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시장과의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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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래 작성일06-06-02 19:28 조회4,409회 댓글0건본문
[경제포럼] 시장과의 화해
** 김 대 래 [부산경실련 정책기획위원장/ 신라대 국제통상학부] **
근대경제학의 창설에 큰 기여를 하였던 리카도나 맬서스의 경제관은 그렇게 밝은 것이 아니었다.
장기적으로 경제는 활력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카
도는 성숙기에 접어든 경제는 투자기회가 현저히 줄어들 것을 염려했고 맬서스는 감당할 수 없는
인구의 증가 때문에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다행히 이후 자본주의 경제는 이러한 두 가지 비관적 전망을 모두 극복하는 데 성공하였다.
인구의 증가를 넘어서는 고도성장은 맬서스의 전망을 무력화시켰고, 새로운 투자기회를 끊임없이
창출하는 자본주의의 활력은 리카도의 우려를 해소시켜 주었다. 이러한 성취를 가능하게 한 배경
에 시장의 역동성이 있다. 그리하여 시장에 맡겨두면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얻는다는 애덤 스미스
의 설파가 경제학의 확고한 전통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장의 지나친 역동성이 역설적이게도 시장 기반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현상을 오늘
날 보고 있다.
맬서스의 전망과는 달리 오늘날 세계는 인구 증가율의 현저한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그 선두에 한
국이 서있다. 며칠 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한 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
는 아이 수는 지난해 1.08명으로 떨어졌다.
겨우 1명 선에 턱걸이를 하고 있지만 1명 선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그 결과 5년 전에 비해
출생아 수는 무려 20만 명이나 줄어들었다. 지난 5년 사이에 나타난 출산율의 격감, 이것은 거의
재앙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050년에는 인구가 4000만 명 미만으
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는 데에는 물론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핵심에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너무 힘든 현실이 놓여 있다. 일상에서 벌어먹는 것도 힘든데 여기에 아이까지 기르
고 교육을 시키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힘들게 키워놓은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도 별
로 달라 보이지가 않지 않은가.
사실 오늘날 대부분의 가정에서 한 사람이 버는 것으로 살림을 꾸려가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능하
다. 그렇다 보니 소득을 얻기 위해 더 많은 가족원들이 일을 하러 나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
은 사람을 쓰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풍부한 노동력이 공급되고 또 임금부담을 덜 안게 되는 이익이
있겠지만, 그러한 삶의 고달픔의 대가는 결코 싼 것이 아니다.
삶이 고달프고 힘든 상황의 지속은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한 자녀는 물론 무자녀 가정이나 심지어
아예 결혼조차 기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매일같이 우리 앞에 쏟아지고 있는 것은 시장
에 맡기라는 메시지뿐이다. 복지를 이야기하고 정부의 개입을 주장하면 바로 효율과 작은 정부를
앞세운 논리로 공격이 들어온다. 게다가 최근에는 여기에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말까지 곁들여 온
다.
그러나 최근의 출산율 저하는 그런 모든 논리를 넘어서는 재앙이다. 생활이 고단하고 제대로 된 생
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우리 사회와 기업에 더 이상 노동력을 제공하기를 거부하고 있
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작동 시스템에 중대한 이상이 있다는 아주 심각한 신호이다.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적정한 노동력을 다시 공급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시장과 충돌하고 있는
출산과 육아 그리고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불화에서 오는 파국, 그 해법은 결국
화해밖에 없다. 시장의 과도한 요구가 가져온 출산과의 불화는 결국 정부의 복지확대를 통한 화해
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가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이 시기에 선진국은 조금씩 출산율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래 전부터 세금의 많은 부분을 여성과 아이에게 투자해온 덕분이다. 결혼
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개인적인 일이 아니다. 사회에 노동력을 공급하는 매우 중
요한 사회적 과제이다.
시장과 인구 사이의 깊은 불화를 화해시키는 노력에 대해 더 이상 시장의 이름으로 딴죽을 걸어서
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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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06. 5.11일자에 실린 내용입니다.
