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초읽기에 몰린 FTA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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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장표 작성일06-03-26 11:54 조회4,370회 댓글0건본문
[경제칼럼] 초읽기에 몰린 FTA 협상
** 홍 장 표 [부산경실련 공공개혁위원 / 부경대 경제학부]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뜨겁다. 영화계와 농민단체는 거리에서 '한·
미 FTA 반대' 구호를 거세게 외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일부 국내 이해집단의 '작
은 이익' 때문에 '더 큰 이익',세계 일류통상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반대론
을 일축했다. 그리고 1등만이 살아남는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한·미 FTA는 세계 최고와 한번 겨뤄
보자는 의미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과의 FTA 협상은 자유무역협정을 넘어 경제통합협정에 가까울 정도로 의제가 광범위하다
는 것이 특징이다. 제조업,농업,서비스는 물론,투자와 국내정책까지 포함한 거의 모든 경제분야의
의제들이 포괄적으로 다루어진다. 미국은 협상개시 선언과 함께 지금까지 미국이 체결한 FTA 가
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요구할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농업,제조업,금융,교육,의료 서
비스 등 전 분야에서 예외없는 시장개방을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또한 투자와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미 국내법과 관행에 상응하는 권리를 한국에서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협상에 임하는 이런 미국의 입장으로 보아 한·미 FTA가 우리 경제에
미칠 파고는 IMF 외환위기 때 겪었던 구조조정에 비견될 정도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는 칠레나 싱가포르 등 지금까지 우리가 체결했던 FTA에 비추어 볼 때 피해분야는 확
실하지만 이익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특징이다. 농업 부문의 경우 쇠고기에서부터 곡물,과실
류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농산물 생산액은 적게
는 2조원,많게는 8조원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의료와 교육,금융 등 서비스 분야도
경쟁력이 떨어져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에 더하여 무역수지 악화도 빼놓을 수 없는 손실이다. FTA
체결 시 우리의 대미시장 수출보다 수입 증가폭이 훨씬 커서 무역수지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공산품 분야의 수출 증대,대외신인도 향상,외국인투자 확대와 경제체질 개선이 우리가 기대
하는 FTA의 이득이다. 그중에서 우리의 가장 큰 이득은 세계 최대 시장을 확보하는 데에 있다. 한
국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현황을 극복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득의 크기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한·미 FTA 체결의 최대 수혜 분야라고 알려진 전
자제품과 자동차 분야에서도 이득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전자제
품에 대한 관세율은 2%에 불과해 수출증대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시장개
방과 경쟁 촉진으로 인한 경제체질 개선의 효과도 미래의 상황에 좌우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
다. 이번 협상에 대해 '현금 주고 어음 받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손익계산에서 위험부담
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고 위험부담도 큰 협상인 만큼,부문별 효과와 역효과
를 충분히 검토하고 치밀한 전략과 준비가 필요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정부가 그동안 협상을
주도면밀하게 대비해온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원래 우리의 FTA 로드맵에서 중장기 과제로 잡혀
있던 미국과의 FTA 협상이 어느 날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느낌이다. 협상일정도 미국의 국
내법 사정에 맞추다보니 매우 촉박하게 잡혔다. 이런 일정대로라면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협
상이 모두 마무리돼야 한다.
협상에 임하는 우리 정부는 초읽기에 몰린 바둑기사처럼 보인다. 어떤 사안들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는지,또 어떻게 여론을 수렴해 협상을 진행할 것인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단지 '더 큰 이
익'을 위해 FTA를 서둘러 체결해야 한다는 당위성만 이야기할 뿐이다. 사실 미국과의 협상도 중요
하지만 국내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더 많고 어렵다.
그런데도 정부는 '선 협상 후 갈등해소'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미국의 강경한 태도를 감안할
때 최악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럴진대 협상일정에만 매달려서는 곤란
하다. FTA가 아무리 중대한 과제일지라도 이렇게 서둘러서 될 일은 아닐 것이다. 미국이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해온다면 발길을 돌린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할 때 진정 '더 큰 이익'을 얻지 않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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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2006. 3. 17 일자에 실린내용입니다.
