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서울표준시와 지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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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장표 작성일06-01-26 13:14 조회5,197회 댓글0건본문
[경제칼럼] 서울표준시와 지방시
** 홍 장 표 [부산경실련 서부산권특위위원 / 부경대 경제학부] **
영토가 넓은 나라에서는 지역별로 시차가 있기 마련이다. 동서로 넓은 나라일 경우 지역에 따라 다
른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에서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사이에 3시간의
시차가 있고,세계에서 가장 넓은 국토를 가진 러시아는 동서로 7시간의 시차가 있어서 대륙횡단여
행을 할 때 시계를 계속해서 고쳐야 한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일이다.
중국도 광대한 영토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중국은 자연의 법칙을 거슬
러 나라 전체가 하나의 시간을 사용하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중국 대부분의 지역은 수도인
베이징의 표준 시각을 따른다. 러시아에서는 5시간의 차이가 나는 거리를 중국에서는 같은 시간
을 쓴다. 중국 서쪽 끝 지역에서는 시계가 정오를 알릴 때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하는 아침이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이른 아침을 한낮의 시간대에 맞춰 생활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중국처럼 서울표준시를 전국에 일률적으로 적용한다. 서울 표준시를 다른 지역에 모
두 적용하더라도 국토가 좁은 덕분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런데 서울과 지방 사이에 경제력
격차가 극심한 현실에서 서울의 사정을 표준으로 삼는 정부의 정책은 문제가 있다.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을 보면 지역의 사정이 제대로 감안되지 않은 채 서울과 수도권을 기준으로 한다
는 인상이 짙다.
우리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내리고 있는 제조업 공동화 문제를 보자. 정부에서는 제조업 공동화
는 그렇게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자원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총생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승하고 있으며 그동안 하락추세를 보였던 제조업 고용비
중도 더 이상 하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수도권에서는 분명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크게 우려할 사항
이 아닌 듯하다. 정보통신 분야를 비롯한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산업구조 고도화가 순조롭게 이루
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대구,광주와 같은 지방의 사정은 다르다. 전통산업은 쇠퇴되었지만
첨단산업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아 제조업의 공백이 생겼으며 이로 인해 일자리도 계속 줄어들 전
망이다.
지난 12월 한·아세안 간 기본협정 체결로 탄력을 받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논의에서도 서울표
준시와 지방시가 한참 차이를 보인다. 한·일 자유무역협정을 준비하고 있는 정부의 설명을 보면,단
기적으로는 대일무역적자 확대와 같은 부작용이 따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이전과 외국자본유입
으로 국민경제에 이익이 크다고 한다. 여기에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취약하다고 알려진 부품소재
산업도 정보통신분야를 집중 육성하면 승산이 있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첨
단산업이 집중된 수도권의 사정일 뿐 지방의 경제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기계와 자동차산업을 주
력으로 하는 동남경제권에서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
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육성대책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중소기업정책 기조의
전환을 알리는 대책들을 연이어 발표했다. 그 핵심내용은 기존의 보호위주 정책에서 탈피하여 혁
신형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혁신주도형 성장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중 육성한
다는 혁신형 중소기업은 대부분 수도권에 모여 있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중 3분의 2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으며,충청권을 제외하면 지방소재 기업은 5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형
중소기업 위주의 지원정책이 시행된다면 수도권과 지방의 경제력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 확실하
다.
참여정부가 출범할 당시 지역균형발전을 주요한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 수도권 중심의 일극체제
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오늘날 수도권으로의 경제력집중 현상은 여
전하다. 게다가 수도권에 어울릴 만한 대책을 다른 지역에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관행에도 별다
른 변화가 없다. 현재 서울표준시는 동이 트는 아침을 알리고 있지만 지방시는 아직도 어두운 밤에
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표준시는 여전히 서울과 수도권으로 맞추어져 있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는 깜깜한 밤인데도 서울표준시가 알리는 대로 마치 아침이 온 것처럼 살아야
한다. 지방의 시민은 언제까지 이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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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01. 20 일자 부산일보에 실린내용입니다.
