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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 소용돌이 한국정치와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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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래 작성일04-04-14 14:26 조회4,5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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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소용돌이 한국정치와 총선
                                    ***  김대래 [부산경실련 집행위원 / 신라대 교수 ] ***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보다 잠시 여행을 다녀온 나라의 모습이 더 잘 파악될 때가 있다. 비록 속속
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 사회와의 비교를 통해 무언가 다른 느낌들이 강렬하게 전달되어 오기
때문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느끼는 것도 비슷할 것이다. 더구나 잠깐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제법 오랫동안 국내에 머물렀다면 나름대로 한국에 대해 일가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한국에 관한 책을 써서 훗날 이름을 남긴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 현대사에 대
해 상당한 수준의 연구 저술을 남긴 미국인 브루스 커밍스가 그랬다. 최근엔 평균 수준의 한국인보
다 더욱 유려한 문체로 또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쏟아내고 있는 러시아 태생
의 박노자가 그러하다.

이들보다 앞선 세대로서 국내에서 제법 오래 살면서 한국을 분석했던 사람 가운데 미국인 그레고
리 핸더슨이 있다. 해방 직후 한국에 와서 6·25 전쟁과 5·16 쿠데타를 직접 겪었으니 격동의 시기
를 지켜본 외국인이 틀림없다. 박노자처럼 한국식 이름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우리에 대한
애정도 상당했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의 관찰과 경험을 토대로 그는 60년대 중반 귀국 이후 책을 냈다. 그것이 바로 유명한 '소
용돌이의 한국정치'다. 국내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대로 그는 한국 정치의 특성으로 '중앙 권력이
어떠한 성격을 가지든 간에 중심을 향해 끌려 들어가는 소용돌이의 성향을 지니는 사회'로 파악했
다.

물론 핸더슨이 사용했던 의미와 같은 차원에서 해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 3월 이후 우리가 목
도하고 있는 변화무쌍한 정치권이야말로 '소용돌이'라는 단어 이외에 달리 적절한 표현이 없을 것
같다. 잠시 뒤돌아 보자. 탄핵 사태와 이에 따른 후폭풍, 그리고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관
련 발언으로 촉발된 노풍(老風), 그로 인한 민심의 또 한차례 반전, 이것은 정말 한국이 아니고서
는 볼 수 없는 소용돌이가 아닐 수 없다.

국내의 이러한 정치 풍향을 보면서 한국에 나와있는 외신기자들도 적잖게 놀라는 모양이다. 그들
이 송고하는 기사에 '다이내믹'이라는 형용사 표현이 가장 많이 들어간단다. 다이내믹하다는 것은
좋게 보면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한국, 그것은 정체되지 않고 발전
을 향한 모습이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언제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변화무쌍함 또한
응축하고 있다.

사실 한가지 사회적 이슈를 두고 국민들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그것도 극단적으로 예민한 반응
을 보이는 것은 일종의 '오버(over) 행위'다. 많은 국민들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는데도 탄
핵을 감행한 야권, 탄핵 이후 여당에 싹쓸이를 가져다 줄 듯한 민심의 쏠림, '노인 발언' 이후 하루
아침에 대거 표심을 거두는 국민들에게서 분명 오버 행위라고밖에 할 수 없는 소용돌이를 보는 것
이다.

문제는 오버 행위는 사안에 따라 쏠림을 만들어내는 한편 '시간이 약'이라는 결정적인 정서적 한
계 또한 가지고 있다. 사안의 경중보다 항상 늦게 터진 사건에 매몰되며 과거의 것은 곧잘 잊어버
린다. 탄핵에 그토록 분노하다가 노인 폄하 발언 뒤에 분노를 거두는 듯한 모습은 아무리 소용돌이
라 해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열린우리당에 몰표를 줄 듯 하다가 한나라당에 싹쓸이를 허용하는 형
국으로 돌변하는 그 변화무쌍함은 자못 희극적이다.

더구나 소용돌이 정치 속에서 이어지는 정서적 대응의 오버는 지금 이 시점에서 정작 무엇이 중요
한지를 놓치게 한다. 어느 사이엔가 넘었다고 생각했던 지역주의가 다시 슬며시 파고든다. 예전에
비해 많이 약화됐다지만 색깔론의 재등장도 소용돌이 정치의 후유증이다.

이제 내일이면 정치권이 국민의 심판을 받는 17대 총선 투표일이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심판하는
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가? 소용돌이 정치 속에서 이리저리 휩쓸리며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
지는 않았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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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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