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세계화의 첨병, e스포츠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임석준 작성일04-07-31 15:39 조회5,586회 댓글0건본문
[월드비젼] 세계화의 첨병, e스포츠
** 임석준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 부산경실련 정책기획위원] **
저그, 프로토스, 테란. 이러한 단어는 모르더라도 누구나 TV 채널을 돌리다가 괴상한 종족끼리 싸
우는 게임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바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e스포츠의
한 종목인 '스타 크래프트'다. e스포츠는 'electronic sports'의 약자로 인터넷상에서의 스포츠를
지칭한다. 한국에서 시작된 e스포츠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축구 농구 야구 같은 프로 스포츠
에 버금가는 위치에 섰다.
기성세대는 e스포츠를 젊은이들의 일시적 유행 현상으로 가볍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시청률, 관
객 동원능력, 그리고 홍보성 등에서 현실 공간의 스포츠를 제압하기 때문이다. e스포츠 전문채널
인 온게임넷은 전체 87개 케이블TV 채널 중 부동의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e스포츠의 관객
동원능력 또한 탁월하다. 올해 초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치러진 경기에는 4만여명의 관중이 몰리기
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야구장에서 10대들이 자취를 감춘 원인은 e스포츠에 있다고 해도 과언
이 아니다.
이처럼 e스포츠가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기업들도 새로운 마케팅 시각에서
e스포츠에 접근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11개의 프로게임단이 활동중인데, e스포츠 구단은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 구단은 연평균 150억
~200억원 정도의 운영비를 쏟아 넣음에도 불구하고 관중 수익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와
는 대조적으로 e스포츠 팀의 1년 운영비는 10억~20억원이면 된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일반 스포
츠 마케팅과 달리 e스포츠는 타깃층이 10~20대 젊은이들로 명확하기 때문에 소비자 마케팅 측면
에서도 경제적이다. 더 나아가 프로게이머에 대한 젊은층의 지지는 여타 스포츠 스타와 비교가 안
될 정도이며 정상급 연예인 못지않다.
e스포츠는 한국 역사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산업이다. 1998년 초기 e스포츠는 PC방이 단골손
님 확보를 위해 개최한 게임대회에서 비롯됐다. 상금도 보잘것없어 PC방 대회에서 우승하면 시간
당 1500원 정도 하는 게임비를 면제받는 수준이었다. 기성세대 역시 e스포츠를 한낱 오락으로 치
부했다. 젊은이들이 앞 다투어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택할 때도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손가락질했
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오락'을 리그로 만들었고 e스포츠를 문화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제는
프로게임단뿐만 아니라 온게임넷, MBC게임, 게임 TV 같은 e스포츠를 전문으로 중계하는 방송국
마저 생겼다. 또한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게이머들이 등장하고 있다.
21세기 부산이 세계적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우리는 2005년 APEC 정상회의 유치에 심혈을 기
울였으며, 향후 경제자유구역에 다국적 물류기업을 유치하려 하고 있다. 이들 전략의 공통점이 있
다. 기존 패러다임에 얽매여 있기 때문에 엄청난 자본의 투자가 필요한 사업들이지만 이를 실행시
킬 참신한 콘텐츠가 없다는 점이다.
이와는 반대로 e스포츠는 성장과정에서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긴 했지만 한국이라는 나라가
e스포츠의 중심국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세계화는 우리가 주도하는 사업을 경쟁력의 근간
으로 삼아야지, 남들이 하는 멋져 보이는 사업에 뛰어 들어서는 경쟁력이 없다.
e스포츠를 통한 국제경쟁력 제고 방안의 한 예로 골프의 US 오픈, 브리티시 오픈처럼 e스포츠 대
회를 권위 있는 메이저급 대회로 만드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마침 오는 17일 광안리 해변에
서 'e스포츠와 함께 해변의 낭만을'이라는 테마로 치러지는 스타크래프트 결승전에는 수만명의 관
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월드컵 이후 수만명의 젊은층을 모을 수 있는 행사는 e스포츠밖에 없
다는 말처럼 e스포츠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코드로 자리 잡았다.
성공적인 APEC 정상회의 행사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부산시의 정책담당 관계자들께 잠시 일
을 멈추고 광안리 바다에 나가 젊은이들의 열정을 세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보라고 권한
다.
***************************************************************************************
2004. 7. 15. 일자 국제신문에 실린내용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