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메기와 미꾸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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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장표 작성일06-06-13 14:07 조회5,850회 댓글0건본문
[경제칼럼] 메기와 미꾸라지
** 홍 장 표 [부산경실련 공공개혁위원/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
참여정부의 산업정책을 보면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산업을 제조업 대신 서비스산업으로 해
야 한다는 입장이 날로 강해지고 있는 듯하다. 금융,물류,교육,의료와 같은 서비스산업을 한국의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시장개방과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비스산업
을 미래의 성장동력산업으로 삼는 근거는 한국 제조업의 미래 전망이 어둡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물론 그 배경에는 우리의 제조업은 중국 때문에 더 이상 안 될 것이라는 이른바 '중국 위협론'이 깔
려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급부상하는 중국의 급속한 성장으로 한국 제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지
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입장은 참여정부 초기에는 한국경제를 동북아시아로 향하는 관문(gateway)으로 육성
한다는 '동북아 경제중심' 프로젝트로 나타난 바 있다. 인천,부산진해,광양만 지역의 경제자유구
역 개발사업은 기존의 제조업 중시에서 서비스산업 중시로 산업정책의 전환을 모색한다는 차원에
서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 미국 명문학교와 병원을 유치하는 작업을 추진
해 왔다.
그런데 전국토의 일부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는 이 실험적인 개방정책이 추진된 지 얼마 되지 않
아,정부는 다시 서비스시장을 전면적으로 개방하는 급진적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는 최근 한·
미 FTA 협상에 임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한·미
FTA는 금융,의료,교육,법률,회계 등 고부가가치형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킬 촉매제가 돼 우리 경제
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산업이 가장 발전한 나라는 미국이
고,미국과 FTA를 체결해 서비스산업을 전면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경쟁력이 취약한 우리의 서비
스산업을 육성하려면 강한 외부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메기와 미꾸라지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 이야기는
1990년대 중반 삼성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주장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미꾸라지들이 노는 연
못에 메기를 풀어 놓으면 미꾸라지들은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도망치다가 자연히 운동량
이 많아져 고기질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취약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론 시장개방과 경쟁이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경
쟁만으로 산업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우리나라 제조업의 발전과정을 보면 해외수출시장에
서는 치열한 경쟁압력에 노출되었지만,국내시장에서는 수입제품과의 경쟁으로부터 보호받으면서
성장해왔다. 정부가 경쟁과 보호의 양면 정책을 구사한 결과 오늘날 제조업 부문의 세계적인 경쟁
력을 갖춘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산업은 전면 개방과 경쟁압력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는 그리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다. 물론 시장개방 속에서도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사례가 없지
는 않다. 까르푸나 월마트 등 외국 유통기업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지만 토종 유통업체인 이마트
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자력으로 승리한 이런 소수의 사례를 일반
화하기는 어렵다.
시장보호 없는 일방적인 '개방과 경쟁'으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과연 향상될 수 있을까? 서비
스시장의 전면 개방이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금융,의료,교육,법률,회계
와 같은 서비스업은 미국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서비스산업의
수준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해 생산성이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과의 경쟁에서 토종 서비스업이 살아남아 굳건하게 성장할 것으로 낙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외환
위기 이후 빠른 속도로 개방된 금융산업의 경우를 볼 때 외부 충격요법의 부작용은 적지 않았다.
많은 토종 은행들이 사실상 외국인의 수중에 들어갔으며,외국자본 지배의 폐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론스타 사건과 같이 무자격 투기자본이 단물만 빼먹고 빠져나가는 일
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의도대로 시장이 전면 개방된다면,우리의 서비스 산업은 세계 최강의 미국산 메기와 어
릴 때부터 동거생활을 해야 하는 미꾸라지 처지가 될 공산이 크다. 메기의 집요한 먹이사냥으로부
터 살아남을 토종 미꾸라지는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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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5. 16 일자 부산일보에 실린 내용입니다.
** 홍 장 표 [부산경실련 공공개혁위원/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
참여정부의 산업정책을 보면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산업을 제조업 대신 서비스산업으로 해
야 한다는 입장이 날로 강해지고 있는 듯하다. 금융,물류,교육,의료와 같은 서비스산업을 한국의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시장개방과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비스산업
을 미래의 성장동력산업으로 삼는 근거는 한국 제조업의 미래 전망이 어둡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물론 그 배경에는 우리의 제조업은 중국 때문에 더 이상 안 될 것이라는 이른바 '중국 위협론'이 깔
려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급부상하는 중국의 급속한 성장으로 한국 제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지
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입장은 참여정부 초기에는 한국경제를 동북아시아로 향하는 관문(gateway)으로 육성
한다는 '동북아 경제중심' 프로젝트로 나타난 바 있다. 인천,부산진해,광양만 지역의 경제자유구
역 개발사업은 기존의 제조업 중시에서 서비스산업 중시로 산업정책의 전환을 모색한다는 차원에
서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 미국 명문학교와 병원을 유치하는 작업을 추진
해 왔다.
그런데 전국토의 일부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는 이 실험적인 개방정책이 추진된 지 얼마 되지 않
아,정부는 다시 서비스시장을 전면적으로 개방하는 급진적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는 최근 한·
미 FTA 협상에 임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한·미
FTA는 금융,의료,교육,법률,회계 등 고부가가치형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킬 촉매제가 돼 우리 경제
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산업이 가장 발전한 나라는 미국이
고,미국과 FTA를 체결해 서비스산업을 전면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경쟁력이 취약한 우리의 서비
스산업을 육성하려면 강한 외부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메기와 미꾸라지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 이야기는
1990년대 중반 삼성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주장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미꾸라지들이 노는 연
못에 메기를 풀어 놓으면 미꾸라지들은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도망치다가 자연히 운동량
이 많아져 고기질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취약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론 시장개방과 경쟁이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경
쟁만으로 산업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우리나라 제조업의 발전과정을 보면 해외수출시장에
서는 치열한 경쟁압력에 노출되었지만,국내시장에서는 수입제품과의 경쟁으로부터 보호받으면서
성장해왔다. 정부가 경쟁과 보호의 양면 정책을 구사한 결과 오늘날 제조업 부문의 세계적인 경쟁
력을 갖춘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산업은 전면 개방과 경쟁압력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는 그리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다. 물론 시장개방 속에서도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사례가 없지
는 않다. 까르푸나 월마트 등 외국 유통기업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지만 토종 유통업체인 이마트
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자력으로 승리한 이런 소수의 사례를 일반
화하기는 어렵다.
시장보호 없는 일방적인 '개방과 경쟁'으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과연 향상될 수 있을까? 서비
스시장의 전면 개방이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금융,의료,교육,법률,회계
와 같은 서비스업은 미국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서비스산업의
수준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해 생산성이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과의 경쟁에서 토종 서비스업이 살아남아 굳건하게 성장할 것으로 낙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외환
위기 이후 빠른 속도로 개방된 금융산업의 경우를 볼 때 외부 충격요법의 부작용은 적지 않았다.
많은 토종 은행들이 사실상 외국인의 수중에 들어갔으며,외국자본 지배의 폐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론스타 사건과 같이 무자격 투기자본이 단물만 빼먹고 빠져나가는 일
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의도대로 시장이 전면 개방된다면,우리의 서비스 산업은 세계 최강의 미국산 메기와 어
릴 때부터 동거생활을 해야 하는 미꾸라지 처지가 될 공산이 크다. 메기의 집요한 먹이사냥으로부
터 살아남을 토종 미꾸라지는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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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5. 16 일자 부산일보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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