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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 정치개혁과 체감경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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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광수 작성일03-12-18 09:40 조회4,9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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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수 시론] 정치개혁과 체감경기 사이
 
                                                                - 조광수 [영산대 교수] - 


기왕에도 뒤숭숭한 연말이었지만 금년은 유난하다. 안팎으로 온통 난리다. 나라 바깥에서 불어오
는 바람은 차치하고 나라 안의 사정을 따져 보니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은 신용카드 문제고
다음이 지지부진한 정치개혁이다.

먼저 신용카드로 생긴 문제부터 정리해 보자. 나는 최근 한 달 사이에 대여섯 군데로부터 500만원
에서 1000만원의 급전을 융통할 수 없겠느냐는 부탁을 받았다. 하나같이 신용카드 돌려막기로 급
전을 운용해 오던 자영업 하는 지인들이었다. 이들은 비록 돌려막기를 해 오긴 했지만 신용이 불량
한 것도 아니고 재산이 없지도 않다. 단지 그동안 크지 않은 돈 때문에 남에게 궁색한 얘기를 하는
대신 비싼 고리대금 카드 서비스를 이용한 것일 뿐이다. 카드사들이 연 20%가 넘는 이자를 꼬박꼬
박 내던 고객들에게 사전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불쑥 한도를 축소하거나 없애버린 결과, 유동성 위
기를 맞았고 결국 별로 여유도 없어 보이는 나에게까지 급전 부탁을 하게 된 것이다.

1600만원 한도에 월 평균 400만원의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던 고객에게 돌려막기를 이유로 한 순간
‘한도 제로’를 만들어 버렸으니 돈의 흐름이 막히는 것은 당연하다. 한도를 양껏 늘려줄 때는 언제
고 회사 사정이 나빠졌다고 사전 상의도 없이 신용을 뺏어 가는 것은 또 무슨 이치인가. 부실한 카
드사와 안일한 정부 때문에 애매한 사람들이 이미 심하게 멍들어가고 있다. 죽게 된 사람도 살리
는 것이 정책이어야 하는데 멀쩡하게 산 사람도 죽게 만들고 있으니 이것도 정책이란 말인가. 연말
이 되어도 썰렁하기만 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다음 정치 개혁을 한답시고 연일 사람들 물고를 내는 모습도 우리를 심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물
론 남의 회사 돈을 1억원이든 100억원이든 뜯어내서 정치 자금으로 유용한 사람들은 혼이 나야 한
다.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는 그런 위인들은 공직에서 끌어내야 한다. 우리 사회 재관정(財官政) 엘
리트간의 오랜 카르텔 구조도 깨어져야 한다. 이른바 ‘구조적 부패’는 사라져야 한다. 더욱이 권력
형 부패는 종식돼야 한다. 하지만 쥐 잡는다고 독을 깨서는 안된다. 초가삼간 다 태우고 벼룩을 잡
은들 과연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는 것이겠는가.

대선은 작년의 일이었다. 언론도 역대 선거 중 가장 발전된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도 조
단위의 자금이 천억원대 단위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누구도 법정금액만큼만 쓴 선거였다고 믿
는 사람은 없었다. 문제는 많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진 선거였다는 데 의미를 찾으려 했
다. 그렇게 끝난 일이었다. 그러던 것이 정치권 내의 이합집산과 배신 과정에서 공격적인 상호 누
설과 어쭙잖은 양심선언이 이어지더니 급기야 탑차에 든 자금에다 대통령 측근 비리까지 드러나
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심정적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걸 재연해 보이니 참담하기 그지없
다. 이런 험한 꼴은 빨리 정리돼야 한다. 질질 끌며 동네방네 망신시켜 봐야 결국 하늘에 침 뱉기
일 뿐이다.

정치권 전체를 범법 집단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국민의 일반적인 정서인데 법과 정치 사이에서 ‘오
십보 백보’ 다툼을 하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연일 여야가 서로 ‘내가 덜 잘못했고 네가 더 잘못했다’
고 고자질하는 모습은 유치하다 못해 역겹다. 이회창 전 후보의 전격적인 몸 던지기와 노무현 대통
령의 빠른 응대가 해결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불씨만 지필지 지켜 볼 일이다.

2003년 연말은 유난히 심란하다. 길거리에서 경쾌한 캐럴송 한 대목 안 들린다. 느는 것은 생계형
창업인 김밥집과 분식집이고 그나마도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명품관은 명품관대로 이런 불황이
없었다며 한숨이다.

아래 위 할 것 없이 편안한 사람이 없는 것이다. 체감 경기는 이미 장기불황에 접어든 느낌이다. 여
기에다 내년에는 그래도 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까지 없다면 정말 난감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
似春)의 어둠이 다가오는 것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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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17일자 국제신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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