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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 기업 브랜드와 국가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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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석준 작성일04-07-16 18:30 조회4,4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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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기업 브랜드와 국가 브랜드

                                ** 임석준 [부산경실련 정책기획위원/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

 
 
제조업은 생산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임금이 높은 나라에서 낮은 나라로 이동하게 마련이라는 '제
품수명 주기이론'을 거스르는 현상이 최근 일본에서 나타나고 있다.

비즈니스 위크 등의 보도에 따르면 샤프가 2004년 1월에 미에현 가메야마시에 LCD공장을 신설하
자 그 주변에는 컬러필터나 편광판 등의 특수소재 공장이 덩달아 신설되면서 이 지역 일대가 LCD
관련 기술 클러스터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샤프와 더불어 도시바는 19억달러짜리 웨이퍼 공장을,
마쓰시다는 12억달러짜리 첨단 컴퓨터 칩 공장과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공장을, 후지쓰
는 15억달러짜리 로직 칩 공장을 일본 본토에 짓고 있다. 미니디스크(MD) 제조업체 켄우드
(Kenwood) 역시 말레이시아의 생산라인을 본토로 옮겨왔으며, 심지어 가장 먼저 해외의 싼 공장
을 찾아 나간 섬유산업에서도 제조업 역류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해외로 빠져나가기만 하던 공장이 왜 다시 일본에 복귀하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
요가 있다. 우선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 불황을 탈출하여 고급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가 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외에도 생산자동화와 유연생산체제의 도입에 따른 노동력
의 중요성이 감소되었다는 점, 그리고 기술 변화의 속도가 날로 빨라지는 환경 속에서 핵심 기술
의 유출을 방지하겠다는 일본 기업들의 전략 또한 본국 생산을 부추기고 있다.

위에서 지적한 경제 환경 및 생산 기술적 요인과 더불어 필자는 일본 기업의 해외이전 붐이 꺾이
고 국내에 새 공장을 착공하는 'U턴 현상'을 일본 기업들이 '기업 브랜드'와 '국가 브랜드' 사이에
서 국가 브랜드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한다.

기업 브랜드와 국가 브랜드를 동시에 잡으려다 실패한 사례는 소니(Sony)다. 소니는 1970~1990년
대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이자 기둥이었다. 전자제품 시장에서 철옹성을 쌓은 소니는 본국의 임금
상승으로 인해 'It's a Sony'라는 브랜드 이미지와 'Made in Japan'의 국가 이미지 사이에서 갈등
했다. 결국 소니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전략의 일환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 등지로 생
산설비를 이전했다. 즉, 동일한 제품이지만 일본에서는 가장 최신 모델을 생산하고, 말레이시아판
소니는 중가품을, 그리고 중국판 소니는 저가품을 만들어 고급 소비자 시장과 가격에 민감한 진입
시장(entry market)을 모두 석권하겠다는 문어발식 경영 전략이었다.

그러나 여러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소니의 전략은 처절한 실패였다. 주요 생산 기술을 외국 기업들
에 노출시켰을 뿐만 아니라 외국산 제품의 결함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만은 소니 제품에 대한 이미
지 실추로 이어졌고, 그 결과 글로벌 경쟁력에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일본 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동안 한국의 몇몇 대기업은 꾸준한 기술개발과 공격적 마케팅을
앞세워 일본 기업을 추격했다. 2004년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JD Power의 신차 품질조사에
서 현대차는 도요타에 이어 당당히 2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세계시장에서 삼성전자
의 휴대전화와 플라스마 TV 등은 동일한 일본제품보다 더욱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어 '메이드 인
코리아'는 더 이상 싸구려 이미지가 아니다.

일본 기업들은 '일본에서 잘 만들어 제값 받고 팔자'는 기치 하에 '메이드 인 재팬' 전략으로 회귀
하는 와중에 우리 대기업들은 제조 기술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앞다퉈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
고 있다. 자체 브랜드가 없고 노동집약 산업에 종사하는 중소 OEM 업체의 해외 진출은 불가피한
현상이라 할지라도 글로벌 브랜드를 구가하는 대기업마저 해외로 생산기지를 확충하여 '국가 브랜
드' 대신 '기업 브랜드'를 추구한다니 이는 씁쓸할 따름이다.

'일본'이라는 이름 뒤에 집요하게 따라다녔던 '잃어버린 10년'을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한다면 우
리 역시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의 늪에 안 빠진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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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6. 10 일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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