** 홍 장 표 [부산경실련 공공개혁위원 / 부경대 경제학부]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뜨겁다. 영화계와 농민단체는 거리에서 '한·
미 FTA 반대' 구호를 거세게 외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일부 국내 이해집단의 '작
은 이익' 때문에 '더 큰 이익',세계 일류통상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반대론
을 일축했다. 그리고 1등만이 살아남는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한·미 FTA는 세계 최고와 한번 겨뤄
보자는 의미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과의 FTA 협상은 자유무역협정을 넘어 경제통합협정에 가까울 정도로 의제가 광범위하다
는 것이 특징이다. 제조업,농업,서비스는 물론,투자와 국내정책까지 포함한 거의 모든 경제분야의
의제들이 포괄적으로 다루어진다. 미국은 협상개시 선언과 함께 지금까지 미국이 체결한 FTA 가
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요구할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농업,제조업,금융,교육,의료 서
비스 등 전 분야에서 예외없는 시장개방을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또한 투자와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미 국내법과 관행에 상응하는 권리를 한국에서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협상에 임하는 이런 미국의 입장으로 보아 한·미 FTA가 우리 경제에
미칠 파고는 IMF 외환위기 때 겪었던 구조조정에 비견될 정도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는 칠레나 싱가포르 등 지금까지 우리가 체결했던 FTA에 비추어 볼 때 피해분야는 확
실하지만 이익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특징이다. 농업 부문의 경우 쇠고기에서부터 곡물,과실
류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농산물 생산액은 적게
는 2조원,많게는 8조원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의료와 교육,금융 등 서비스 분야도
경쟁력이 떨어져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에 더하여 무역수지 악화도 빼놓을 수 없는 손실이다. FTA
체결 시 우리의 대미시장 수출보다 수입 증가폭이 훨씬 커서 무역수지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공산품 분야의 수출 증대,대외신인도 향상,외국인투자 확대와 경제체질 개선이 우리가 기대
하는 FTA의 이득이다. 그중에서 우리의 가장 큰 이득은 세계 최대 시장을 확보하는 데에 있다. 한
국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현황을 극복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득의 크기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한·미 FTA 체결의 최대 수혜 분야라고 알려진 전
자제품과 자동차 분야에서도 이득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전자제
품에 대한 관세율은 2%에 불과해 수출증대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시장개
방과 경쟁 촉진으로 인한 경제체질 개선의 효과도 미래의 상황에 좌우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
다. 이번 협상에 대해 '현금 주고 어음 받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손익계산에서 위험부담
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고 위험부담도 큰 협상인 만큼,부문별 효과와 역효과
를 충분히 검토하고 치밀한 전략과 준비가 필요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정부가 그동안 협상을
주도면밀하게 대비해온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원래 우리의 FTA 로드맵에서 중장기 과제로 잡혀
있던 미국과의 FTA 협상이 어느 날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느낌이다. 협상일정도 미국의 국
내법 사정에 맞추다보니 매우 촉박하게 잡혔다. 이런 일정대로라면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협
상이 모두 마무리돼야 한다.
협상에 임하는 우리 정부는 초읽기에 몰린 바둑기사처럼 보인다. 어떤 사안들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는지,또 어떻게 여론을 수렴해 협상을 진행할 것인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단지 '더 큰 이
익'을 위해 FTA를 서둘러 체결해야 한다는 당위성만 이야기할 뿐이다. 사실 미국과의 협상도 중요
하지만 국내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더 많고 어렵다.
그런데도 정부는 '선 협상 후 갈등해소'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미국의 강경한 태도를 감안할
때 최악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럴진대 협상일정에만 매달려서는 곤란
하다. FTA가 아무리 중대한 과제일지라도 이렇게 서둘러서 될 일은 아닐 것이다. 미국이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해온다면 발길을 돌린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할 때 진정 '더 큰 이익'을 얻지 않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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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2006. 3. 17 일자에 실린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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