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파트 공화국 - 지역커뮤니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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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태석 작성일08-12-22 11:34 조회5,482회 댓글0건본문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
황금알을 낳던 재개발 사업의 침체와 미분양 주택의 증대
[ 대안은 ‘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 지역 커뮤니티 ’ ]
부산경실련 사무국장 오태석
지난 2~3년간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은 공황 그 자체로 표현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한국사회를 연
구하는 대표적인 젊은 연구자 발레리 줄레조는 한국을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표현한다. 좁은 땅떵
어리에서 많은 사람이 살려고 하니 하늘 높이 아파트를 지을 수 밖에 없다는 한국민들의 반응으로
는 설명하기 힘든 한국의 아파트 신드롬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표현이다.
한국의 아파트 공화국은 1958년 서울의 종암아파트를 시작으로 1964년 현대식 아파트 단지를 선
보인 마포아파트, 1970년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등장하면서 그 위세를 떨치게 되었다. 1980년
대 묻지마 아파트 청약이 시작되면서 규제완화와 부동산 투기가 본격화되었다. 1990년대 들어서
는 도시 재개발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세간에 알려지면서 건설업체와 투기꾼들의 도박장
이 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주택황금기가 쇠퇴의 기로에 빠져들어 주택공급의 무용론까
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일부 투기꾼과 건설업자의 자기이익을 위한 무분별한 도시재개발 사업의
진행은 오히려 주거빈곤층을 양산하고 있고, 심지어 주택시장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
게 하고 있다.
사실 도시재개발사업은 1990년대의 산물이라기 보다는 1980년대 중반까지 정부가 강력한 주도자
였다. 철거민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조세희의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그 당시의 상황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지금의 재개발 사업이 1980년대까지 정부주도의 재개발 사업과 다른 점은 딱 하
나! 재개발 사업의 주도자가 정부에서 주택소유주로 구성된 재개발조합으로 바뀐것 외에는 없다.
재개발사업이 황금알은 낳던 시기만 하더라도, 주택소유주와 건설업자 모두에게 이윤을 남기는 사
업이어서 조합설립동의율이 80%를 넘는 것에 대한 의문을 던질 필요가 없었다. 물론 이 시기에도
달동네라고 불리는 지역의 주택재개발 사업은 기존 주민을 몰아내고, 주변의 중산층을 끌어들이면
서 원주민들은 주택재개발 사업의 최고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렇듯 재개발 사업이 언제든 황금알을 낳을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무리하게 건설업자를 끌
어들이고, 금융권의 돈을 쓸어담아 도심 곳곳을 파헤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2000년대 들어 한
국사회는 주택시장의 기형적 성장에 마침표를 찍는 듯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재개발 사업이 더
이상 황금알을 안겨주기 보다는 오히려 오랜 이웃들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고, 심지어 자신의 주
택소유권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웃지못할 상황에 처해 있다.
실제 부산지역은 238곳이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완료된 곳은 5곳에 불과하다. 충무동 뉴
타운사업을 비롯한 5개의 대형 프로젝트 사업은 그 시작조차 불투명한 것이 주택시장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다. 재개발사업이 진행만 되면 돈방석에 앉는 것처럼 주민들을 현혹하여 조합설립 동
의를 받았지만, 건설업자의 분양포기, 금융권의 자금 회수 등으로 재개발 사업은 더 이상 추진의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재개발 사업 구역의 주민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 안을 수 밖에 없
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아파트를 공급해도 미분양물량(전국 16만가구 이상, 부
산 약 1만 5천가구 정도)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건설업자의 분양포기는 당연한
귀결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미국발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금융위기는 얼어붙은 한국의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으니, 건설사의 자금사정은 더욱 어려워져 도산의 위기에 처해 있다.
주택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를 공급한 것은 성공적이었다고 조심스럽게 표현해본다.
그러나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도심 재개발사업의 방법
이 철거에서 시작해서 최종적으로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은 더 이상의 대안이 될 수 없다. 과거처
럼 주택소유주와 건설업자 모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주택시장은 한계치를 넘어섰다.
200여곳이 넘는 재개발 구역에 뉴타운까지 한결같이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인 부산과 달리
후손들에게 보다 쾌적한 환경을 물려주고자 하는 노력들이 있다.
영국 런던 동부의 노후한 항만을 재개발한 신도시 ‘도크랜드’에서 템즈강 동쪽 건너편에 자리잡
은 그리니치 반도에 자리잡은 ‘ 밀레니엄 빌리지’는 사람중심의 친환경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부산일보 2008. 9.9) 가까운 사례로는 부산과 흡사한 일본 도쿄 스미다구 쿄지마는 노후주택 밀집
지역이다. 마을 주민들은 ‘길고 느리지만 끝없이 계속되는 수복형 개량방식의 도시재생을 선택하
여 1980년부터 계획단계부터 주민이 참여해 28년간 이어오고 있다. 그 결과 이주민들은 위한 ’ 커
뮤니티 주택‘이 건설됐고, 계획된 도로가 넓혀졌다. 그러는 새 낡은 집들도 조금씩 집으로 변해가
고 있다. (2008. 8.19, 부산일보)
영국이나 일본은 규모나 지리적 환경측면에서 한국가 매우 유사한 국가이다. 특히 일본은 이미 한
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아파트 공급의 문제로 부동산 경제가 붕괴되어 아파트에 대한 욕구가 소멸
되어 가고 있다. 세계적 추세가 아파트보다는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즉 도시재생사업’의 형태로
주거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부산시도 도시재생을 위한 첫 사례로 추진한 ‘문현동 안동네 벽화거리 사업’과 ‘ 안창마을의 벽화
그리기’ 등은 노후한 주택이 가득한 주거지에 학생과 시민 등 자원봉사자가 참여하여 다양한 주제
를 가진 벽화를 그리면서 마을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아쉬운 점은 노후한 주택은 그대
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아름다운 도시환경 재생을 통해 후세가 만족할 만한 친환경공간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노
후된 주택에 대한 개량사업, 이주단지의 환경친화적 생태공간, 지역주민들간의 커뮤니티 형성 등
사람중심의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마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것이 21세기 형 주택 정책이 될 수 있
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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