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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노동문제, 민주화시대에 걸맞은 시각으로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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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영수 작성일03-08-04 17:00 조회4,8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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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문제, 민주화시대에 걸맞은 시각으로 바라보자】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노동자들의 파업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노

동자들의 이기주의가 극에 달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노동자들의 이기주의가 파업의 주된 요인

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전에, 그들이 왜 저렇게 파업을 하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

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면 오랜 군부독재시대가 끝나고 민주화시대가 열리는 이 시점에서 노동자

들의 파업을 현상적 측면보다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분석해서 그 근본적 원인을 찾아내는 방식이

바람직하고 미래지향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노동문제에 대해서 제 나름대

로의 생각을 적으니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여러분들의 시각에 조금이라도 유익한 역할을 할 수 있

기를 기대합니다   

 
  <노동경직성의 원인>

노동자들의 기득권 때문에 노동경직성이 생기고 그로 인해서 노동유연화가 어렵다라는 말이 있습

니다 물론 노동자들 또한 사람이니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기득권을 주장할 수 있고 그러다 보니 자

연히 노동자들의 기득권이 노동경직성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

가야 할 것은 노동경직성의 문제가 전적으로 노동자들의 이기적인 욕심 때문에 발생하는가 라는

점입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한국의 노동자들이 임금과 해고에 집착을 보이는 모습을 기득권의 문제로 볼

수 있겠지만 그런 현상을 단지 노동자들의 이기적인 인성으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입니

다 다시 말하면 임금과 해고에 노동자들이 심각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으며

그런 근본적인 원인을 고찰하면서 노동경직성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근데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을 고찰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노동자들의 임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합니다 왜냐면 임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전제 될 때 노동경직성의 근본원인에 정확하게 접

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국가에서 노동자들이 얻을 수 있는 실질임금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업으로부터 받

는 임금은 물론 그 노동자가 사회적으로 보장받는 복지의 질과 양도 임금에 포함시켜야 됩니다 다

시 말하면 노동자들의 총 임금은 기업으로부터 받는 임금과 사회와 국가로부터 보장받는 임금을

합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국가와 사회로부터 보장받는 임금과 그에 상응하는 권리가 높을 수록 기

업으로부터 받는 임금에 대한 의존이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근데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한국의 복

지수준은 동남아시아의 국가보다 못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국가와 사회로부터 보장받는 임금과 그

임금에 상당하는 모든 권리와 제도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노동

자들은 기업으로부터 받는 임금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노동경직성의 일차적 유

인이 생기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한국은 유럽과 같이 사회 안전망과 재취업구조가 제대로 갖추어

지지 않아 한 번 직업을 잃게 되면 다른 직장에 재취업하기가 힘들고 실업 급여 또한 보장받기가

쉽지 않기에 한국의 노동자들은 기업임금에 더욱 집착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노동경직성이 더욱 고

정적으로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노동경직성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로부터 유연화를 유도할 수 있는 사회 국가적

복지체제가 우선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수구언론들과 기득권 세력들은 이러

한 근본적인 원인을 무시한 채 노동경직성의 원인을 노동자들의 이기주의로 몰고 가는 경향이 많

은데 이것은 노동유연성을 위한 제반조치를 구비하지 않고 노조들의 요구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

려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부당합니다   


  <고학년청년실업문제>

 혹자들은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에 신규취업자들의 구직이 어렵다면서 노조를 비난하기도 합니

다 물론 노동시장의 경직이 청년실업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경기

변동과 산업의 고도화에 따른 노동력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라는 일반적 상황과 고학년 노동력

의 공급과잉이라는 한국적 상황에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구체적이고 계획적인 비전 없이 90년대 초 대학교 인가를 무분별하게 내주었고 그로

인해서 고학년 노동력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고학년청년실업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하반기부터 쏟

아져 나올 대학졸업자가 41만 8천 여명으로 지난해보다 6만 여명 증가할 예정인 데 비해 100대 기

업 채용예정 인원은 2만 2백 여명으로 오히려 지난해보다 줄어 취업전선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

지고 있다.--중략--- 2005년에는 2004년보다 15 만 명 많은 57 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대졸

인력 ‘공급과잉’에 따른 취업난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경향신문 취업문 갈수록 좁아진

다-) 더욱이 이러한 고학년 노동력들이 정부의 무관심으로 인해서 거의 차별화 되지 못한 교육을

받고 노동시장에 나오다 보니 경쟁력이 떨어져서 자연히 신규취업이 어렵게 되어 고학년청년실업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그러니 신규취업의 어려움은 노동경직성의 문제보다는 경기의 주기

적 불황이라는 수요의 문제와 정부의 대책 없는 대학생 양산으로 인한 노동력초과공급의 문제에

서 비롯된다고 봐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것입니

다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의 차이>       

 학문적으로 볼 때, 대기업노동자들의 노동운동이 중소기업노동자들을 선도하느냐 아니면 오히려

중소기업을 억압하느냐는 많은 논란이 되어 왔지만 대체적으로는 대기업노동자들의 노동운동이

중소기업의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견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의 경우 또한 지금까

