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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 건강한 도시를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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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석웅 작성일03-10-30 12:03 조회4,3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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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건강한 도시를 위한 조건

                                                        --문석웅 [경성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비록 같은 시간대에서 삶을 견인해가고 있는 사람들일지라도 각자가 따라가는 궤도의 차원은 천차
만별이다. 21세기 동시대의 세계 도시들 역시 그 품격에 있어서는 다양한 모습이다. 우리의 운명
을 걸고 있는 무대인 고향도시가 답답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마음에 차지 않는 곳일지라도
내일이면 더욱 건강하고 풍족한 무대로 변화하기를 바라는 깊은 염원이 시민들 마음 속에는 있다.
그렇다면 건강한 도시들은 과연 어떤 징표들을 갖추고 있는가?

건강한 도시들은 그 도심을 며칠 걸어 다니더라도 셔츠의 깃이 깨끗하다. 몇 년을 타고 다닌 자동
차의 엔진덮개에서도 먼지를 별로 발견할 수가 없다. 반듯하게 다듬어진 보행자와 자전거 전용도
로가 도심구석까지 연결되어 있고,곳곳에서 시민들이 던져놓은 자전거들이 수북하게 엉겨있는 모
습들도 낯익다. 길고 넓게 뻗친 보행자 천국의 거리에 나서면 보도에 넘치는 저항할 수 없는 에너
지 때문에 누구든지 생기에 넘치지 않을 수 없다. 비즈니스 상가에 걸린 간판들에게서조차 정돈과
조화의 멋을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다.

인파와 차량행렬이 파도처럼 이어지지만 정성을 듬뿍 받아서 오랜 세월 곧게 자란 가로수들이 시
민들을 포근히 감싸준다. 도심을 흐르는 맑은 하천들 주위로 아담스레 조성된 공원들과 포장마차
들은 샐러리맨들의 하루 피곤을 녹여주기에 충분하고 낭만적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도시 구석마
다 건재한 역사와 문화유산이 여유의 자락을 펼쳐 보인다.

월드컵 기간 중에 한국을 방문했던 외국인들은 서울의 대기가 깨끗한 것에도 상당히 놀랐다고 한
다. 그동안 국제기구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서울의 대기오염은 항상 세계도시들 중에서도 나
쁘기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이 놀라움의 이면에는 차량이부제 이외에도 환경부의 권고에 의해서
국내정유사들이 손실을 무릅쓰고 5~6월 두 달 동안 유황의 함량이 현저히 낮은 초저유황 경유를
주유소에 공급한 작전이 숨어 있었다.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을 위하여 우리는 깜
짝쇼를 한 셈이다. 그 날의 외국인들이 매연과 오염,소음이 넘치는 일상으로 돌아간 서울을 다시
방문하게 되는 날,그 사이에 나빠진 서울의 공기에 한번 더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잠시 이 땅을 스쳐갈 따름인 외국인들을 위해서 왜 그렇게 파격적인 배려를
한 것일까? 왜 평소에는 우리 국민들이 그러한 배려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것일까? 우리 시민
들은 서구 또는 일본 사람들의 정돈과 깔끔함보다는 우리식 도시의 너저분함과 코와 목구멍에 담
배연기처럼 살짝 느끼는 매연의 잔재에 더욱 친근함을 느끼기 때문일까? 그래서 관행의 반복에서
더욱 편안함을 찾는 시민과 공직자들이 더 많다는 것일까?

한가지 분명해진 것은 국내 대도시들의 대기를 회복시킬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입증되
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산허리를 잘라서 도로를 계속 확장하기보다는 운행차량들의 소형화,질
높은 연료의 공급,대중교통 수단의 효율화를 통해서 대중교통에 대한 수요를 더욱 촉진하는 조치
들이 강도 높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보도와 현재의 버스전용차선을 포함하는 2개
차선을 새로 조정하여 버스와 마티스급의 소형차 전용도로와 자전거 및 보행자 전용도로로 재구성
하면 소형차와 자전거 이용에 대한 인센티브가 될 것이다.

버스운영체계도 승객우선 체계로 전환하여서 1시간, 2시간 또는 하루 유효한 티켓을 구입한 승객
들이 가장 빨리 오는 버스를 타고 필요한 경우 아무 정류장에서나 버스를 갈아탈 수 있는 제도로
바꾸면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현재보다는 20분의 1 또는 10분의 1로 단축될 수 있을 것
이다. 압축천연가스 버스와 충전소의 보급이 더욱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도록 버스조합과 시 당국
의 행보 빠른 적극성도 요구된다.

서울 청계천 복원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다른 대도시들의 하천재생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기업마다 산업의 환경화,환경의 산업화를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도시마다 쓰레기 매립지
와 소각로의 건설,쓰레기 수집에 예산을 지출하는 대신 재활용산업을 지원하여 자원순환 시스템
을 제대로 갖춘다면 국내도시들은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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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7. 23 일자 부산일보 경제칼럼에 실린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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