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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마음을 열어야 경제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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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래 작성일05-01-24 12:14 조회4,2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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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럼] 마음을 열어야 경제도 산다

                        *** 김대래 [부산경실련 집행위원 / 신라대 국제통상학부] ***
 
 
 경제의 발전은 생산능력의 향상을 전제로 한다. 생산능력의 향상은 대체로 생산에 투입되는 요소
들에 의해 좌우된다. 자본이 별로 없었던 시절에는 노동력이나 토지가 중요한 생산의 기반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토지와 노동을 대신해 자본이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고 있다. 이른바 자본주의
사회다.

 기계가 생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자본주의 내부에서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기계에 더하
여 오늘날에는 지식과 기술을 체화한 노동이 생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한 노동
력을 길러내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마치 기계를 만드는데 시간과 돈이 들어
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과 기술을 가진 노동자들을 흔히 인적자본이라고 부르
고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적자본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다.
사회적자본 개념의 창안자는 하버드 대학의 정치학과 교수인 푸트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오랜 기간 이탈리아의 남북간 발전격차 문제를 연구했다. 통일된 한 나라에서 왜 북부는 남부에 비
해 더 발달했는가가 연구의 주된 관심사였다.

 그의 연구결과는 매우 놀라운 것이었다. 북부에는 사회적 신뢰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는
데, 이것이 높은 경제발전과 민주적 정치를 가능하게 했다고 결론지었다. 이러한 사회적 신뢰는 기
계나 인적자본처럼 크기나 양으로 분명하게 측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신뢰는 기계나 노동
못지않게 생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이후 사회적자본으로 널리 불리게 되었다.

 사회적자본과 발전을 연결지은 논의는 '역사의 종언'이라는 책으로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프랜시
스 후쿠야마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후쿠야마는 '대붕괴 신질서(원제:The Great Disruption)'라
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번역된 후속작에서 정보화와 더불어 사회적자본이 고갈되어 가는 경향이
있음을 경고하였다.

 그러면서 섭섭하게도 한국이나 이탈리아와 같은 나라들은 사회적 신뢰가 낮아 경제의 앞날이 어
둡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후쿠야마가 한국을 저신뢰 사회로 규정한 근거의 박약함에 대해서는
이미 국내에서 많은 비판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를 돌아볼 때 신뢰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정치권은 극단 대립으로 치닫기 일쑤였고, 경제에서도 타협과 양보보다는 대립과 반목이 지배해
왔다. 사회적 타협의 미숙과 신뢰의 저하는 경제에 충격을 주게 되어 있다. 지난 몇 년간 우리경제
가 무기력증에 빠져있었던 시기 동안 사회적 갈등과 대립도 극에 달했던 것은 우연이 아닌 셈이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문제를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지난해 내내 경제 걱
정만 했다는 기억부터 시작해서 양극화, 서민생활과 중소기업 문제, 선진경제와 선진한국으로 가
기 위한 조건과 대책에 이르기까지 연설의 처음과 끝을 경제로 장식했다.

이에 대해 재계가 환영하고 야당인 한나라당의 긍정적인 논평을 내놓았다. 재계와 정치권이 엇박
자를 내고, 정치권이 사사건건 다투는 모습에 익숙한 국민들에게 신년사 직후 나타난 장면은 어쩌
면 생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립과 불신에서 협력과 상호이해의 가능성을 보인 신년사 직후의 분위기는 매우 의미있
는 변화로 보인다. 국민 모두가 당장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경제회복을 지목하고 있다.

이런 국민들의 바람을 정치권과 경제계는 풀어주지 않으면 안된다. 사회구성원들이 마음을 맞추
고 손을 맞잡는 것만으로도 경제는 회복의 큰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사회적자본이 시사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정치권은 너무나 쉬워보이는 '마음 열기'만으로도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점을 귀
담아 들어야 한다.

장기간 침체에 지칠대로 지친 국민들의 경제회복 바람을 또 다시 정치권과 경제계가 외면한다면
한국은 신뢰가 결여된 사회라는 후쿠야마의 비판을 더 이상 반박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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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1. 21 국제신문에 실린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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