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사대적인 자치단체 통합론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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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산경실련 작성일11-09-08 10:23 조회5,100회 댓글0건본문
사대적인 자치단체 통합론의 대안
** 강 재 호 [부산경실련 정책위원장/ 부산대 행정학과]**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 개편 추진위원회가 그간 미뤄오던 시·군 및 자치구의 통합기준을 지난 8월 보수계 언론에 슬쩍 흘리더니 이제는 이를 공표하여 시·군·자치구의 폐합을 위한 바람몰이에 돌입할 작정인 듯하다. 외부에 발주한 용역에서 나왔다는 이 기준에 따르면 인구 15만 이하의 시와 3만3000명 이하의 군과 면적이 62.46㎢에 이르지 않는 시·군은 통합해야 한다. 그리고 인구 27만6000명, 면적 16.2㎢ 이하의 특별시 자치구와 인구 18만8000명, 면적 42.5㎢ 이하의 광역시 자치구도 살아남지 못한다.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얼굴을 맞대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자치단체를 기초자치단체라고 하는데 우리 시·군·자치구는 대체로 규모가 너무 커서 주민들이 대면은커녕 누가 누군지조차 알 수 없는 익명사회다. 작은 것도 있지만 인구는 22만 명이 넘으며 면적도 438㎢에 이르는 우리 기초자치단체의 평균 규모는 이미 세계적이다.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서른넷 회원국 가운데 인구는 제일 많으며 면적도 영국 다음으로 넓다.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시·군·자치구를 대대적으로 폐합하려고 한다.
인구는 왜 15만, 3만3000, 27만6000, 18만8000명에서 자를까? 면적에서는 시·군은 소수점 두 자리까지 다투면서 자치구는 왜 한 자리인가? 통합기준은 이밖에도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에 없는 재정력 등의 여러 기준을 나열하고 있는데 이들은 서로 모순하거나 충돌하며 가중치 없이 같은 값어치로 매겨질 수도 없다. 이와 같은 가치판단은 위원회 스스로 치열한 논의를 거쳐 정하고 이를 뒷받침하거나 보충하는 가치중립적인 부분에 관해 필요하면 밖에서 기술적·전문적인 의견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강현욱 위원장은 시·도지사협의회 등이 추천한 위원들과 수십 명의 자문위원을 들러리처럼 삼고 시·군·자치구의 통합을 비롯해 읍·면·동의 주민자치, 도의 지위와 기능 등에 관해 위원회의 영혼마저 자기가 선정해 계약한 곳에서 조달하려고 한다. 이와 같은 용역은 종종 객관성, 전문성, 중립성을 가장하고 위장해 위원들의 다양한 주장을 움츠러들게 하며 나아가 행정의 능률성과 합리성을 앞장세워 정치의 민주성과 통합성을 뭉개는 데 곧잘 이용된다.
현재 인구가 3만3000명이 안 되는 군은 스무 개며 인천광역시 옹진군과 경상북도 울릉군은 1만 명대다. 이들은 유럽이나 미국의 상식으로는 기초자치단체로서 결코 작지 않지만 우리 정부의 통합기준에 따르면 인근 시·군과 통합해야 한다. 그런데 옹진군을 강화군 등과 묶고 울릉군을 포항시에 갖다 붙여 도대체 무엇을 얻겠다는 것일까? 발상을 뒤집어 울릉군을 경상북도에서 분리할 수는 없을까? 1900년 10월 강원도 관하에 울도군을 창설할 때까지 이곳은 어느 도에도 속하지 않는 정부 직할지였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시·도는 행정처리 결과가 여러 시·군·자치구에 미치는 광역적 사무, 시·도 단위로 동일한 기준으로 처리해야 하는 사무, 시·도 단위로 통일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사무 등을 처리하고 있는데, 동해 한가운데 떨어져 있는 울릉군이 경상북도 내륙의 사무와 왜 광역적으로 동일한 기준에 따라 통일성을 갖추어야 하는가? 규모는 작더라도 울릉군에는 특례로써 교육자치 등을 제외하고 자치단체의 모든 사무를 처리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민주적이며 능률적이지 않을까?
한편 지방자치를 시·도에 위탁하고 이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을 터놓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특히 인구가 적고 면적이 넓은 군은 인근 시·군과 통합하고 싶어도 마땅한 상대가 없거나 억지로는 통합할 수 있겠지만 그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곳도 실제로 있다. 그래서 지금처럼 모든 시·군·자치구에 지방자치를 강제할 것이 아니라 이를 시·도에 위탁할 수 있게 하고 위탁한 지역은 시·도가 출장소 등의 형태로 직접 관리하도록 하면 어떨까? 주민들의 자치 부담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한사코 큰 것을 섬기고 좇는 사대적인 지방행정체제 개편론의 대안으로서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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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2011년 9월5일자 국제신문 [시사프리즘]에 실린 내용입니다.
