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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 교육과 경제가 함께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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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광수 작성일04-03-12 18:31 조회4,3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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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수 시론] 교육과 경제가 함께 사는 길
 
                                                        --- 조 광 수 [영산대 교수, 중국정치학] ---


세상에서 100m를 가장 빨리 뛰는 사람은 단 10초도 채 안 걸린다. 그런데 15초에도 허덕이는 초보
자를 훈련시킨다고 생각해 보자. 우선 유능한 교련이 필요할 것이다. 교련은 초보자의 기초 체력
을 다지게 한 다음 정강이에 모래 주머니를 채우고 하루 10시간 이상씩 강훈련을 시킬 것이다. 웬
만한 경우라면 12초 정도까지는 뛰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초의 벽을 깨려면 그저 땀 뻘뻘
흘리며 열심히 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리의 길이를 늘인다든지 아니면 새로운 주법을 개발
한다든지 하는 식의 뭔가 질적인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 머리를 써야 할 때 헤딩만 해서는 안 된다.

최근 우리 경제가 장기 불황의 조짐을 보이자 이런 저런 진단과 타개책 논의가 활발하다. 공통적
인 인식은 결국 교육의 문제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좋은 대학 들어가기’ 위주의 교육 즉 고등학교
3학년 실력이 평생을 결정하는 교육 시스템으로는 경제 성장의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사실 우리 경제는 땀으로 이만큼의 성과를 이뤘다. 가진 것이라고는 힘과 의지밖에 없는 상황에서
몸으로 때운 결과 1만달러의 개인소득 수준에 이르렀다. 문제는 2만달러의 수준으로 가려면 땀만
흘려서는 안되고 머리를 써야 한다는 것인데 그 머리를 쓴다는 것이 바로 대학 교육과 직접 연관되
어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이 쌓아 놓은 경험들을 무거운 책가방에 넣고 다니며 밤 새워 답습하는 것으로 100m 달리
기 12초까지는 겨우 왔다. 이제 10초 대에 진입하려면 새로운 주법을 개발해야만 하는데 그것은 대
학의 획기적인 시스템 변화로만 가능하다.

지금 우리 대학과 기업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한번 따져 보자. 소위 일류 대학에 입학한 학생
들은 그 울타리에 들었다는 안도감에 입학 전만큼 열심히 하지 않는다. 속칭 삼류 대학에 들어 온
학생들은 좀 더 나은 곳으로 옮겨가고자 편입 준비에 몰두한다. 설령 현실에 충실한 학생들이라 하
더라도 밤늦도록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내용은 영어와 취업 관련 과목들일 뿐이다.

기업들도 사원을 충원할 때 개인 정보가 아닌 집단 정보에 의존한다. 그 사람이 어느 집단에 속해
있느냐를 판별하는 것이 개인의 능력을 판별하는 것보다 훨씬 값싸고 수월하기 때문이다. 결국 학
생의 입장에선 많은 양의 공부와 시험에 틀리지 않는 공부에 집중해서 인정받는 집단인 명문대학
에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고 대학에 입학해서는 개인의 용량을 키우는 작업보다는 어학 같은
‘도구 학문’과 취업 준비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입장에선 힘들여 개인 정보를 파악
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공인된 집단 정보에 따라 충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교육과 경제 간의 악순환 관계를 선순환으로 전환하려면 좀 크게 그림을 그려야 한다.
최상의 방법은 대학을 아예 평준화시키는 것이다. 이를테면 부산의 대학들을 먼저 부산 1대학, 부
산 2대학, 부산 3대학 하는 식으로 서열화를 없앤다. 이어 부산 1대학은 이공대, 2대학은 상대 중
심 등의 식으로 전공 위주로 재구성한다. 서울이나 대구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학교가 아닌 공부하고 싶은 전공을 선택하면 된다. 명문이란 안도감에 게을러지거나 후
진 학교라는 부끄러움에 편입하겠다고 인생을 낭비할 필요가 없게 된다. 적성에 맞는 공부를 하면
서 자신의 용량을 키우는데 전력하면 된다. 기업은 기업대로 개인의 정보를 판단하는 기준을 새로
만들어 학생들의 자기 개발을 자극하면 된다. 사실 세상에는 늦게 되는 사람도 많다. 고3 실력이
평생을 좌우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봄이 왔다. 개학이다. 캠퍼스에 젊음과 활기가 가득하다. 우리 학생들이 눈앞의 실용성에 매몰되
어 작은 공부에 인생을 낭비하기보다는 허우대가 큰 집을 지었으면 좋겠다. 대학은 기술이나 기교
를 배우는 공간이 아니라 내공을 쌓는 곳이다. 내공이 강한 청년이 많아야만 우리 경제도 비로소
새로운 승세를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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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2일자 국제신문에 실린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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