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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을 제시하는 부산경실련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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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래 작성일07-05-31 09:59 조회5,1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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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을 제시하는 부산경실련이 되어야 한다

                                  ** 김대래 [신라대학교 경제학과/부산경실련 정책자문위원장] **

  부산경실련이 출범 16년을 맞았다. 돌이켜 보면 출범의 기치를 들고 사람들을 찾아다니던 시절
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다. 세월의 흐름, 그것은 언제나 양면성을 갖는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 성숙해 지듯이 조직이나 단체도 연륜이 깊어지면 성숙해진다. 이것은 대단히 긍정적
인 것이다.

  그 동안 부산경실련은 사람과 조직 그리고 정보 등에서 많은 축적을 이루어왔다. 부산에서 일어
난 일들을 부산경실련 만큼 많이 알고 기억하고 있는 조직도 별로 없을 것이다. 간행된 자료만 보
아도 부산경실련은 작은 도서관이라도 만들 수 있는 자료들을 축적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얼마
나 많은 사람들이 부산경실련과 인연을 맺으며 지나왔던가? 비록 그 가운데에는 경실련을 떠난 사
람도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과 맺은 인연은 앞으로 부산경실련이 어떤 일을 하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연륜을 가진다는 것, 그것은 한편으로는 부담이기도 하다. 나이를 먹는 책임, 이것은 개인
뿐만 아니라 조직에게도 그대로 타당한 말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세상에서 더 비중 있는 일을
맡게 되며 책임을 지는 것도 더 많아진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역사가 오래되고 비중이 높아지면
그 만큼 사회에 대한 책임도 커지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과거에 비해 몸을 움직이고 또 우리의 견
해를 발표하는 것에 더욱 무게와 책임감을 싣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에 더하여 연륜이 흐른다는 것은 또 하나의 과제를 던진다. 그것은 세상이 달라지면서 부과되
는 새로운 문제이다. 우선 부산경실련이 출범했던 1990년대 초와 지금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
가를 돌아보자. 그 때 많은 참여자들은 사명감에 차 있었고 시민들을 앞장서서 끌어가겠다는 열의
에 차 있었다. 그러한 열의를 보고 공감하는 많은 사명감 있는 분들이 부산경실련에 모여들었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책임감과 의무감만으로 회원을 확보하고 조직을 활성화 시키는 것은 불가능
하다. 시민운동의 활성화와 함께 시민사회도 많이 성장하였고 생활수준이 나아짐에 따라 사람들
의 욕구도 다양해졌다. 역사를 생각하고 역사적 책임을 느끼는 것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더욱
이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자신의 생각과 이익에 훨씬 정직하고 민감하다.

  이러한 새로운 세대를 부산경실련에 참여시키고 활동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조직이나
과거의 생각으로는 불가능하다.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는 새로운 욕구를 먼저 파악하고 그러한 욕
구에 기초한 동기유발을 통해 회원을 확보하고 조직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
이겠지만 끊임없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극복해 나가야 한
다.

  그와 함께 부산경실련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그동안 한국사회가 이룬 발전에 대한 깊은 성찰
의 필요성이다. 한국사회는 그동안 삶의 수준향상과 민주화라는 두 측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어
왔다. 부산경실련이 요구했던 많은 것들이 민주화와 지방자치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사실 우
리 사회의 최근의 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많은 변화를 겪었다. 또한 세계적인 환경
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면서 많은 사회적 자본도 축적되었다. 사회가 맑아지고 사회의 지식수준도 많이 높아졌다.
이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과거 경실련과 같은 시민단체들의 주요 기여였던 시민에 대
한 계몽이라는 것이 더 이상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화가 진전되고 시민들
의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시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폭과 깊이가 넓어지고 깊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생각을 철저히 갖지 않으면 시민들의 공감을 지속시키기 어렵
다.

  또 하나는 사회적 지식수준이 향상되고 지식을 확보하고 확인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면서 대안
없는 의견표명은 설득력을 갖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시민들은 과거의 시민들에 비
해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지식도 많고 또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도 활발하게 구축되어 있다. 이러
한 상황에서 단순히 어떤 일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으로는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된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대안을 갖는 비판이다. 반대를 하면 그것에 대한 대안을 함께 제시할 수 있어
야 설득력이 있다. 그러지 않을 경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이와
연관된 것으로서 과도한 도덕적 판단과 연관된 경직성을 넘어서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근본주의
적 태도가 필요한 때도 있지만 그러나 그것은 이제 시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좀 더 현실적이고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와 함께 부산경실련은 항상 그 생각과 행동의 한가운데에 부산이 어떻게 하면 좋은 도시가 될
수 있는가를 놓아야 한다. 너무나 상식적인 것 같지만 지금 이 시대에 부산경실련이 시민과 함께
하고 고민할 것은 저 높은 이상이 아니라 시민들이 디디고 서 있는 부산이라는 공간이다. 부산시민
과 함께 가고 부산이 발전하도록 실천적인 방향을 잡아줄 때 부산경실련도 탄탄해진다는 것을 마
음에 새겨야 한다.


** 이글은 부산경실련 소식지 '부산경제정의' 5월호에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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