** 홍 장 표 [부산경실련 서부산권특위위원 / 부경대 경제학부] **
영토가 넓은 나라에서는 지역별로 시차가 있기 마련이다. 동서로 넓은 나라일 경우 지역에 따라 다
른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에서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사이에 3시간의
시차가 있고,세계에서 가장 넓은 국토를 가진 러시아는 동서로 7시간의 시차가 있어서 대륙횡단여
행을 할 때 시계를 계속해서 고쳐야 한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일이다.
중국도 광대한 영토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중국은 자연의 법칙을 거슬
러 나라 전체가 하나의 시간을 사용하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중국 대부분의 지역은 수도인
베이징의 표준 시각을 따른다. 러시아에서는 5시간의 차이가 나는 거리를 중국에서는 같은 시간
을 쓴다. 중국 서쪽 끝 지역에서는 시계가 정오를 알릴 때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하는 아침이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이른 아침을 한낮의 시간대에 맞춰 생활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중국처럼 서울표준시를 전국에 일률적으로 적용한다. 서울 표준시를 다른 지역에 모
두 적용하더라도 국토가 좁은 덕분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런데 서울과 지방 사이에 경제력
격차가 극심한 현실에서 서울의 사정을 표준으로 삼는 정부의 정책은 문제가 있다.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을 보면 지역의 사정이 제대로 감안되지 않은 채 서울과 수도권을 기준으로 한다
는 인상이 짙다.
우리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내리고 있는 제조업 공동화 문제를 보자. 정부에서는 제조업 공동화
는 그렇게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자원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총생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승하고 있으며 그동안 하락추세를 보였던 제조업 고용비
중도 더 이상 하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수도권에서는 분명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크게 우려할 사항
이 아닌 듯하다. 정보통신 분야를 비롯한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산업구조 고도화가 순조롭게 이루
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대구,광주와 같은 지방의 사정은 다르다. 전통산업은 쇠퇴되었지만
첨단산업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아 제조업의 공백이 생겼으며 이로 인해 일자리도 계속 줄어들 전
망이다.
지난 12월 한·아세안 간 기본협정 체결로 탄력을 받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논의에서도 서울표
준시와 지방시가 한참 차이를 보인다. 한·일 자유무역협정을 준비하고 있는 정부의 설명을 보면,단
기적으로는 대일무역적자 확대와 같은 부작용이 따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이전과 외국자본유입
으로 국민경제에 이익이 크다고 한다. 여기에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취약하다고 알려진 부품소재
산업도 정보통신분야를 집중 육성하면 승산이 있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첨
단산업이 집중된 수도권의 사정일 뿐 지방의 경제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기계와 자동차산업을 주
력으로 하는 동남경제권에서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
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육성대책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중소기업정책 기조의
전환을 알리는 대책들을 연이어 발표했다. 그 핵심내용은 기존의 보호위주 정책에서 탈피하여 혁
신형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혁신주도형 성장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중 육성한
다는 혁신형 중소기업은 대부분 수도권에 모여 있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중 3분의 2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으며,충청권을 제외하면 지방소재 기업은 5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형
중소기업 위주의 지원정책이 시행된다면 수도권과 지방의 경제력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 확실하
다.
참여정부가 출범할 당시 지역균형발전을 주요한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 수도권 중심의 일극체제
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오늘날 수도권으로의 경제력집중 현상은 여
전하다. 게다가 수도권에 어울릴 만한 대책을 다른 지역에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관행에도 별다
른 변화가 없다. 현재 서울표준시는 동이 트는 아침을 알리고 있지만 지방시는 아직도 어두운 밤에
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표준시는 여전히 서울과 수도권으로 맞추어져 있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는 깜깜한 밤인데도 서울표준시가 알리는 대로 마치 아침이 온 것처럼 살아야
한다. 지방의 시민은 언제까지 이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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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01. 20 일자 부산일보에 실린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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