** 강 재 호 [부산경실련 정책위원장/ 부산대 행정학과]**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 개편 추진위원회가 그간 미뤄오던 시·군 및 자치구의 통합기준을 지난 8월 보수계 언론에 슬쩍 흘리더니 이제는 이를 공표하여 시·군·자치구의 폐합을 위한 바람몰이에 돌입할 작정인 듯하다. 외부에 발주한 용역에서 나왔다는 이 기준에 따르면 인구 15만 이하의 시와 3만3000명 이하의 군과 면적이 62.46㎢에 이르지 않는 시·군은 통합해야 한다. 그리고 인구 27만6000명, 면적 16.2㎢ 이하의 특별시 자치구와 인구 18만8000명, 면적 42.5㎢ 이하의 광역시 자치구도 살아남지 못한다.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얼굴을 맞대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자치단체를 기초자치단체라고 하는데 우리 시·군·자치구는 대체로 규모가 너무 커서 주민들이 대면은커녕 누가 누군지조차 알 수 없는 익명사회다. 작은 것도 있지만 인구는 22만 명이 넘으며 면적도 438㎢에 이르는 우리 기초자치단체의 평균 규모는 이미 세계적이다.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서른넷 회원국 가운데 인구는 제일 많으며 면적도 영국 다음으로 넓다.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시·군·자치구를 대대적으로 폐합하려고 한다.
인구는 왜 15만, 3만3000, 27만6000, 18만8000명에서 자를까? 면적에서는 시·군은 소수점 두 자리까지 다투면서 자치구는 왜 한 자리인가? 통합기준은 이밖에도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에 없는 재정력 등의 여러 기준을 나열하고 있는데 이들은 서로 모순하거나 충돌하며 가중치 없이 같은 값어치로 매겨질 수도 없다. 이와 같은 가치판단은 위원회 스스로 치열한 논의를 거쳐 정하고 이를 뒷받침하거나 보충하는 가치중립적인 부분에 관해 필요하면 밖에서 기술적·전문적인 의견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강현욱 위원장은 시·도지사협의회 등이 추천한 위원들과 수십 명의 자문위원을 들러리처럼 삼고 시·군·자치구의 통합을 비롯해 읍·면·동의 주민자치, 도의 지위와 기능 등에 관해 위원회의 영혼마저 자기가 선정해 계약한 곳에서 조달하려고 한다. 이와 같은 용역은 종종 객관성, 전문성, 중립성을 가장하고 위장해 위원들의 다양한 주장을 움츠러들게 하며 나아가 행정의 능률성과 합리성을 앞장세워 정치의 민주성과 통합성을 뭉개는 데 곧잘 이용된다.
현재 인구가 3만3000명이 안 되는 군은 스무 개며 인천광역시 옹진군과 경상북도 울릉군은 1만 명대다. 이들은 유럽이나 미국의 상식으로는 기초자치단체로서 결코 작지 않지만 우리 정부의 통합기준에 따르면 인근 시·군과 통합해야 한다. 그런데 옹진군을 강화군 등과 묶고 울릉군을 포항시에 갖다 붙여 도대체 무엇을 얻겠다는 것일까? 발상을 뒤집어 울릉군을 경상북도에서 분리할 수는 없을까? 1900년 10월 강원도 관하에 울도군을 창설할 때까지 이곳은 어느 도에도 속하지 않는 정부 직할지였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시·도는 행정처리 결과가 여러 시·군·자치구에 미치는 광역적 사무, 시·도 단위로 동일한 기준으로 처리해야 하는 사무, 시·도 단위로 통일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사무 등을 처리하고 있는데, 동해 한가운데 떨어져 있는 울릉군이 경상북도 내륙의 사무와 왜 광역적으로 동일한 기준에 따라 통일성을 갖추어야 하는가? 규모는 작더라도 울릉군에는 특례로써 교육자치 등을 제외하고 자치단체의 모든 사무를 처리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민주적이며 능률적이지 않을까?
한편 지방자치를 시·도에 위탁하고 이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을 터놓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특히 인구가 적고 면적이 넓은 군은 인근 시·군과 통합하고 싶어도 마땅한 상대가 없거나 억지로는 통합할 수 있겠지만 그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곳도 실제로 있다. 그래서 지금처럼 모든 시·군·자치구에 지방자치를 강제할 것이 아니라 이를 시·도에 위탁할 수 있게 하고 위탁한 지역은 시·도가 출장소 등의 형태로 직접 관리하도록 하면 어떨까? 주민들의 자치 부담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한사코 큰 것을 섬기고 좇는 사대적인 지방행정체제 개편론의 대안으로서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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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2011년 9월5일자 국제신문 [시사프리즘]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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