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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열풍과 우리사회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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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진구 작성일03-10-31 09:19 조회5,9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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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열풍과 우리사회의 과제
                                                                    -- 차 진 구 --

  얼마전 '10억만들기'라는 세미나가 모 인터넷 채용정보업체 주최로 개최되었는데, 비가오는 날씨
에도 불구하고 1천명이 넘는 참가자가 모여 성황을 이루었다는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접한 적이
있다. 요즘 30-40대의 직장인을 중심으로 "10년에 10억 만들기"의 열풍이 일고 있다고 한다. 재테
크관련 서적 중에도 10억만들기 관련 여러 저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이들 책들이 베스트 셀러군에
포함되고 있으며, 심지어 인터넷 포탈사이트에서도 '10억 만들기' 관련 카페가 개설되는 등 10억
만들기 열풍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10억 만들기의 내용을 보면 돈에 대한 고정관념과 습관을 버리라는 것에서 출발하여, 부자들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하고, 10억을 만드는 비법이나 단기 완성법을 공개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중
요한 것으로는 철저한 공부, 스케줄과 필요한 금액, 연령에 따른 자금변동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하
기를 요구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 피해야 할 것도 있는데, 승용차와 신용카드 그리고 보증이 그것
이다. 부지런함과 검소함은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이 부자가 되기 위한 요소가 된다. 그 일면을 들여
다보면 모두가 타당성이 있는 이야기들이며, 상식적인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데 하필 '10억 이냐고 반문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들이 말하는 '10억'은 '개인이 소유
할 경우 부담스러울 정도의 제법 큰 금액이면서도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액수'라고 이야기한
다. 우리의 경제여건이나 소득수준 등을 고려할 때 1억으로는 집 한 채 마련하는 것도 벅찬 경우
가 있을 정도이며, 2-30억 이상은 지나치게 큰 금액으로 모을 수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단
이 일반소득 수준의 직장인들이 가지는 생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10년 내에 10억을 모으기 위해서는 어떠한 길이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요즘 시
중은행의 정기적금 금리는 4.5%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상호저축은행의 정기적금
금리는 이보다 약간 높은 6%대 정도라고 한다. 만약 상호저축은행을 이용하여 저축을 할 경우 5
년 만기 정기적금을 불입하고, 5년 후 이를 정기예금으로 전환하고 추가로 5년 만기 적금을 부을
경우, 한 달에 약 650-700만원 정도의 금액을 꼬박 저축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반 직장인이
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임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저축을 통한 10억 만들기는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를 해야만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데, 10억 만들기
의 당사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부동산이라고 한다. 상대적으로 안정성과 수익성이 높다는 것
인데, 주식의 경우, 완전히 자본을 다 날려버리기도 하지만, 부동산은 그럴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재건축이나 신규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를 이용하기도 하고, 틈새시장인 펜션, 농가주택 등이 투자
대상이다. 결국 10억 만들기에도 부동산 투기가 가장 많이 이용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직장인들의 10억 만들기 열풍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투자원칙이나 생활습관을
강조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상적인 노력보다는 부동산 투기
에 집중된 측면이 강하고, 유행과 타인의 사례를 추종한다는 점 때문에 여러 가지 사회적 병리현상
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철저한 계획과
현실인식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이 들 중 대다수는 타인의 '비법과 단기완성'만을 찾는가 하면, 현
실성 없고 계획성 없는 투자계획으로 실패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럴 경우 상대적 박탈감의 심화
와 재기의 어려움으로 심각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들의 10억 만들기 열풍은 요즘의 어려운 경제여건과 직장과 미래에 대한 불안과도 무관하
지만은 않은 듯 하다. 과거의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이고, 언제 직장을 잃게 될 지도 모를
불안속에서 살아가는 직장인들은 무엇가 돌파구를 찾지 않을 수 없다. 전반적 생활수준의 향상으
로 여가와 문화욕구에 대한 기대심리는 계속 향상되고 있는 반면 소득수즌의 향상이 이에 따르지
못할 뿐 아니라,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으로 인한 만성적 실업의 증가는 직장과 미래에 대
한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게 하고 있다.

  얼마전 모 취업전문업체는, 최근 1-5년 차 직장인 중 49.3%가 다른 업종으로의 이직을 희망하고
있다는 결과를 내 놓았다. 현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그 만큼 낮다는 것이다. 또한 고학력 전문직 종
사자 10명 중 6명 정도가 여건이 허락한다면 해외이민을 할 의사가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경제적으로나 교육, 문화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사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인데, 개인
이 사회적 모순을 해결해 나갈 능력은 안되고, 지금의 현실에 적응해 나가기에도 벅차다는 판단이
대다수 중산층의 생각인 듯하다. 이에 비해 서민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소외감은 이들보다는 훨씬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사회가 정상적인 자신의 직업만으로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30-40대의 대다
수 직장인에게 팽배해 있다는 것은 실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부터 열풍이라고
표현하여야 할만큼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로또 열풍이나 프로야구의 이승엽 홈런볼 열
풍 등을 볼 때, 우리사회가 정상적인 생활로 행복을 영위하기에 부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간접
적인 반증이 아닌가 하여 씁쓸한 마음마저 든다.

  우리사회가 직장인들에게 희망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개인
적 안위를 위해 공동체를 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나라를 등지고 외국에 사는 길을 선택하게 하는
우리사회전반에 대한 냉철한 평가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부자와 특권층만이 잘 살 수 있고, 대다
수 서민들은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제도에 크나큰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이다. 경쟁일변도의 이기주의적 풍토와 과도한 교육열과 입시제도에 따른 부담, 사회적 안전망
의 부재와 전반적 사회보장제도의 부실은 이러한 '10억 열풍'과 '이민 열기'를 부추기기에 충분하
다고 할 것이다.

  우리사회가 하루빨리 정상적인 노력으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회로 변화해 가기 위해서는 어떠
한 정책대안이 필요하며, 시민사회의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깊은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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