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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테러 거꾸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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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석준 작성일04-10-01 16:24 조회4,3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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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테러 거꾸로 읽기
                                 
                              ** 임석준 [부산경실련 정책기획위원,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
 
 
20세기 말 세계적인 정치학자 헌팅턴은 인류 사회의 가장 큰 분쟁의 원천은 이데올로기나 정치, 경
제 문제가 아니라 문화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1993년 저명한 외교 잡지 '포린 어패어'(Foreign Affairs)에 기고한 '문명의 충돌'이라는 22쪽짜리
짧은 글에서 그는 세계를 서구 유교 이슬람 문명 등 8개로 나누고 사회주의가 패퇴하고 자본주의
단일 체제로 유지되는 21세기에는 유교-이슬람 문명의 연합이 서구의 가치와 권력에 도전할 것이
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서구는 자체 협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서구 문명과 유사한 가치를 공유하는 동유럽, 남미,
러시아, 그리고 일본과의 연합을 통해 유교와 이슬람 국가들의 군사력 확대를 제한해야 한다는 정
책을 제시했다.

문명의 충돌이 발표될 당시 많은 정치인들은 헌팅턴을 무시했지만 10여년이 지난 오늘날 그의 예
측은 상당 부분 현실화됐다.

지난 2001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을 겨냥한 '9·11 테러'를 시발로 스페인 마드리
드 열차 폭발 테러, 러시아 북오세티야 공화국 학교의 인질 테러, 인도네시아 호주대사관 차량 폭
탄 테러 등 극렬 테러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또한 테러는 헌팅턴이 경계한 이슬람 문명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리한 통찰력에도 불구하고 헌팅턴이 미처 분석하지 못한 점은 문명이 충돌하는 원인이다. 미국
중심적 생각에 젖어 있는 그는 문명 충돌 원인을 국민국가의 쇠퇴, 문명간의 본질적 차별성, 종교
적 근본주의의 부활, 그리고 경제 지역화 등 서구와 무관한 외부적 요인으로 돌리고 있다. 이러한
분석은 지구촌을 '서구 대 비서구' '문명 대 야만'의 이분법적 대결 구도로 상정함으로써 서구 지배
의 당위성을 21세기까지 유지하려는 오리엔탈리즘의 또 다른 변형이다.

이제 테러는 인류 전체의 긴급한 현안으로 부각됐다. 우리는 분명 테러를 지지하지 않지만 테러를
결과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왜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들이 테러리스트를 장래 직업으로 선택하고
있는가"라는 시각에서 거꾸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테러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비정부 단체의 불법적 폭력 행위'로 정의된다.

하지만 사물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듯이, 테러를 무조건 악으로 단죄하는 시각은 곤란하
다. 억압과 불평등에 시달리면서 마땅한 저항 수단을 갖지 못한 소수민족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세
계에 알리기 위해 테러에 호소하는 일을 무조건 비난할 수만은 없다.

일제강점기 때 윤봉길, 안중근 의사의 행동은 일본에는 테러였지만 우리에게는 독립을 위한 투쟁
이었다. '테러'와 '자유를 위한 투쟁'은 동전의 양면인 것이다.

이른바 지구촌이라 불리는 '공식 부문'을 서구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테러에 호소하는 이들
은 '비공식 부문'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지구촌이 이렇게 공식 부문과 비공식 부문으로 이분됐기 때문에 우리는 이라크 침공 이후 미군 사
망자수가 1000명이 넘었다는 사실을 CNN의 헤드라인을 통해 접하지만,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수
가 9월15일 현재 1만4000명에 육박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각종 국제기구, 합법적 군사력, 경제 자원을 실질적으로 독점하고 있는 서구는 이러한 도구를 사용
해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고 타자(他者) 대한 우위를 유지한다. 미국과 서구는 자유세계라는 수사
적 표현을 통해 그들의 이익에 지구적 차원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 21세기 지구촌 운명은 이슬람이 아니라 공식 부문을 점하고 있는 서구에 달려 있
다. 아(我)와 타(他)로의 구분에 따른 격리, 억제, 전쟁이 아니라 모두가 형제라는 대화와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적극적인 대안이 절박한 시점이다. 우리도 외국인근로자 등 우리 사회를 점하고 있
는 '비공식 부문'과 공존하는 방정식을 배우지 않으면 결코 갈등과 테러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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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2004. 9. 16 일자에 실린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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