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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몸값 올리려는 사회의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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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래 작성일04-12-18 13:40 조회4,1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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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몸값 올리려는 사회의 부작용

                          ** 김대래 [부산경실련 집행위원 / 신라대 국제통상학부] **

 
 
일본에서 활약하던 구대성이 미국 프로야구 최고의 명문 구단인 뉴욕 양키스에 입단할 것이라고
한다. 아직 확정돼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2년간 계약금이 우리 돈으로 30억원을 넘는다는 얘기들
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주는 당신 차례입니다'라는 '로또 복권'의 당첨금에 버금가는 계약금을
보면서 서민들은 부러운 마음을 감추기 힘들었을 것이다.

구대성뿐만 아니다. 요즘 소위 잘 나가는 '한류 스타'들은 훌쩍 뛰어오른 광고료와 출연료로 역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먹고 살기 위해 누구나 땀을 흘리기는 마찬가지인데 땀
의 대가는 왜 이리 차이가 나는 것일까. 예를 들어보자. 자동차를 사려고 많은 사람이 몰려들면 자
동차 회사는 더 많은 자동차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다. 그래서 자동차 가격은 결코 치솟듯이 오르
지는 않는다. 그에 비해 유명 연예인이나 기량이 좋은 선수는 좀체 나오기 쉽지 않다. 그래서 그들
의 몸값은 높은 선에서 유지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공급이 제한돼 있는 땅값이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인위적으로 공급을 늘릴 수 없
는 땅은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조절된다.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도 땅
처럼 공급이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그들이 받는 높은 수입을 경제학에서는 '지대'라고 부른다.

높은 지대의 존재는 젊은 세대에게 스타를 향한 꿈을 키우게 하는 유인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대
가 그 사회의 각 부분에 폭넓게 존재하면 그것은 많은 부작용을 가지고 온다. 지대의 발생과 추구
는 본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독점을 전제로 한다. 그런 점에서 '지대 추구'가 사회 흐름의 주요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 공정한 규칙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
한 집단적 이기가 지배하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지대를 추구하는 것이 사회의 중요한 구조
로 정착돼 있는 나라다. 일례로 한국에서 대학을 가는 것은 더 많은 지대를 얻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경쟁의 터전이다. 서열화된 대학은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에 따라 평생 동안 얻을 수 있는 지대에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온다. 의과대학이나 사법고시로 인재들이 몰리고 있는 것도 일종의 지대 추
구 행위의 산물이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온 나라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수능 부정' 사건은 지대 추구를 둘러싼 경쟁
이 가져온 우리 사회의 황폐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초등학교 학력의 국회의원이 고등학교를 나왔
다고 허위 기재한 혐의로 의원직을 물러나는 일이 있었다. 지대 추구와 연결돼 있는 학력사회의 황
폐함이 가져온 또 다른 비극이다.

그런 한편 경남의 한 도시에서는 고교생들이 집단적으로 여중생들을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
을 주고 있다. 오랫동안 성폭력에 시달린 여중생들이 그러한 폭력에 대응도 못하고 지내왔다는 데
에서는 정말 말로 다할 수 없는 슬픔이 몰려온다. 인성교육을 시키고 여학생에게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혜조차 심어주지 못한 것은 그러한 교육이 지대 추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
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을 포함
한 41개국 중에서 최고라는 보도가 얼마 전 있었다.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배용준과 함
께 많은 한국의 스타들이 아시아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그와 함께 한국 문화에 대한 관
심도 부쩍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어린애까지 극심한 지대 추구 경쟁으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에서 학업성적이나마 세
계적인 평가를 받은 것은 적지않은 위안이다. 그러나 지대 추구를 근저에 깔고 있는 한국의 교육
은 그 이상의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땅값은 가끔씩 거품의 소멸로 그 치부를 드러낸다. 지대 추구 사회의 병폐는 앞
으로 그 황폐함과 삭막함으로 모습을 보일 것이다. 지금은 여기저기서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이
고 있지만 진정 황폐화를 치유하는 계기가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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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1.14일자에 실린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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