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올해 경제, 근본을 다질 때 > 전문가칼럼

본문 바로가기
  
처음으로   회원가입   로그인 부산경실련 FaceBook 바로가기 부산경실련 밴드 바로가기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전문가칼럼

[초청]올해 경제, 근본을 다질 때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태경 작성일04-01-09 15:25 조회5,064회 댓글0건

본문

[경제포럼] 올해 경제, 근본을 다질 때
 
                                                    = 김 태 경 [동남발전연구원장] =

중국 당나라 때의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한유(韓愈)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지방으로 좌천되어 근
무할 때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정원을 꾸미고 꽃과 나무를 심었는데, 아무리 물을 주고 잘 가꾸어
도 나무들이 죽어갔다.

고민하다 사람을 불러 그 이유를 물어 보았더니 그 대답이 의미깊었다. “산이나 들에서 자란 초목
은 좀처럼 죽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원의 초목이 좀처럼 자라기 어려운 것은 사람들이 뿌리에는 신
경을 쓰지 않으면서 줄기와 잎 꽃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입니다. 뿌리가 튼튼히 내리면 초목은 스스
로 자라게 되는 법입니다. 그러니 먼저 뿌리가 내리기 전에 초목의 외모에는 신경을 쓰지 마십시
오.”

새삼스레 초목 가꾸기의 이치를 떠올린 까닭은 우리 경제를 둘러싼 우려 때문이다. 새해를 맞으면
서 짚어보는 우리 경제의 현실이 그 화려함의 그늘을 외면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올해 외형으로 본 경제성장 전망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민관연구소들이 내건 성장전망
치는 대략 5%대. 재정경제부는 6%의 성장률도 가능하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올해 세계경제가 본
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성장의 견인차로 작용할 수출이 두자릿수의 호조세를 든든하게 이어간
다. 여기에 극도의 부진을 면치 못하던 소비와 투자가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곁들여진
다. 정부의 정책 또한 이른바 거시경제의 3대 축인 소비와 투자, 수출에다 재정의 확대정책까지 더
해지니 적어도 지난해와 같은 고전은 겪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비록 두자리 숫자는 아닐지라도
저성장 시대에 5~6%대의 경제성장률, 그것도 3%를 밑돈 지난해에 비하면 올해 경제는 상당히 개
선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에는 언제나 불확실성과 불안요인이 존재하는 법. 한국경
제가 그렇게 정돈된 포장길을 달려갈 것이라고 앞날을 확신하기는 어렵다.

경제지표의 외양을 떠나 경제의 구조를 보자. 2000년대 들어 산업의 공동화에 우려가 깊어지고 있
다. 제조업의 활력이 감퇴하고, 탈공업화 현상이 두드러지며,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업들이 늘고 있
다. 이대로 가다간 국내의 산업 기반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이다.

물론 반론도 가능하다. 제조업체 수가 계속 늘고, 해외이전은 국제분업의 자연스러운 현상 아니냐
는 지적이다. 하지만 필드에서 느끼는 인식은 다르다. “한국에서 사업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광범
하게 깔려 있다. 시중의 부동자금은 풍부하고 기업의 현금보유는 늘었지만 현상 유지 이상의 투자
를 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기업의 해외진출은 다양하고 광범하다. 과거 섬유 신발 등과 같
이 국내에서 버티기 힘든 업종을 넘어 주력산업인 전자 자동차 조선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의 행보는 선진국이 걸었던 탈공업화의 과정과 엄연히 다르다. 선진국은 소득의 향
상과 신산업의 출현, 고도 서비스산업의 발전이라는 선순환적 길을 걸었다. 우리 또한 쇠락하는 전
통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신산업과 경쟁력을 기르지 않는다면 당장의 경기는 나아질지 몰라도 국
내 산업, 경제의 기반은 또다시 침체의 악순환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닥쳐올 위기상황에 대처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개혁이란 그런 점에서 인위적 변화를 미리 실천
함으로써 미래에 닥칠 상황을 반전시키는 수술작업이다. 그런 점에서 경제외적인 환경도 간과해
선 안된다. 우리는 90년대 후반 환란을 통해 소중한 교훈을 얻은 바 있다. 새해 벽두부터 여야의 정
쟁에 목숨거는 풍토는 자제해야 한다.

모래 위에 집을 짓는다 한들 온전한 집이 만들어질 리 없고 부실한 토양 위에 나무를 심는다 해서
숲이 울창해지지 않는 법이다. 겉치레만 중히 여기는 인간의 허영이 초목의 생명을 단축시키듯이
성장률 몇퍼센트에 일희일비하기엔 우리경제가 가야할 길이 멀기만 하다. 꽃과 잎을 가꾸는 허영
보다 경제의 근본을 다지는 일이 더 시급하다.



---------------------------------------------------------------------------------------
 국제신문 2004. 1. 6 일자에 실린 내용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Total 201건 6 페이지
전문가칼럼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41 노동자들의 파업을 대하는 사회적 인식에 문제가 있다 이영수 2003-06-29 5155
140 지방없는 지방선거, 모두의 패배 부산경실련 2010-05-20 5145
139 [초청]망각의 도시, 추억의 경제학 권기철 2007-02-03 5134
138 경륜장이 어찌 레져 시설이란 말인고? 김 정 미 2003-07-18 5118
137 [초청]묻지마 투표 부추기는 투표용지 부산경실련 2009-11-28 5109
136 [초청]부산의 경제고통지수 문석웅 2003-10-08 5101
135 인플레이션은 양날의 칼 부산경실련 2011-11-14 5099
134 진실게임 그리고 해법, 부산신항사업 명칭논란 이수호 2005-03-04 5088
133 재벌비리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진구 2006-05-14 5085
열람중 [초청]올해 경제, 근본을 다질 때 김태경 2004-01-09 5065
131 [초청] 미네르바 부엉이의 분별성 김태경 2004-05-10 5053
130 [초청] 정치, 아무나 하나 조광수 2004-02-07 5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