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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미래로 가는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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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래 작성일04-10-12 10:32 조회4,2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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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래로 가는 비용

                            *** 김대래 [부산경실련 집행위원 / 신라대 국제통상학부] ***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의 '경제 대통령'이
다.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처음 FRB 의장에 지명한 이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이
르기까지 무려 4명의 대통령이 그를 중용했다. 지난 5월 재지명으로 5기를 연임하고 있는 그린스
펀의 기록은 아마 좀처럼 깨어지기 어려울 것이 틀림없다.

물론 그린스펀의 명성은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미국 경제가 '신경제 호경기'의
끝을 보이면서 그에 대한 신뢰도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스펀의 말 한마
디 한마디는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던진다. 이름하여 '그린스펀 효과'다. 그린스
펀만큼은 아니지만 경제 수장으로서 우리의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카리스마를 가
진 인물로 통한다.

그런 이 부총리가 얼마 전 직설적인 화법을 연일 쏟아냈다. 규제와 사회적 분위기 탓에 투자를 못
하겠다는 경제단체의 주장에 대해 그는 '기업가 정신'의 퇴조를 질책했다. 금융기관들이 실물경제
를 지원하지 않고 안전한 돈놀이에 치중하는 것에도 '금융의 본업이 뭐냐'는 노골적인 물음을 던졌
다. 며칠 전에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고령화 현상 때문에 지금의 젊은이들이
일을 해서 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은 불과 15년 정도라는 언급도 했다.

최근의 발언 가운데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색깔'에 관한 평가다. 이 부총리
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시장'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이념적으로 우파
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연구기관이 색깔 문제를 토론의 대상으로 내놓으며 '이
념 논쟁'을 부추긴다는 강한 비판도 곁들였다.

그러잖아도 우리 사회는 오래 전에 넘었어야 할 소모적인 이념 논쟁을 여태껏 벌이고 있다. 과거
사 청산을 놓고 국론이 갈라지고 경제난 해법에도 의견이 나뉘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둘러싸고는
마치 우리의 모든 것이 걸린 것처럼 비장한 모습이다. 국보법이 폐지되면 나라가 무너질지 모른다
는 호들갑도 보인다.

얼마 전 미국의 시사경제지 '포천'은 대한민국이 앞으로 정보화 강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
다. 기분 좋은 기사이지만 그러한 전망이 쉽게 실현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앨빈 토플러는 '공
업문명'에서 정보화 사회로의 이행에 가장 큰 걸림돌은 공업문명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의식이라
고 갈파한 바 있다. 새로운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구시대적 의식과 반대를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는 시사이다.

토플러의 통찰은 지금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타당하다. 좌우 이념의 대립, 그것은 사실 공업문명
의 산물이다. 육체노동자를 주축으로 한 노동과 자본의 대립, 이것은 모든 공업문명에서 익숙한 것
이다. 국내에서는 미국과의 관계 및 남북 관계의 특수성과 맞물리면서 독특하면서도 집요한 모습
으로 이어져 왔다.

이 부총리의 말대로 우리 경제정책의 기조는 분명 우파에 가깝다. 정부가 지나친 평등주의를 지향
한다고 비난하지만 분배는 유럽의 우파정권에 훨씬 뒤진다. 그런데도 이념 논쟁은 그칠 날이 없고
개혁과 분배라는 용어만 써도 좌파로 매도하는 일이 되풀이된다.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의식은 아
직 새로움을 담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일부 자본은 해외로 빠져 '한인 타운'의 집값을 올리고 있다. 또 가진 사람들은 불만이
쌓여 돈을 묻어두고 투자를 하지 않는 '자본의 파업' 현상도 간간이 드러나고 있다. 이 부총리의 일
련의 말들은 이러한 자본의 속성을 달래는 한편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연 '이헌재 효
과'가 나타날지 여부는 두고 볼 일이다.

시대가 바뀐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모든 변화가 두렵고 위험해 보인다. 그렇지만 정작 바뀌고 나
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에 오히려 놀라게 될 것이다. 변화 없이는 미래도 없다. 우리는 지
금 미래로 가는 비용을 너무 크게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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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2004. 10 .6 일자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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