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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센텀시티 난개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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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석웅 작성일03-09-24 09:47 조회4,9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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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센텀시티 난개발 안된다

                                              문석웅   -경성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센텀시티에 시민들이 기대를 걸었던 것은 부산시가 그동안 대내외적으로 많은 홍보를 해온 탓이었
다. 3대 밀레니엄 프로젝트라는 장려한 이름을 내걸고 계획된 개발사업의 하나인 만큼 프로젝트
의 팡파르부터 충분히 주목을 끌었던 것이다. 동부산권 개발,서부산권 개발과 더불어 소위 미래의
도시,디지털 첨단도시의 요람으로 센텀시티를 건설하겠다고 스스로 공언해 왔다. 고급화된 레저
도시,엔터테인먼트 도시,아시아의 허브항만 등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홍보해 왔던 것이다.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새로운 천년의 획을 긋는 프로젝트라는 뜻이니 그 프로젝트에 담고 있는 구
상이 얼마나 심원할 것인가. 100년 앞을 내다보고 건설하는 백년의 도시,센텀시티이니까 그 계획
의 구상에서부터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겠는가.

부산은 광역시라 불리지만 좁은 도시이다. 이제 동부산,서부산,그 중앙에 있는 센텀은 마지막 남
은 프런티어이다. 밀레니엄 프로젝트라 함은 천년에 겨우 한번 가질 수 있는 정도의 소중한 기회
를 우리가 활용하는 프로젝트이고 센텀시티라 했음은 앞으로 100년 동안에 이만한 개발계획에 비
길 수 있는,그만한 위치에 그만한 공간을 다시는 가질 수는 없을 가치를 지니는 중추도시라는 의미
를 담고 있는 것이리라. 따라서 그 이름에 걸맞게 지금 형편이 되지 않으면 5년,10년,20년 착공과
완공이 늦어지면 어떠한가.

수영강 다리를 건너면서 좌우로 강,바다와 멀리 굽이치는 산의 자태를 한번 눈 여겨 바라보면,이처
럼 아름다운 자연정경을 어디에서 쉽게 바라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매일 출퇴근 때
에 우리 마음에 평온함을 주는 정경을 바라보는 짧지만 소중한 순간을 이리도 손쉽게 얻을 수 있겠
는가 싶어진다. 이제 그 정경 한가운데에 40~50층의 아파트 단지가 우뚝 가로서 막아버리는 모습
은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비극이다. 그리되면 우리는 부산의 어디에서 정붙일 곳을 찾을 수 있을
까. 더군다나 우리는 돈을 들여가면서 그렇게 하려 한다.

우리는 왜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인가,그 목적을 스스로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프로젝트에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원을 투입해야 하고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복지여건과 행
복의 증진을 마땅히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적 풍요를 보다 많이 누리기 위해서 희소한 산과
녹지를 희생하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통해서 부산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작품,뛰어
난 상상력이 깃들고 후손들의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 놓아야 한다.

산의 미려한 자태와 강물의 유유함과 파도 일렁이는 바다조망을 가로막는 천편일률적인 고층 아파
트들은 서울에도,부산에도,시골에도 넘쳐 나서 보는 이의 숨통을 죄는 공해적 존재가 되고 있다.
부산에는 대기오염,교통난,수질·해양오염도 모자라서 도시의 매력을 깎아내리는 난개발 아파트 공
해가 추가되고 있다.

경제적 풍요는 다양성에서 비롯된다. 자연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도 그 다양성으로 인한 것이며,
자유시장제도가 우수한 것도 인간의 재능과 욕구를 최대로 반영하는 다양성이 담보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다양성이 넘치는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상상력과 샘솟는 창의를 유발해서 사회발
전의 원동력이 된다. 획일화된 도시디자인은 이들의 상상력을 질식시키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후손들로부터 위임을 받아서 100년만에 주어지는 기회,천년의 획을 긋는 기회를 쓰는 권한을 위임
받았다면 마땅히 최상의 결과를 추구해야 한다.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작품들이 부산의 위상을 드
높이는 매력포인트를 하나 더 추가하고 시민들의 마음에 여유를 더하는 새로운 것이어야 할 것이
다.

파리의 부심 도시인 라데팡스는 30년 이상에 걸쳐서 진행되었으며,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도 완공
에 20여년이 소요되었다. 유럽의 성당들은 100~200년에 걸쳐서 완공돼 가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언제 우리의 진짜 혼이 담긴 프로젝트를 한번 제대로 수행해보려는 것인가. 계획상의 일시적 차질
앞에서 지혜롭게 인내하기는커녕,근시안 관료들에 의해서 부산시의 미래가 걸린 밀레니엄 프로젝
트가 못나게 굴절된 채로,난개발 비판 속에 강행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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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2월 26일자 부산일보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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