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지방대학의 절박한 국제화 > 전문가칼럼

본문 바로가기
  
처음으로   회원가입   로그인 부산경실련 FaceBook 바로가기 부산경실련 밴드 바로가기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전문가칼럼

[초청]지방대학의 절박한 국제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임석준 작성일04-11-03 09:20 조회4,486회 댓글0건

본문


[월드비전] 지방대학의 절박한 국제화
 
                          *** 임석준 [부산경실련 정책기획위원 :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
 
지난 주 중국 항저우의 절강대학에서 열린 한중 국제학술회의에 다녀왔다. 중국행은 언제나 마음
이 설레지만 학술회의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한중 양국의 학술회의는 항상 의사소통에 문제
가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한국어를, 중국측은 중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번잡한 통역
을 거치다 보면 학술회의의 본질이 퇴색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학회는 발표와 토론의 전 일정
이 영어로 진행됐다.

필자는 한국 교수들의 영어 실력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온 한
국 대표들은 일반적으로 국제회의에서 짧은 영어실력 때문에 꿀 먹은 벙어리 모양 조용히 앉아 있
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참석자들은 모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 아닌가. 회의가 끝난 후 그들에게 어떻
게 그렇게 영어를 잘하는가 물었더니, 이미 영어로 강의를 한 지 3~4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제는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필자가 지방에 있는 동안 서울은 이미 국제화가 상당히 진척됐음을 느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저항이 심했지만 이제 서울의 대학에서는 전공마다 3~4개씩 영어강의가 자
연스럽게 정착됐다. 심지어 100년 전통의 한 대학은 신임교수는 전공을 불문하고 반드시 영어로
강의를 해야 한다. 영어 강의의 효과는 학생들의 실력향상과 취업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에 유학하여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캠퍼스의 국제화에 이바지한다.
그리고 교수의 영어 실력이 향상된다. 영어 강의를 통한 학생-교수-학교의 선순환 구조는 곧 대학
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방대학의 현실은 어떤가. 부산의 모든 대학은 겉으로는 국제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전공별 영어
강의가 있는 대학은 전무한 실정이다. 영어 강좌가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영어 공포증은 극복되지
않고, 외국 유학생들을 받을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될 수 없다.

더더욱 한심한 것은 교수들의 영어 강좌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다. 몇몇은 "우리 학생들은 졸업
후 대기업 혹은 국제사회에 진출하기보다는 자영업을 할 것인데 왜 영어가 필요한가"라는 패배주
의적 반응을 보인다.

또 어떤 교수들은 "취지는 좋지만 우리 학생들 수준이 낮아서"라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나
는 충분히 영어강의를 할 수 있지만, 알아듣지 못하는 상대가 문제라는 것이다. 서울은 벌써 국제
사회를 향한 질주를 시작한 마당에 부산의 대학들은 소위 교수-학생-학교가 삼위일체가 되어 모두
가 피해를 보는 '바닥을 향한 질주(race to the bottom)'를 하고 있다.

영어 강의를 주장하는 본인을 친미주의자 혹은 반민족주의자로 매도해도 좋다. 하지만 분명한 것
은 영어가 이미 국제 공용어로 자리매김했다는 현실이다. 비영어권 사람들이 만나면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국제 공통어가 영어이다.

그리고 국제정세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기업들은 신입사원에게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요구
하고 있고, 해외로 진출한 많은 부산의 중소기업들도 바이어와의 원활한 정보교환을 위해서 자회
사의 문서작성을 영어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의 일류대학에서 3~4년 전부터 도입한 영어 강
좌는 빠르게 수도권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방대학은 물결에 저항하고 있지만 결국은 합류할
수밖에 없다.

지방의 국제화는 번잡한 과정이다. 국제화에 앞서 서울화를 먼저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공항이
수도권에 있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려면 부산 사람은 서울 사람보다 최소한
몇 시간 먼저 출발하는 '부산함'을 떨어야 한다.

서울에 비해 학생, 교수, 교육 환경 모두 뒤진 지방대학은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革新 如逆水行舟 不進則退(혁신 여
역수행주 부진즉퇴)' 혁신은 배를 타고 흐르는 물을 거꾸로 올라가는 것과 같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후퇴하게 마련이다.


***************************************************************************************
2004. 10. 28. 국제신문에 실린내용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Total 201건 11 페이지
전문가칼럼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81 [초청]차별적이고 위헌적인 지방행정체제개편안 부산경실련 2012-04-25 4565
80 야만의 나라, 대한민국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에게 고함- 이영수 2003-09-12 4548
79 시민단체, 261개나 된다니- 차진구 2006-01-17 4539
78 [초청]부끄러움 알아야 공정사회 부산경실련 2011-05-01 4533
77 [초청]희망을 보는 이유 김대래 2006-08-20 4529
76 [초청]'먹튀'를 아십니까? 홍장표 2005-11-12 4497
75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아니길 차진구 2006-09-22 4488
열람중 [초청]지방대학의 절박한 국제화 임석준 2004-11-03 4487
73 [초청]역사 거꾸로 돌리는 중국 임석준 2004-08-29 4476
72 [초청] 탄핵의 학습 효과 김대래 2004-04-07 4467
71 [초청] 성장동력을 찾아라 김태경 2004-02-15 4448
70 [초청] 기업 브랜드와 국가 브랜드 임석준 2004-07-16 4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