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전인대(全人大) 감상법 > 전문가칼럼

본문 바로가기
  
처음으로   회원가입   로그인 부산경실련 FaceBook 바로가기 부산경실련 밴드 바로가기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전문가칼럼

[초청]전인대(全人大) 감상법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광수 작성일05-03-16 14:13 조회4,119회 댓글0건

본문


[월드비젼] 전인대(全人大) 감상법

                                    ** 조광수 [부산경실련 정책자문위원장, 영산대 교수] **
 
 
13억 인구를 대표하려면 국회의원이 몇 명쯤 돼야 적절할까. 4800만명의 인구에 299명의 의원이
있는 우리의 경우대로 하면 8000명쯤은 되어야 할 것 같고, 2억9000만의 인구에 상·하원 합해 535
명의 의원이 있는 미국과 비교하면 2500명이면 충분할 것도 같다. 나라마다 제각기 대표 선출 제도
와 규정이 있겠지만 아무튼 중국의 국회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의원 수는 3000명을 초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 정도면 대표성이 충분한지 그리고 그 많은 사람이 모여 과연 제대로 된
토의를 할 수나 있는 것인지 궁금하지만, 그 전인대의 연차 모임이 지난 5일부터 시작해서 열흘 일
정으로 열리고 있다.

지금 개회 중인 전인대에선 크게 세 가지 사안이 논의되거나 결정된다. 장쩌민의 공식적인 완전 퇴
진, 반(反)국가분열법 제정, 그리고 후진타오의 새 통치이념 제시 등이 그것이다.

먼저, 장쩌민의 중앙군사위 주석직 사퇴는 중국 정치의 특징으로 볼 때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중국은 현재 공산당이 정부와 군대를 영도하는 사회주의 체제다(以黨領政, 黨指揮槍). 그런 의미
에서 권력의 마지막 보루인 군대에 대한 권한을 내놓았다는 것은 이제 실질적인 권력 이양이 완료
되었다는 뜻이다. 사실 2003년 후진타오 체제가 출범할 당시 과연 새 지도부가 장쩌민이란 실력자
의 그늘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이 순조로울지가 관심이었다. 그런데 불과 2
년 만에 그 작업을 끝냈다는 것은 중국의 정치도 예측 가능성이 많이 높아졌다는 뜻이고 정치 발전
의 한 지표라 볼 수 있다.

다음, 반국가분열법이 회기 마지막 날쯤 통과될 예정인데 이 법은 양안 관계나 중·미관계에 부정적
인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것이다. 내용은 '비평화적인 방법으로라도 독립을 시도하는 세력을 저지
하겠다'는 것인데 바로 대만의 독립 시도를 원천봉쇄하자는 의도에서 제안된 것이다. 이 법안은 논
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당장 대만에선 여야 만장일치로 반대 결의안을 냈고 아예 적극적으로 반
병탄법을 제정하자는 주장도 있다. 미국 국무성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물론 중국은 땅 욕심이 많은 나라다. 영향권에서 벗어나겠다고 하는 시도에 대해선 무력 사용도 불
사해 온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 대만의 여야 지도자들이 영수회담에서 독립 시도를 하
지 않기로 약속한 바 있고 지난 설 때 양안 직항 운항이란 역사적 행사도 있었는데, 이 대목에서 굳
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긁어 부스럼이 아닐까 싶다.

끝으로, 후진타오 체제의 새로운 통치 이념 제시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상 새로
운 이데올로기를 만드는 사람이 곧 실질적인 영도자이고, 역으로 최고 권력자는 당연히 새 이념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도 후진타오가 사회주의 조화사회론(社會主義和諧社會論)이란 통
치 이념을 제시한 것은 자신이 이미 권력의 정점에 있음을 천명하는 것이다. 이 이념은 작년 6월부
터 거론되기 시작했지만 이제 전인대라는 국가 최고 권력기관에서의 정부 보고를 통해 균형발전
을 하는 조화로운 사회가 국정 목표라는 사실을 분명히 제시하게 된 것이다.

사실 후진타오가 물려받은 과제는 무겁기 그지없다. 고속 성장의 빛도 찬란하지만 그 그늘도 너무
선명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한 나라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도시와 농촌 간에 그리고 지역
과 계층 간에 불균형이 심각하다. 수치로 본 불균형 정도는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보다도 훨씬 심하
다. 그러고서 무슨 사회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불만을 해결해야 한다.

계속 성장이라는 기조 위에 한편으로는 고속성장으로 인한 거품도 걷어내고 또 한편으로는 빛보
다 큰 그늘에도 볕이 들도록 하겠다는 목표가 과연 치명적인 대가 없이도 실현될지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지켜볼 일이다.

세상에 승세를 타는 것을 이길 장사는 없다. 문제도 많지만 어쨌거나 욱일승천하는 국운을 만끽하
고 있는 중국에서 국회의원을 하는 일은 설령 거수기 노릇이라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전인대 대
표들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
2005. 3. 9 일자 국제신문에 실린 내용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