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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박 대통령의 '외부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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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산경실련 작성일13-11-11 10:19 조회6,3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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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외부효과’


                                                                                 - 한성안 [영산대 교수/부산경실련 운영위원]-
한겨레  

한성안의 경제산책

한 사람의 경제행위가 거래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사람, 곧 시장의 외부에 존재하는 다른 사람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외부효과’라고 부른다. 그 가운데에서도 외부자에게 유리한 영향을 주는 경우를 ‘외부경제’라고 부르고,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외부불경제’라고 부른다. 그런데 시장에는 이런 외부효과를 효과적으로 배분할 수단이 결여되어 있다. 이를 ‘시장실패’라고 부른다. 이 경우 공정하고 민주적인 정부가 개입해 이런 실패를 교정해야 된다.

잘 아는 예를 들어 보자. 오염물질을 정화하지 않고 버리면 기업한텐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절감된 비용으로 값싸게 더 생산할 수 있으니 얼마나 경제적인가! 하지만 오염의 결과는 거래의 외부에 서 있던 사회가 고스란히 져야 한다. ‘외부불경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때 필요 이상으로 생산된 제품은 광고를 통해 소비된다. 어리숙한 소비자는 유혹에 빠져 필요 이상의 재화를 구매한다. 과잉생산과 과잉소비가 발생함으로써 자원이 낭비되었으니, 사회적으로 볼 때 이건 분명히 비합리적이다. 하지만 자신의 비용이 극소화되고 이윤은 극대화되었으니,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이런 ‘합리적 행위’에 대해 기업이 죄책감을 느낄 리 없다.

이 기업이 관리하는 벌통 주변에 다른 기업이 과수원을 조성했다. 벌들이 가까운 과수원을 쉽게 들락거릴 수 있게 된 덕에 벌꿀 생산량이 크게 늘어났다. 물론 양봉업자가 특별히 투자를 늘리지도 않았다. 거래관계 외곽에서 발생했으니 이 경우는 ‘외부경제’에 해당한다. 과수원이 없었더라면 이런 이익은 결코 발생하지 않았겠지만, 과수원 주인과 어떤 거래도 하지 않았으니 굳이 보상할 필요는 없다. 과수원 주인으로선 야속할 것이다. 약간만 쳐줘도 좋을 텐데 양봉업자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뚝 잡아뗀다. 그런데도 시장에는 보상을 설득할 논리가 없다. 여기서도 시장실패가 발생한다. 그의 상식과 양심에 맡길 뿐이다. 우리가 볼 때 참으로 뻔뻔하지만 자신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

기업가들은 대략 이렇게 행동한다. 곧, 거래 외곽에 외부불경제를 부담시키는 한편 거래 바깥에서 외부경제를 얻어낸다. 막무가내로 부담 주고 공짜로 얻어내면서도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며 초연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지만 내가 뭘 잘못했느냐고 기업가들이 종종 항변하는 이유다.

요즘 박근혜 대통령을 보고 있으면, 이런 기업가를 보고 있는 듯하다. 국가정보원, 경찰 심지어 국가보훈처와 군대까지 선거에 개입해 어수룩한 유권자들의 표를 얻어 당선되었으니 개인은 행복하겠지만 애꿎은 사회는 외부불경제를 크게 떠안아야 한다. 나아가 이들 조직으로부터 분명히 이득을 얻었지만 ‘나와 거래한 적이 없는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미안하거나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다. 나아가 이 모든 것을 혼자 합리적이라고 여기고 있으니 손해 본 외부자로서 참 난감하다. 이 뻔뻔한 행동을 누군가 고쳐줘야겠는데, 믿었던 검찰마저 면죄부를 줄 것 같아 앞이 막막하다. 이런 실패를 교정하자면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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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겨레신문 2013년 11월 4일자 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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