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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역사 거꾸로 돌리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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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석준 작성일04-08-29 12:06 조회4,7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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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젼] 역사 거꾸로 돌리는 중국
                                  ** 임석준 [부산경실련 정책기획위원, 동아대 교수] **

 
 
19세기 말 이홍장을 비롯한 청조의 양무파(洋務派) 대신들은 중국이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을 저지
하지 못한 이유를 대포와 군함 등 근대화된 무기를 소유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따
라서 이들은 낡은 정치체제를 유지한 채 첨단무기 도입을 통해 청조를 강화하려는 중체서용(中體
西用) 정책을 전개했다. 하지만 양무파의 개혁은 처참한 실패로 돌아갔다. 경제는 최첨단 무기를
도입한 미래지향적 체제였지만 정치적 사고는 낡은 군주제를 유지하려는 과거 지향적 정책에 머물
렀기 때문이다.

21세기 초 중국에서 비디오 가게를 발견하는 것은 마치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만큼 어렵다.
이유는 중국인들이 비디오테이프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차세대 매체인 DVD로 '시간 이동'을
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또 막대한 자금이 드는 전화선을 광활한 대지에 설치할 필요 없이 곧바로
차세대 이동통신을 도입했다.

이처럼 후발주자가 오히려 선발주자보다 더 좋은 기계나 사회적 제도를 받아들이는 현상을 '후발
의 이점(advantages of lateness)'이라 한다. 경제 발전에서 후발국은 선진국이 오랜 기간 축적
한 다양한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자신의 실정에 맞게 취사선택하는 이점이 있다. 때문에 늦게 출발
해도 앞선 자를 기술적 측면에서 따라잡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21세기 중국은 미래지향적 경제에 과거지향적 정치적 사고가 접목돼 있다는 점에서 19세기와 유사
하다. 19세기 '세계시간'이 민족국가에 맞춰져 있을 때 중국은 낡은 왕조체제를 유지하려 했다면
21세기는 세계화, 정보화, 민주화를 표준으로 삼고 있음에도 중국은 19~20세기에 유행한 민족국
가의 낡은 갑옷을 아직도 입고 있다.

현재 중국이 견지하는 낡은 정치관은 중국인에게 역사를 자기중심적 시각과 목적론적 발전사관에
서 보도록 만든다. 목적론적 발전사관은 중국이라는 국가를 연속적 시간을 통해 진화하는 운명적
이며 동질적인 존재로 파악하게끔 한다. 이러한 논리에 입각해 홍콩과 마카오의 반환, 그리고 언젠
가 있을 대만의 통일은 중국인에게 역사적 기록 바로잡기로 해석된다. 반면 티베트와 신장에서 일
고 있는 분리주의 운동은 역사 진보에 역행하는 장애물로 치부된다. 최근 동북3성을 대상으로 추
진되는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 또한 목적론적 사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2년부터 국책사업으로 실행중인 동북공정은 현재의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
국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다. 동북공정에 대한 우리 정부와 국민의 항의가 거세자 중국은 1948
년 이전의 한국사를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아예 삭제하는 해프닝까지 벌였다.

대만과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중국은 구태의연한 민족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
까지 대만을 통일한다는 목표 아래 대만해협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감행해 동북아 긴장의 수위
를 높이고 있다. 또한 아시안컵 기간 내내 중국 관중은 일본의 경기가 벌어지는 곳에서 '댜오위다
오(釣魚島)는 중국의 것' '일본은 아시아 인민에게 사죄하라'는 정치성 구호를 서슴지 않았다.

우리는 중국이 동북아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행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화
를 주도하는 선진 정보화 사회들이 상호 의존과 보편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시점에
중국이 구식(舊式) 민족주의를 고집한다면 동북아는 협력보다 분열의 방향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
이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뒤늦게 산업화의 대열에 뛰어들었다. 마르크스는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과 인물은 반복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요한 사건의 첫번째 등장은 비극, 두번째는 희극으
로 나타난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중체서용을 앞세운 19세기 중국의 개혁개방은 비극으로 귀결됐
다. 만약 현대 중국의 개혁개방이 세계사적 시간을 외면한다면 19세기 중국의 역사는 21세기에도
반복될 것이다. 이 때는 비극이 아닌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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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8.12 일자 국제신문에 실린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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