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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 탄핵의 학습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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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래 작성일04-04-07 18:40 조회4,6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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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탄핵의 학습 효과
                              [김대래]  ** 부산경실련 집행위원/ 신라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국민들은 뜻하지 않은 공부거리를 제
공받고 있다. 탄핵 소추안에 대한 법률적 공방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헌법재판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게 됐다. 헌재 재판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서 결과의 추이를 놓고 토론하는 모습도 어렵
지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대통령의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와 같은 문제에 대해 늦긴 했지만 활발
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국민들은 법률적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 역사에 대한 공부거리도 만나고 있다. 탄
핵 사태 이후 거리로 몰려 나온 국민들, 이것은 탄핵 이전에는 거의 상상할 수 없었던 사태였다. 그
동안 국회에서 정치권이 어떻게 싸움질을 하든, 일부 국민들이 분노를 터뜨리는 일은 있었다. 하지
만 대개는 곧 없었던 것처럼 잊혔던 것이 보통이었다.

더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속마음은 어떨지 모르지만 싸움질을 하는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는 양비
론에서 쉽게 벗어나지 않았다. 언론 역시 거의 그러한 입장을 취했고 글을 쓰는 많은 지식인 또한
양쪽을 동시에 비판하는 오랜 습관에서 탈피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것이 탄핵 사태 이
후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 보이고 있다.

야당의 탄핵안 가결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들은 국민적 의사를 무시한 횡포라는 점에 분명하게 의
견이 집약되고 있다. 동시에 잘못에 대한 명백한 의사 표시도 서슴지 않는다. 국민적 공감대의 분
출은 또 국민 스스로를 놀라게 만들었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일반 대중이 언제나 역사 앞에 마음을 활짝 여는 것은 아니
다. 많은 시기의 경우 민심은 답답할 만큼 느리게 반응하고 수동적이기 조차하다. 그렇지만 역사
의 고비마다 흐름을 바로 잡고 또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것도 바로 국민들이다.

탄핵안 가결 이후 야당에 쏟아지는 분노의 핵심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으
로 요약된다. 적어도 보수를 표방한 정당들이 그러한 짓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수의 핵심은 그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중요하다고 합의한 가치를 잘 지켜내
고 그것을 위해 합리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힘을 모으는 것이 바로 보수가 가는 근본적인 길인 것이
다.

그에 비추어 볼 때 이번 탄핵 사태는 보수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 급진 또는 수구 세력들이 권력
을 바꾸거나 더 유지하기 위해 정권을 흔들려고 시도하는 일은 있어도 보수는 그같은 극단을 거부
했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의 보수는 바로 극단적인 방법으로 권력의 변화를 시도했다.

나아가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를 수놓은 색깔론과 지역감정 등에 의지했던 우리의 보수가 사실은
보수의 핵심에서 얼마나 동떨어져 있었는가도 다시 확인하게 됐다. 선거 때만 되면 보수의 깃발을
선점하고 상대를 급진으로 몰아붙여 재미를 봤다가 정작 자신들은 보수의 핵심을 잃어갔음을 분명
히 관찰하게 되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주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의 보수는 보수의 또 하나의 축인 민족주의를 오히려 배척
했다. 그것은 두 여중생의 죽음에서 촉발된 일련의 과정에서 분명히 국민들의 기억 속에 자리를 잡
았다.

'탄핵 정국'을 통한 국민들의 학습은 앞으로 정치권의 지형을 크게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이제까지 우리 정치사를 지배해온 수구에 대한 거부는 명백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번 탄
핵 정국을 겪으면서 국민들은 그동안 너무도 오랫동안 넘어보지 못했던 지역과 색깔의 벽을 넘어
서는 길을 뚫어놓을 것이다.

그에 맞추어 우리의 정치도 진정한 보수와 진보로의 방향을 모색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상식을 무
시한 정치권의 일탈을 바로 잡으려는 국민들의 분명한 의지에서 이젠 정치권이 학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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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25일자 국제신문에 실린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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