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일등만을 위한 세상
페이지 정보
작성자 홍장표 작성일06-03-05 15:24 조회4,455회 댓글0건본문
[경제칼럼] 일등만을 위한 세상
** 홍 장 표 [부산경실련 서부산권특위위원/ 부경대 경제학부]**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순위 경쟁에 너무나 익숙해 있다. 기업들의 관심은 재계 순위에 쏠려 있고,
해외기관에서 발표하는 국가 경쟁력 순위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거리이다. 고등학교도 서울대와 몇
몇 최상위권 대학에 얼마나 많은 학생을 보냈는가에 따라 순위가 매겨진다.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대학평가 결과가 언론에 발표되면 대학가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아이들의 성적에서부터 국
가 간 경쟁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 자체가 끊임없는 순위 경쟁의 연속인 셈이다.
이런 순위 경쟁이 지배하는 시장사회에서는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로 양극화된다. 시장의 힘
이 커질수록 시장 안팎에서 다수의 패자들이 겪어야 하는 빈곤과 불평등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특
히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정당한 룰에 의한 것이 아닐 때 문제는 심각하다. 서민들은 치솟는 집값
과 과중한 교육비 부담으로 시달리고 있다. 자영업이나 서비스업은 기업에서 퇴출된 사람들로 넘
치고 있다. 게다가 '현대판 노예'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미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2006년 최대의 화두는 사회 양극화 문제인 것이다.
최근 양극화 해소 방안을 둘러싸고 세금논쟁이 뜨겁다. 증세로 양극화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과 감세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증세 해법에 대해 국민의 반응
은 싸늘하다. 공공부문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있으며,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
다는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가 '증세 반대'를 외치는 상황을 초래한 데는
정부의 잘못이 크다. 감세 해법 역시 마찬가지다. 이 입장에서는 양극화의 주범은 불황이고 시급
한 것은 감세와 투자 활성화를 통해 경제를 살리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기업은 그동안의 구조
개혁을 통해 일류기업으로 성장하였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더욱 어려워졌다. 최근 대기업
의 투자가 늘고 경기회복 조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극화가 완화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세금논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양극화 해법을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있다는 데에 있다. 증세
란 양극화의 원인처방이 아니라 대증요법일 뿐이다. 게다가 '증세냐 감세냐'는 현시점에서는 적절
치 않은 논쟁구도이다. 대통령이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다고 하니 '세금을 올
릴 것이냐 말 것이냐'의 논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양극화의 원인에 대한 냉정한
진단과 그 해결을 위한 사회 구성원의 공감대이다.
세계화와 정보화의 물결 속에 시장경쟁은 승자가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예
전에는 여러 기업이 시장을 나누기도 했지만 지금은 카지노 도박판처럼 이긴 자가 모든 것을 갖는
다. '일등만이 살아남는 세상'이라는 광고 카피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도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하
는 정글의 세계와 다름없는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 경영계에서는 글로벌 기업 중 매출액 1위를 달리고 있는 월마트가 각광을 받고 있다. 월마
트는 소비자 주권 이념을 앞세워 극단적인 비용절감을 통해 제품가격을 낮추면서 시장을 석권하였
다. 이런 월마트의 전략은 물건 값을 획기적으로 낮추어 소비자의 생활수준을 개선시켰다는 찬사
와 중산층을 붕괴시키고 노동자의 빈곤을 조장했다는 비난을 함께 받고 있다. 공정한 경쟁 질서를
깨뜨려 노동자와 납품업체에 돌아갈 몫들까지 기업의 이윤으로 둔갑시켜 공동체를 파괴시켰다는
것이다.
우리의 기업들도 정보화와 세계화의 기회를 적극 활용한 덕분에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단기적 이윤 추구가 최고의 경영가치로 되었다. 그런데 우리 기업이 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이등과 꼴찌는 더욱 어려워진 것 아닌가? 전 세계 각지에서 값싼
물건을 사들이면서 지역의 중소생산자와 자영업자들은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단기적 수익과 비용
절감에 주력한 결과 정규직은 줄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이 채용되고 있다. 소수의 일등을 위해 다수
가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일등만을 위한 세상이 아니라 꼴찌도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
부산일보 2006. 2 . 17일자에 실린내용입니다.
