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게임의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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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대식 작성일06-02-18 21:41 조회4,846회 댓글0건본문
[경제포럼] 게임의 규칙
** 이 대 식 [부산경실련 정책자문위원 / 부산대 경제학과] **
병술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국민경제나 가계경제가 모두 좀 더 윤택해지고 경제문제로 가정이
파탄되고 인륜이 무너지는 일들이 없었으면 하는 소망을 해 본다. 시장경제란 많은 사람들이 참여
하는 게임(경기)과 같다.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의 규칙이다. 왜냐하면 경기의 규칙에 따
라 그 경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행동과 전략, 연마하는 기술과 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축구경기를 생각해 보자. 축구경기의 전략과 전술, 선수들의 기량은 모두 축구의 규칙에 따
라 형성된 것이다. 만일 축구에서 손을 사용할 수 있다거나 오프사이드 반칙이 없다고 하면 축구
는 완전히 다른 경기가 될 것이다. 축구의 전략과 전술 그리고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기량과 기술
또한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경기의 규칙을 우리는 '제도'라고 부른다. 제도에는 법률이나 조례와 같이 명문화되어 있
는 규칙도 있고 규범이나 관습, 문화와 같이 명문화 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제도란 그것이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고 또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행동에 지침을 주는 역할을 한다.
1980년대에 언론은 일본에서 쓰레기를 분리해서 종류별로 각각 다른 함에 넣는 것을 대서특필하면
서 '질서의 일본'을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한 이후 우리나라에도 쓰
레기 분리수거는 보편화된 현상이다.
명문화되지 않은 제도인 규범과 관행, 문화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가령 사회문화의 하나인 '신
뢰'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국가간의 신뢰가 형성되면 국방비에 투여할 많은 재원을 민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힘의 균형에 의한 평화의 개념은 궁극적으로는 국가간의 평화 협정에 대한 불신
에 기초하고 있다. 노사간의 신뢰, 정부와 국민간의 신뢰, 정당간의 신뢰가 형성되면 불신에 기초
한 투쟁과 감시 감독의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경제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또한 명문화되지 않은 제도는 단기간에 제정하거나 바꿀 수 있는 성격이 아니며 장기간에 걸쳐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의 성과에 보다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사회가 단기간에 걸쳐 소위 '압축성장'을 하면서 형성한 규범과 관행, 문화는 경제 환경과 성
장전략이 바뀐 지금에도 여전히 남아서 부담이 되고 있다. 성과 지향주의, 편의주의, '빨리빨리' 문
화 등이 작금의 황우석 사태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경기의 규칙을 제정하고 그 규칙을 감독하는 핵심주체는 정부이다. 정권을 향한 경쟁, 곧 '정치'란
경기의 규칙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고자 하는 경쟁이다. 이 경쟁은 인간 사회에서 피
할 수 없겠지만 생산적인 경쟁은 결코 아니다. 이러한 경쟁은 비유컨대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
가 비생산적인 것과 유사하다.
도둑질이란 허락 없이 타인의 소유를 나의 소유로 돌리는 행위인데 이것은 사적으로는 비도덕적
인 행동이지만 사회적으로는 비생산적인 행위이다.
남의 물건을 나의 소유로 훔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원이 소요된다. 즉, 노동과 시간과 장비(심지
어는 기술까지)가 투여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엇을 생산하기 위한 자원들을 투입하였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아무것도 생산된 것이 없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비생산적인 행위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시장경제의 여러 국면에 걸쳐 발생하고 있다. 가령 부동산 버블이 심해져서 국민과 기
업들이 부동산투자에 자원을 주로 배분한다면 이는 전형적인 사회적 제로섬 게임이다.
예를 들면 1000원에 사과를 두 개 살 수 있었는데 부동산가격의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하나밖
에 살 수 없다면 1000원은 여전히 내 지갑 안에 있지만 나도 모르게 사과 하나가 없어지게 되고 이
사과의 가치만큼 부동산 소유자에게 이전되는 것이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서 하는 게임의 돈은
모두 우리 호주머니의 돈에 불과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정치의 계절이 오고 있다. 현명한 정치적 선택이 게임의 규칙을 죄우할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경제
적 희망의 기초가 됨을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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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 16일자 국제신문에 실린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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