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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가진 것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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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래 작성일04-11-19 09:39 조회4,0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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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진 것이 무엇인가

                            ** 김대래  [부산경실련 집행위원 / 신라대 국제통상학부] **
 
 
어떤 사회나 집단이든 일종의 섬과 같은 영역을 갖고 있다. 예전 천민들이 모여 살았던 곳, 오늘날
가난한 사람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곳 등은 사회의 주류적 생활과 동떨어진 일종의 섬이다. 외국
인 노동자가 모여 사는 곳, 요즘 한창 문제가 되는 집창촌 또한 그러한 섬의 하나다.

이러한 섬은 대부분 사회나 지역의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고 명시적이진 않더라도 편견의 대상이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의 허드렛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당
한 요구나 사회적 대접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서울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지
역 특히 도시에는 전혀 다른 또 다른 섬이 있다. 서울에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지방에 발령을 받
거나 지역에서 직업을 구할 경우 홀몸으로 내려와 주말만 되면 서울로 가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지
역에 있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지역에서 소득을 얻지만 생활은 대부분 서울에서 한다.

가족들과 함께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사온 사람들의 의식도 섬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눈은 언제나 서울로 향해 있고 서울의 기준에 맞게 생활하는 것에 귀를 열어두고 있다. 지역에 살
면서도 지역사람이 되길 기꺼워하지 않는 이 섬에서 우리 사회의 지독한 '중앙 중심주의'와 지역
의 소외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의 소외, 아주 오랫동안 존속되어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이게도 지역민의 대다수
는 그것을 깊이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지역감정은 거의 대부
분 영호남의 갈등이었다. 경제 개발이 되기 이전에 인구의 규모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던 영남
과 호남이 주도권을 두고 다툰다는 것은 있을 법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서 살고 있는 세계 유일의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렇게 모든 면에서 수도
권으로의 심각한 집중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쯤 되면 수도권의 집중에 맞서
서 지역이 힘을 합칠 때도 되었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서울의 투표 행태를 보면 강남과 강북이 많이 다르다. 강남은 잘사는 기득권층이 많이 거주하는 곳
이다. 거기에 비해 강북은 중산층 이하가 많다. 그런데 부산을 포함한 영남은 근년의 투표에서 항
상 강남과 같은 투표 행태를 보여왔다. 강남의 정치적 의미를 여기에 대입한다면 영남은 아직 기득
권 지역이라는 의미가 된다.

과거의 개발과정에서 이뤄놓은 것이 아직은 있기 때문에 호남에 비해서는 지킬 것이 있고 그래서
쓸데없이 틀을 흔드는 것은 싫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가 있다. 그러나 냉철히 생각해 보자. 우리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부산은 정말 가진 것이 없는 도시다. 가장 많이 인구가 줄어들고, 노령화
된 도시가 부산이다. 이에 반해 기업들은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으로 몰려들고 있다. 지금의 구조
를 그대로 두어서는 부산의 미래는 없다.

그런데도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 판결 이후 지방이 보이고 있는 반응들은 정말
실망스럽다. 수도권 인구가 절반이 된 상황에서 지방이 모두 단결해도 수도권의 의사를 누를 수 없
는 상황에서 여전히 지방은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익히지 못하고 있다. 중앙이 지방을 통제하
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작은 떡을 지방에 경쟁을 시켜 나누어 주는 것이다.

그런 작은 떡을 다른 지역에 앞서 부산이 확보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작
은 떡일 뿐이다. 지방이 사는 길은 지역간 균형발전을 이루는 것이다. 이제 행정수도 이전에 제동
이 걸림으로써 그동안 참여정부가 추진해 온 균형발전 정책 전체의 틀이 흔들리고 있다.

지역 스스로 지역감정이란 허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지역의 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시책
의 추진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지방에 산다는 의미는 자신의 삶의 조건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 기반하여 자신의 이해를 충실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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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1. 9 일자 국제신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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