** 김 대 래 [부산경실련 정책기획위원장/ 신라대 국제통상학부] **
근대경제학의 창설에 큰 기여를 하였던 리카도나 맬서스의 경제관은 그렇게 밝은 것이 아니었다.
장기적으로 경제는 활력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카
도는 성숙기에 접어든 경제는 투자기회가 현저히 줄어들 것을 염려했고 맬서스는 감당할 수 없는
인구의 증가 때문에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다행히 이후 자본주의 경제는 이러한 두 가지 비관적 전망을 모두 극복하는 데 성공하였다.
인구의 증가를 넘어서는 고도성장은 맬서스의 전망을 무력화시켰고, 새로운 투자기회를 끊임없이
창출하는 자본주의의 활력은 리카도의 우려를 해소시켜 주었다. 이러한 성취를 가능하게 한 배경
에 시장의 역동성이 있다. 그리하여 시장에 맡겨두면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얻는다는 애덤 스미스
의 설파가 경제학의 확고한 전통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장의 지나친 역동성이 역설적이게도 시장 기반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현상을 오늘
날 보고 있다.
맬서스의 전망과는 달리 오늘날 세계는 인구 증가율의 현저한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그 선두에 한
국이 서있다. 며칠 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한 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
는 아이 수는 지난해 1.08명으로 떨어졌다.
겨우 1명 선에 턱걸이를 하고 있지만 1명 선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그 결과 5년 전에 비해
출생아 수는 무려 20만 명이나 줄어들었다. 지난 5년 사이에 나타난 출산율의 격감, 이것은 거의
재앙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050년에는 인구가 4000만 명 미만으
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는 데에는 물론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핵심에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너무 힘든 현실이 놓여 있다. 일상에서 벌어먹는 것도 힘든데 여기에 아이까지 기르
고 교육을 시키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힘들게 키워놓은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도 별
로 달라 보이지가 않지 않은가.
사실 오늘날 대부분의 가정에서 한 사람이 버는 것으로 살림을 꾸려가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능하
다. 그렇다 보니 소득을 얻기 위해 더 많은 가족원들이 일을 하러 나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
은 사람을 쓰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풍부한 노동력이 공급되고 또 임금부담을 덜 안게 되는 이익이
있겠지만, 그러한 삶의 고달픔의 대가는 결코 싼 것이 아니다.
삶이 고달프고 힘든 상황의 지속은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한 자녀는 물론 무자녀 가정이나 심지어
아예 결혼조차 기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매일같이 우리 앞에 쏟아지고 있는 것은 시장
에 맡기라는 메시지뿐이다. 복지를 이야기하고 정부의 개입을 주장하면 바로 효율과 작은 정부를
앞세운 논리로 공격이 들어온다. 게다가 최근에는 여기에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말까지 곁들여 온
다.
그러나 최근의 출산율 저하는 그런 모든 논리를 넘어서는 재앙이다. 생활이 고단하고 제대로 된 생
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우리 사회와 기업에 더 이상 노동력을 제공하기를 거부하고 있
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작동 시스템에 중대한 이상이 있다는 아주 심각한 신호이다.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적정한 노동력을 다시 공급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시장과 충돌하고 있는
출산과 육아 그리고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불화에서 오는 파국, 그 해법은 결국
화해밖에 없다. 시장의 과도한 요구가 가져온 출산과의 불화는 결국 정부의 복지확대를 통한 화해
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가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이 시기에 선진국은 조금씩 출산율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래 전부터 세금의 많은 부분을 여성과 아이에게 투자해온 덕분이다. 결혼
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개인적인 일이 아니다. 사회에 노동력을 공급하는 매우 중
요한 사회적 과제이다.
시장과 인구 사이의 깊은 불화를 화해시키는 노력에 대해 더 이상 시장의 이름으로 딴죽을 걸어서
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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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06. 5.11일자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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