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래 작성일06-10-21 17:10 조회4,6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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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럼] 경제와 평화의 경계

                        ** 김 대 래 [부산경실련 정책기획위원장/ 신라대 국제비즈니스학부] **

유누스 박사의 빈곤 퇴치, 실천적인 경제학의 승리

 
 매년 10월 초, 세계의 사람들은 새로운 인물들을 기다린다. 이른바 노벨상 주간이다. 올해에도 지
난 2일 의학상을 시작으로 6개 분야 수상자가 2주간에 걸쳐 발표됐다. 100년이 넘는 긴 역사로 인
해 노벨상 수상자만 벌써 7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아쉽게도 우리는 이번에도 수상자 명단에 이
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처럼 영광스러운 상이지만 선정 과정에 문제도 없지 않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최
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벨상이 사실은 '물의를 일으켜온 상'이라고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경제학상의 경우 저명 경제학자들이 나눠먹기식으로 결정되어온 대표적인 예로서, 죽기
직전에 수상자가 정해진다는 혹독한 비판을 퍼부었다. 그러다 보니 수상의 대상이 최근의 연구가
아니라 과거의 것이라는 비판도 곁들여졌다.

 올해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에드먼드 펠프스 교수 역시 73세의
고령에다 오래 전에 발표했던 이론적 업적을 인정받았음을 감안하면 그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펠프스 교수는 오늘날 거시경제학의 체계를 세우는데 많은 기여
를 했다. 오늘날 경제분석에서 아주 중요하게 쓰이고 있는 정보의 불완전성 및 기대와 같은 개념
을 제시한 사람이 바로 펠프스였기 때문이다. 정보와 기대를 도입한 펠프스 이론의 함의는 의외로
대단했다. 정책이라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보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든 게 결국 시장이 결정
하는 틀 안으로 수렴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에 맡기라는 메시지는 오늘날
경제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에는 경제학상은 아니지만 또 한 사람의 경제학 교수 출신이 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이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빈민
구제 은행인 '그라민은행'과 함께 공동으로 노벨 평화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라민은 벵골어
로 '시골'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그가 세운 은행은 시골은행 또는 농촌은행이 된다. 방글라데
시의 가난한 농민들이 아주 적은 빚 때문에 노예 상태에 놓이는 것을 보고 유누스 박사는 그들에
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적지만 독립할 수 있는 자금이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돈을 털어 그들에게 담보없이 대출해 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언제든 능력이 있을 때 갚으
라고 하였다. 그라민은행의 대출금은 평균 200달러 정도로 매우 소액이다. 그렇지만 그 돈을 밑천
으로 사람들은 자기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이것의 성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소액의 자금을 이용해 창업했고 가난에
서 벗어났다. 놀랍게도 담보없이 대출해 주었던 돈은 거의 100%로 상환되었다. 오늘날 40여 개 국
가에 진출해 있는 그라민은행의 소액 여신은 전체 57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성장하였다. 유누스 박
사의 성공, 그것은 새로운 경제학의 승리이기도 하다.강의실에서 가르치고 있는 선진국 중심의 거
시이론이 아니라 후진국에서는 당장 빈곤을 극복할 수 있는 실천적인 경제학이 더 절박했다. 그리
고 그것을 현실에 기초한 직관과 주저없는 실천을 통해 성취했다.

 '정부가 개입하기보다는 시장에 맡겨두어야 한다'는 것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옆
에 '빈곤퇴치는 시장에 맡겨두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정책으로 극복해 가는 것'이라는 점을 입증함
으로써 노벨 평화상을 받은 또 한사람의 경제학자가 버티고 있다. 경제학상과 평화상의 경계는 무
엇인가? 그 경계에 놓여있는 우리의 시선이 진정한 경제학으로 가는 길이 무엇인가를 응시하게 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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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0. 19.일자 국제신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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