지의 노동운동이 한국노동자들의 노동조건개선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효과를 앞으로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된 노동계내부에서 더욱더 각별

한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기업노동계의 노력이 있기 전에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불합리한 관계가 청산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왜냐면 요즘 중소기업 측에서는 대기업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르면 그 대기업의 하청을 받는 중소

기업의 납품대금이 그만큼 낮아져서 중소기업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고 있지만 이

러한 잘못된 관계가 먼저 바로잡혀야지 대기업 노동자들의 성장이 중소기업노동자들의 성장에 도

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한국경제는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대만과 달리 하나의 대기업에 수많은 중소기

업들이 종속되어 있는 경제구조가 필연적으로 구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중소기업

은 대기업으로부터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서 사업을 할 수밖에 없으므로 노동비용에 집착하게

된 것이고 중소기업노동자 또한 이러한 처지를 잘 알기 때문에 임금상승을 위한 노조조직은 꿈도

못 꾸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대기업노동자들은 보다 자유롭게 노조활동을 할 수 있어서 중소기업

노동자들과 자연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이 현상적 측면에서는 대기업노동자들의 성장

이 중소기업 노동자들을 억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중소기업노동자들이

더욱 열악해 지는 건 대기업노동자들의 책임보다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정부주도의 대기업위주

의 경제성장정책으로 인해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종속, 수탈되거나 정부로부터 소외 받으면서

발생되는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그러므로 대기업노동자들과 중소기업노동자

들의 차이를 근본적으로 좁히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대기업의 부당 행위 근절과 중소기업의 구

조조정방안을 강구해야 되고 거시적으로는 한국경제체질자체를 개선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노조를 어떻게 볼 것인가>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실에서 자신의 밥

그릇을 위해서 노력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할 것입니다(노동자이건 기업가들이건 인간이라면 이기

적인 존재이며 이러한 이기적인 존재가 경제를 발전시킨다라는 아담 스미스의 자유방임주의를 한

국의 주류들이 인정한다면 노동자들의 이기적인 욕망에 대해서도 논리적으로 인정을 해야 함) 

 물론 노동자들이 이기적인 존재라고 해서 그들의 주장까지 그대로 수용해야 된다는 말은 아닙니

다 다만 노동자들을 이기적인 존재라고 규정할 수 있다면 그들의 주장을 원천적으로 막기보다는

그들의 주장을 순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한

국사회는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까지도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원천적으로 억압하는 수구적이

고 봉건적인 세력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사회에서 노동운동과 빨갱이를 구별짓

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년도 안되며 아직까지도 의식저변에는 이러한 논리가 숨어 있다라고 판단

됨)

 사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2500시간이 넘는 장시간 근로와 산재사고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의 노

동자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건 너무나 당연할 일입니다 입장을 바꾸어놓고 생각해도 여러분들

이 그런 장시간이 넘는 근로와 산재사고에 노출되어 있다면 분명 어떤 요구를 할 것입니다

 근데 한국은 아직도 이러한 요구를 "경제가 어려워서" 아니면 "경제가 좋는데 왜 그러지" 심지어

는 "가뭄이니 파업하지 마라"라고 이야기하면서 노동자들의 요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습니

다 이것은 솔직히 이야기하면 군소리하지 말고 장시간 노동과 산재에 노출되어 있어야 된다는 군

부시대의 시각과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요즘 들어 언론에서는 8년 동안 국민소득 만 달러에 묶여 있는 큰 이유로 전투적 노동운동의 책임

이 크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렇게 비판하기 전에 전투적 노동운동의 원인을 먼저 헤아릴 필

요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우리가 지금 만 달러에 8년 동안 묶여 있는 이유를 노동자의 책임뿐만 아

니라 경제주체모두에게 책임이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전투적인 노조에게도 문

제가 있겠지만 아직도 전근대적인 경영방식을 고수하면서 선진적인 경영기법을 도입하지 않는 기

업들(현대의 유동성위기와 S.K 사태를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과 경제체질을 장기적으로 개선하

기보다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에만 힘쓰면서 장기적인 전략이 부재한 정부의 책임도 있다는 것입니



  <결론>

 지금 우리 사회는 군부시대에서 민주화시대로 변모하면서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었지만 그만큼

갈등도 많이 키웠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을 얼핏 보면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이러한 혼란을 민

주화시대를 실질적으로 맞이하기 위한 관문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이러한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

는 것이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길임이 분명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과거와 같이 어떤 특정한 계층이

물리적, 사회적 힘을 빌려서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보다는 협력과 이해로 갈등을 해소하는 방식으

로 나아가야 하며 노사관계 또한 그런 상생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때 사회안정은 물론 경제발전

을 도모할 수 있음을 우리들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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