** 홍 장 표 [부산경실련 서부산권특위위원/ 부경대 경제학부]**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순위 경쟁에 너무나 익숙해 있다. 기업들의 관심은 재계 순위에 쏠려 있고,
해외기관에서 발표하는 국가 경쟁력 순위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거리이다. 고등학교도 서울대와 몇
몇 최상위권 대학에 얼마나 많은 학생을 보냈는가에 따라 순위가 매겨진다.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대학평가 결과가 언론에 발표되면 대학가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아이들의 성적에서부터 국
가 간 경쟁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 자체가 끊임없는 순위 경쟁의 연속인 셈이다.
이런 순위 경쟁이 지배하는 시장사회에서는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로 양극화된다. 시장의 힘
이 커질수록 시장 안팎에서 다수의 패자들이 겪어야 하는 빈곤과 불평등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특
히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정당한 룰에 의한 것이 아닐 때 문제는 심각하다. 서민들은 치솟는 집값
과 과중한 교육비 부담으로 시달리고 있다. 자영업이나 서비스업은 기업에서 퇴출된 사람들로 넘
치고 있다. 게다가 '현대판 노예'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미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2006년 최대의 화두는 사회 양극화 문제인 것이다.
최근 양극화 해소 방안을 둘러싸고 세금논쟁이 뜨겁다. 증세로 양극화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과 감세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증세 해법에 대해 국민의 반응
은 싸늘하다. 공공부문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있으며,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
다는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가 '증세 반대'를 외치는 상황을 초래한 데는
정부의 잘못이 크다. 감세 해법 역시 마찬가지다. 이 입장에서는 양극화의 주범은 불황이고 시급
한 것은 감세와 투자 활성화를 통해 경제를 살리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기업은 그동안의 구조
개혁을 통해 일류기업으로 성장하였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더욱 어려워졌다. 최근 대기업
의 투자가 늘고 경기회복 조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극화가 완화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세금논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양극화 해법을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있다는 데에 있다. 증세
란 양극화의 원인처방이 아니라 대증요법일 뿐이다. 게다가 '증세냐 감세냐'는 현시점에서는 적절
치 않은 논쟁구도이다. 대통령이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다고 하니 '세금을 올
릴 것이냐 말 것이냐'의 논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양극화의 원인에 대한 냉정한
진단과 그 해결을 위한 사회 구성원의 공감대이다.
세계화와 정보화의 물결 속에 시장경쟁은 승자가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예
전에는 여러 기업이 시장을 나누기도 했지만 지금은 카지노 도박판처럼 이긴 자가 모든 것을 갖는
다. '일등만이 살아남는 세상'이라는 광고 카피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도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하
는 정글의 세계와 다름없는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 경영계에서는 글로벌 기업 중 매출액 1위를 달리고 있는 월마트가 각광을 받고 있다. 월마
트는 소비자 주권 이념을 앞세워 극단적인 비용절감을 통해 제품가격을 낮추면서 시장을 석권하였
다. 이런 월마트의 전략은 물건 값을 획기적으로 낮추어 소비자의 생활수준을 개선시켰다는 찬사
와 중산층을 붕괴시키고 노동자의 빈곤을 조장했다는 비난을 함께 받고 있다. 공정한 경쟁 질서를
깨뜨려 노동자와 납품업체에 돌아갈 몫들까지 기업의 이윤으로 둔갑시켜 공동체를 파괴시켰다는
것이다.
우리의 기업들도 정보화와 세계화의 기회를 적극 활용한 덕분에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단기적 이윤 추구가 최고의 경영가치로 되었다. 그런데 우리 기업이 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이등과 꼴찌는 더욱 어려워진 것 아닌가? 전 세계 각지에서 값싼
물건을 사들이면서 지역의 중소생산자와 자영업자들은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단기적 수익과 비용
절감에 주력한 결과 정규직은 줄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이 채용되고 있다. 소수의 일등을 위해 다수
가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일등만을 위한 세상이 아니라 꼴찌도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
부산일보 2006. 2 . 17일자에 실린내용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