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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수능카페와 리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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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래 작성일06-03-16 16:51 조회4,9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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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럼] 수능카페와 리니지

                        ** 김 대 래 [부산경실련 정책기획위원장 / 신라대 국제비즈니스학부] **
 
 
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나서 대학 입학을 위한 원서를 쓸 무렵 인터넷 사이트에 흥미있는 일이 벌
어졌다. 같은 대학, 같은 전공에 서류를 넣은 수험생들이 서로 자신들의 수능점수를 공개하여 합격
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재미있는 시도들이 나타난 것이다. 2년 전에 처음 등장했다고 하는 이 수능
점수 공개 카페들이 올해는 제법 틀이 잡혔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것을 경제학적으로 풀어본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카페안에 수능점수 시장이 만들어진 것이라
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이 제시한 정원이 공급이라면 지원자수는 수요가 되는 것이고 이들에
의해 결정되는 점수가 바로 가격인 것이다. 즉 인터넷에서 수험생들이 서로의 수능점수를 제시하
여 비교해 보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통해 합격이 가능한 '수능가격'을 타진해 보는 것인 셈
이다.

수능공개 카페라는 이름으로 장이 서고 있는 것은 물론 인터넷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수험생들이 자신의 합격선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원서를 넣은 다른 수많은 학생들을 일
일이 찾아다녀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수능카페의 등장으로 학생들은 안방에서 편안하게 자신의
합격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일일이 찾아다니는 발품의 절약은 물론 거의 돈이 들
지않는 인터넷 카페에서 우리는 시장의 엄청난 효율을 확인한다. 거래의 필요성이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도 바로 그 효율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도 시간의 흐름에 따
라 진화를 하며, 시장간에 영역을 두고 효율의 싸움을 하기도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몇 년 간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장의 변화만을 보아도 쉽게 확인
이 된다. 대형할인점과 재래시장의 싸움은 시장의 진화가 일어나고 있는 가장 첨예한 현장의 하나
다. 수많은 구멍가게를 밀어내고 있는 대형할인점의 등장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역
설적이게도 자신을 밀어낸 대형할인점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편의점 또한 주목할 만한 우리 시대 시장 진화의 모습
이다. 인터넷 상에 장이 서는 온라인 마켓의 성장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거리매장을 대신하
고 있는 온라인 마켓의 성황은 택배업의 급속한 팽창과 함께 미래의 주력 유통업으로 지목되고 있
다.

시장의 등장과 진화는 대부분 사회전체적으로는 효율을 증대시키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때때로
시장의 지나친 효율추구가 사회 전체적인 손실과 물의를 빚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온 국민을 걱
정으로 몰아넣었던 온라인 게임 리니지 사태가 그러한 예의 하나다. 국내 최대 다중 접속 온라인게
임 '리니지'에서 대규모 명의도용 가입 사례가 발견되어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주지하다시피 게임 리니지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져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이다. 리니지는 게임
자체로도 잘 만든 것이지만 아이템이라는 변수를 곁들이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한 게임
이다. 게임에서 사용하는 아이템의 능력치가 높아야 이길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이 리니지
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되어 있는 것이다.

능력치가 높은 아이템을 얻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능력치가 높은 아이템은 항상
희소하게 마련이다. 희소한 아이템은 자연히 거래의 대상이 되고 그 과정에서 돈벌이의 기회가 만
들어진다. 여기에 단기간에 많은 아이템을 만들려는 기업의 논리가 가세하게 되면 사정은 급격히
변하게 된다. 한꺼번에 많은 아이템을 생산해서 판매하려면 많은 사람들의 주민번호가 필요하게
되고, 이것은 결국 대대적인 타인 명의 수집을 가져오게 된다. 아이템 생산기지를 인건비가 싼 중
국으로까지 확대함에 따라 명의도용도 자연스레 국경을 넘어 행해지게 되었다.

정보사회의 진전과 더불어 개인의 정보와 식별은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는 시대로 가고 있다. 모
든 것이 거래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지만 개인정보와 같이 끝까지 상품화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될
금기가 있다. 리니지 사태에 국민들이 분노했던 것은 바로 그러한 금기를 넘어선 시장의 오만 때문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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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2006. 3. 2 일자에 실린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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