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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 북핵문제와 중국외교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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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광수 작성일03-11-10 17:25 조회4,7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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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수 시론] 북핵문제와 중국 외교의 변화
                                                                          --- 영산대 교수: 중국정치학 ---

우리에게 판소리가 있다면 중국에는 경극(京劇)이 있다. 경극은 괭괭거리는 요란한 징소리에 울긋
불긋한 분장도 화려하다. 게다가 훌쩍훌쩍 넘어대는 공중제비 묘기까지 더해지면 역시 중국적이라
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된다.

수많은 경극 가운데 중국인이 단연 좋아하는 내용이 있다. 첫째는 삼국지의 관운장이 적토마를 타
고 주군 유비를 찾아 오관을 돌파하는 모습이다. 나머지 하나는 수호지의 무송이 맨 손으로 호랑이
를 때려잡는 장면이다. 수호지 108명의 두령 중 맨손 격투기로 따지면 무송이 단연 최고수다.

문제는 시원시원한 관운장의 오관 돌파나 무송의 호랑이 때려잡기 모두 관객들에게 보이기 전에
무대 뒤에서 치밀한 각본에 따른 빈틈없는 훈련을 거친 결과라는 사실이다. 무송과 호랑이 역을 맡
은 배우가 격렬하게 싸우는 장면을 한치의 오차나 부상 없이 관객에게 보여주고 박수와 환호를 받
으려면 피나는 연습이 따라야 한다.

중국 외교가 바로 이런 모습이다. 무대 뒤의 연습을 중시하는 경극처럼 무엇보다 중국 외교는 장
막 뒤의 비밀스런 막후 접촉과 타협을 중시한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중국이지만 지금도 외교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그런 중국이 최근 북핵 문
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베이징 ‘3자 회담’의 주선에 이어, 다이빙궈 외교부 차관이 7월 한달
러시아에서 평양을 거쳐 미국까지 부지런히 다닌 끝에 베이징 6자 회담을 성사시킨 것이다. 북·미
양자 회담에서 풀어야 한다고 고집하던 북한을 설득해 다자 회담의 틀 속으로 끌어들인 비결은 무
엇일까? 물론 최종 타결까지 최소한 3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다.

중국이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선 까닭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북한에 대한 인식 변화다.
사실 북한과 중국은 혈맹 관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호 원조조약도 실효성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
라 군사개입 의무조항은 사실상 폐기된 상태다. 게다가 중국의 새 지도부는 김정일에 대해 상당한
불신과 반감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 정권을 지킨다’는 기조에 회의적인 징후까지 있다. 중국
의 인식이 이처럼 변한 것은 세대 교체에 따른 유대감의 약화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의 벼랑끝
전술이 지나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핵 보유를 과장하면서 미국을 자극하는 행동은 동북아 지역
의 안정을 바라는 중국에게도 위협적이다.

다음은 ‘핵 도미노’ 현상에 대한 우려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사실로 증명되면 가장 빠르게 반응
을 보일 나라는 아무래도 일본이다. 평화헌법 때문에 재무장을 못하고 있는 일본에게 북한의 핵 보
유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결국 안보 위기감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타이완
과 한국도 핵 보유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국의 분석이다.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은 높아
가고 중국은 ‘핵 소국’에 포위되는 형국. 지금 북핵 문제를 해결 못하면 충분히 예상되는 시나리오
다.

끝으로 중국 외교에도 서서히 근본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힘
이 강하면 정벌과 같은 적극적인 대외 정책을 펼쳤다. 반면 힘이 약하면 주변국과 유화책을 선택했
다. 중국은 지금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순응하고 있다. 하지만
2030년 또는 그 이전이 될지 예측은 힘들지만 충분한 힘을 비축했다고 판단되면 미국처럼 패권국
가의 길을 갈 것이 틀림없다. 이와는 별개로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 문제에는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
는 생각이다.

중국의 중재로 북핵 문제가 일단 평화적 해결의 물꼬를 텄다. 다행스럽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하
면 비감하기 그지 없다. 이른바 6자 회담은 냉전 체제가 끝나면서 사라졌다고 여겼던 남방(한·미·
일) 대 북방(북·중·러) 삼각관계 구도의 재연이 아닌가. 4대 강대국의 틈 속에서 우리 민족이 방향
타가 아닌 바람개비 신세가 되지나 않을지 마냥 걱정이다. ‘원려(遠慮)가 없으면 근우(近憂)가 있
을 뿐’이란 공자의 말씀이 가슴에 비수처럼 꽂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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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2003년 8월7일자 시론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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