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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외로운 검객 노무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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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광수 작성일03-10-17 18:01 조회5,5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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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수 시론] 대통령이 외로워선 안된다
 
 "외로운 검객 노무현 대통령"      -- 조광수(영산대 교수·중국정치학) --



무협지의 영원한 테마는 갚음이다. 무협지의 주인공은 은혜 갚거나 원수 갚으러 천하를 떠돌며 종
횡무진 칼을 휘두른다. 결국 갚음은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끝에 가서 남는 사람은 아무
도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무협지의 필마단기 검객을 닮았다. 그가 극적으로 대통령이 된 과정을 보면 바로
외로운 검객의 비장미 그 자체다. 당내 경선에서부터 최후의 승부까지 오직 소신과 인기라는 검 하
나만을 의지하며 파죽지세로 이겨왔다.

노련한 경력의 상대와 젊고 부유한 상대를 단칼에 베고, 경험으로나 명망으로나 이미 강호(江湖)
를 움켜 쥔 듯한 상대까지 거뜬히 물리쳤다. 노무현 대통령이 천하 제일 검이 되는 과정은 금용(金
庸)의 무협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압권이었다. 외로운 검객이 천하를 통일한 지 어언 7개월이 지
났다.

노 대통령이 최근 민주당을 탈당했다. 집권당이 없어진 것이다. 집권 말기 권력의 기운이 떨어져
대통령이 당에서 떠밀려 나온 예는 있었지만 집권 초기에 집권당이 없어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다. 대통령은 탈당의 변으로 “당적 문제가 정치 쟁점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민주당적을 포기한
다”라는 표현을 했다. 그리고 국민을 상대로 직접 대화하고 설득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무당적
대통령이란 선택이 과연 정치 발전에 보탬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그저 서툰 실험으로 끝나고 말 것인
가.

우선 정치 쟁점화를 막는다는 목표부터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당장 야당에선 어중간한 입장을 취
하지 말고 정직하게 예뻐하는 신당에 입당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9일까
지 기다렸다가 내년 총선의 분위기를 봐서 당적 문제를 결정하겠다는 의도 자체가 기회주의적이
고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사실 기왕에도 소수 집권당의 지지만 받던 대통령이 그마저도 없어진 상황에서 소신껏 정국을 운
영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그리고 신당은 노 대통령의 인기가 있어야 성립되는 정당이다. 만일 연
말이 되어도 대통령의 인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신당으로서도 대통령의 입당이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겼던 민주당은 이미 집권당이 아니고 사실상의 집권당 역할을 하겠다는
신당마저 기대만큼 뜨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무당적 대통령이란 문제는 오히려 더 소모적인 정치
쟁점이 되고 말 것이다.

다음, 집권당을 통한 국회와의 대화와 타협을 포기하고 국민을 상대로 직접 정치를 하겠다는 구상
은 자칫 여론몰이식 대중주의로 빠져버릴 우려가 있다. 물론 변화를 바라는 대중의 인기로 당선된
노 대통령으로선 외로움을 위로 받을 상대는 결국 대중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도 예전 같지 않다.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대중의 상당수가 이미 돌아섰기 때문이
다. 게다가 대국민 직접정치란 대의 민주주의의 기본에도 배치된다. 4천6백만 명의 국민이 한 광장
에 모여 직접민주주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의정치는 부득이한 선택이고 대의정치는 곧 정당
정치라는 기본 도식에 어긋나는 구상인 것이다.

분명한 것은 무어라 설명을 하건 노 대통령의 정치 개혁은 그다지 발전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자
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들까지도 지지자로 돌아서게끔 탕탕평평(蕩蕩平平)한 통합정치를 했었
어야 함에도 내부 결속조차 제대로 못 해서 오히려 지지세력마저 갈라서게 만들었다. 당정 분리를
통한 정치 발전이 설령 대통령의 소신이고 철학이라고 해도 임기 초부터 지금 같은 모습의 무당적
대통령이란 실험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사람이 10년 걸려 할 것을 그가 5년에 해주기를 기
대했기 때문이다. 반듯한 방향의 변화를 바랐던 것이다.

무협지의 검객은 외로워도 된다. 하지만 일국의 대통령은 외로움을 즐겨서는 안 된다. 여민동락(與
民同樂)해야 하고 그러려면 스스로 섬이 되고자 뺄셈 정치를 해서도 안 된다. 노 대통령이 결국 혼
자만 남는 무협지의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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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2003. 10. 15 일자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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