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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적절한 규제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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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래 작성일04-09-26 15:13 조회3,9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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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적절한 규제도 필요 /

                                  ** 김대래 [부산경실련 집행위원, 신라대 국제통상학부] **

 
 
지난 6월 제11차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연차총회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렸다. 그 자리
에 참석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연설을 통해 "오늘날 세계가 40년 전에 비해 더 불평등해졌
다는 것은 슬픈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성장이 많은 나라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졌음에도 불
구,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졌음을 지적한 것이다.

2차대전 이후 세계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방화된 자유무역 체제 속에서 경제 발전
을 추진해 왔다. 세계적 차원의 시장개방 덕분에 많은 나라들은 빠르게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
었다. 그러나 경제 발전의 원천으로 생각한 시장은 다른 한편으로 범세계인 불평등도 잉태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시장(市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재계는 기회만 나면 정부를 보고 시장에
맡길 것을 주문하고 있다. '투자를 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규제를 먼저 풀어야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일관된 입장이다. 규제를 풀면 정말 투자가 늘어나고 성장이 촉진되는 것일까? 단기
적으로는 분명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도 그렇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선진국은 끊임 없이 개발도상국을 향해 자본시장의 개방을 충고한
다. 자본시장을 자유화하면 선진국의 자금이 몰려오고 그 결과 투자가 늘어나 경제 성장도 촉진될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들어오기 쉬우면 빠져 나가기도 쉽다. 돈벌이가 된다고 생각하면 밀고 들
어온다. 같은 논리로 그렇지 않을 경우 한꺼번에 빠져나가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1997년 동아시아를 강타한 외환 위기가 그랬다.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제적 능력에 비해
너무 문을 많이 열었던 나라들이 집중 타격을 입었다. 반면 자본시장을 개방하지 않았던 중국은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기업의 부실 측면에서 보면 우리보다 나을 것이 하등 없는데도
말이다. 더욱이 지지부진한 자본시장 자유화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자본은 지금 중국으로 몰린다.

시장은 효율적이지만 그 자체가 축복만은 아니다. 수많은 경제학자와 기업들은 효율의 상징으로
시장을 칭송하기 바쁘나 시장은 결코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은 또 멋대로
놓아두면 저절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할 때 비로소 시장답게 된다.

비유를 들어보자. 우리는 홍수를 조절하기 위해 댐을 만든다. 댐은 기본적으로 물을 가두는 역할
을 한다. 댐은 일시적으로 물길을 막지만 궁극적으로 홍수를 조절함으로써 물의 흐름을 돕는다. 시
장에도 바로 댐과 같은 규제가 가끔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규제는 일시적으로 시장의 자유로운
기능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시장을 더욱 시장답게 만드는 순기능도 적지 않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싸고 최근 뜨거운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공
정거래위원회는 건설업체의 담합으로 분양가가 높이 책정된 사례를 발표했다. 담합에 의해 해당
업체들은 분명 적정 수준을 넘는 이익을 얻었을 것이 틀림없다. 물론 그러한 장사 차원의 접근이
곧 우리가 칭송하는 시장의 원리는 아니다. 불공정 행위가 아니라 공정한 거래에 의해 참여자 모두
가 이익을 보도록 하는 것이 시장의 기본적 기능이다.

얼마 전 국내에서는 세계경제포럼(WEF) 동아시아 회의가 열렸다. WEF는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
와 세계화를 지향한다. 이 회의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와 시위도 열렸다. 대학로에서 열린 집회에
서 참가자들은 항의 서한을 작성했다. 그 가운데에는 "이윤을 위한 잔치를 중단하라"는 내용이 들
어 있었다. 바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앞세운 선진 자본의 논리를 정면에서 비판한 상징적인 지
적이었다.

물론 이같은 압박이 세계화의 큰 흐름을 막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맹신에 가까운 시장 개방에 제동을 거는 반대를 통해 세계 시장은 훨씬 시장다운 모습을 갖게 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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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9. 16 일자 국제신문에 실린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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