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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 미네르바 부엉이의 분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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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경 작성일04-05-10 19:12 조회5,0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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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럼] 미네르바 부엉이의 분별성

                                      *** 김태경 [동남발전연구원 원장, 부산경실련 시민교육위원장]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야 날아 오른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그의 책 '법철학' 서문에서
언급한 얘기다.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를 지키는 부엉이가 대낮에는 죽은 듯이 있다가 황혼녘에야
힘차게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온갖 복잡한 양상이 난무하는 환한 대낮보다 어둠이 깃들고 차분해
진 시간이어야 복잡한 세상사를 냉정하게,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황혼녘 부엉이의 얘기를 떠올린 이유는 며칠 전 신문에 난 기사 때문이다. 총선이 끝난 뒤 경제부
총리가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을 연이어 방문했다. '조용한 탐색전'과 '가시돋친 설전'으로 정리
한 그 기사는 권영길 대표와의 화기애애한 웃음과 박근혜 대표와의 설전 모습을 대비시켜 사진으
로 담았다.

하지만 정치적 이슈를 제외할 때 과연 한국의 정당들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당내 의원들의 성향
차이를 떠나 총선때 제시된 경제정책의 이념적 편차성을 따져본다면 아이러니하다. 경제분야 공약
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서로가 그렇게 얼굴 붉힐 관계도 아니고,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분류가 무
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열린우리당의 경제정책은 진보적 색채를 띠고 있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일자리 창출, 기업의 투
자활성화 등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서비스산업 육성과 공공부문을 통해 일자리 창출
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경제 정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업문제, 중소기업육성, 투자활
성화 등 현 한국경제의 과제를 그대로 담고 있다.

차라리 민주노동당의 경제정책들이 차별화돼 있다. 기성 정당들의 신성장 엔진론을 비판하면서 재
벌개혁과 노동자 경영참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비판 등 기성 정책들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
했다. 외국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당사를 방문해 민주노동당의 정책점검을 할 정도로 기존 정치권
과 배치되는 것으로 결국 경제정책 분야에서 민노당을 제외하곤 우편향적인 정책이 본류로 자리잡
고 있다.

총선이 끝난 지금 정치가 바뀌어야 경제도, 교육도 사회도 바뀐다는 민의가 명확하게 확인됐다. 그
렇다면 정당의 향후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경제 정책에 있다. 경제활성화나 일자리 창출 등 동일
한 경제 주제를 놓고 얘기하기보다 경제정책의 노선과 이념의 차별성을 확립해야 한다. 예컨대 향
후 경제정책의 우위가 경제적 효율인지, 사회적 분배인지가 분명하게 그려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두 마리 토끼처럼 양자를 다 잡겠다는 발상은 임기응변적 처신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으로 각 당의 노선과 이념에 맞는 구체적인 정책과 그 실천경로를 제시해야 한다. 자본주의 체
제상 누구든 시장의 원칙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시장에 대한 접근 경로는 차이가 있다. 예컨대 경
제의 역동성을 살리는 문제도 규제의 완화를 통한 시장근본주의적 정책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역
으로 정부의 거시적 규제와 개입을 통한 사회자유주의적 방식으로 갈 것인지가 분명해야 한다.

정당의 지지계층에 따른 경제정책의 우위성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산업과 기업, 소득계층별 분
배의 양극화가 뚜렷한 지금 빈자와 부자 모두에게 유리한 정책은 사실상 화려한 언어적 유희에 불
과하다. 경제정책이 어떻게 펼쳐지느냐에 따라 시장의 경쟁적 메커니즘은 달라지고 그 부의 상대
적 분배는 한 쪽으로 편향되게 마련이다. 단적으로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목표로 한다면 경제정
책의 우위는 당장은 성장을 위해 분배의 영역을 어느 정도 양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총선이 끝나고 정치의 발전을 기대하는 한국사회, 다가올 경제사회가 모두를 위한, 완벽하게 정돈
된 모습일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란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는 공
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해세력과 구성원들은 자신이 선택한 정당의 불명
확한 이념과 정책을 새롭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 수십년간 쌓여온 정치개혁 요구가 새로운 정치실
험 시대를 연 지금 미네르바의 황혼녘 부엉이가 던지는 지혜의 분별성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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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4. 30 일자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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