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인터넷 혁명과 교육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대래 작성일04-06-29 19:05 조회4,836회 댓글0건본문
[시론] 인터넷 혁명과 교육
** 김대래 [부산경실련 집행위원/ 신라대 국제통상학부]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는 인터넷이 지난 20일로 국내에서 상용화된 지 열돌을 맞았다. 10년 만에
이용자 3천만명 시대로 접어들었으니 성장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와 함께 인터넷은 오
프라인의 영역을 온라인 속으로 빠르게 흡수하면서 우리 사회 구석구석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
다.
인터넷은 이처럼 오늘날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가장 확실한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중에서
인터넷상의 인기검색어는 이제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상징적 지표로
등장했다. 얼마 전 인터넷 포털사이트 엠파스가 올 1월부터 5월 말까지 네티즌의 인기검색어를 조
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엠파스에 따르면 로또가 지난해에 이어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실직과 취업난 등으로 살기 어려워
진 세태가 검색어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르바이트, 취업 등과 같은 단어도
100위권 이내에 포진,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한 관심사임을 실감나게 했다. 사람 이름으로는 5위
에 랭크된 권상우가 앞 순위를 차지했다. 권상우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물론 그가 출연했던 영화들
이다. 그 중에서 '말죽거리 잔혹사'는 오늘날 40대 이상이면 누구나 한번쯤 옛날을 되돌아보게 만
드는 70년대적 분위기를 잘 묘사하고 있다.
군복 차림의 교련 교사, 파란 제복의 버스 차장, 양은 도시락, 선도부, 주황색 공중전화 그리고 이
소룡과 쌍절곤. 통제와 억압의 70년대를 고교라는 울타리를 통해 보여주는 이 영화는 곳곳에 자리
잡은 우리 사회의 폭력을 고발한다. 쌍절곤을 휘두르며 유리창을 부수면서 외치는 언어도 폭력과
교육이 구분되지 않는 제도화된 문화적 폭력에 대한 저항이다.
그로부터 25년여가 흘렀다. 소득이 늘어났다. 정치적 민주화도 겪었다. 외국물을 먹은 국민은 엄청
나게 늘어났다. 하지만 과거의 틀에서 우리의 학생들이 벗어났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등교시간의
중고교 앞을 보라. 코미디프로에서조차 코믹하게 다루어지는 선도부 학생이 요즘도 어깨에 힘을
주고 서 있다. 일반 학생은 무엇이 두려운지 잔뜩 움츠린 채 교문으로 들어선다. 똑같은 학생 사이
를 권력관계로 엮어놓는 일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율과 자유화의 의미로 벗겼던 교복을 거의 대부분의 학교가 다시 입혔다. 그와 함께 교복에 따라
오게 마련인 단속이 부활됐다. 머리카락의 길이는 그렇다 하더라도 신발과 양말의 색깔이며 모양
에 대한 그 '섬세한 규제'는 정말 당황스럽다. 일정한 날을 정해 일제히 동복과 하복을 입게 하는
것은 차라리 고통이다. 추위를 많이 타는 학생이 며칠 빨리 동복을 입으면 큰 탈이라도 나는 것인
가?
'통제를 위한 규제'가 오늘날 맞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공감한다. 그런데도 변화는 너무나
더디다. 그러던 차에 며칠 전 서울시교육청은 교사가 교단에 서거나 수업 후 나갈 때 '차렷' '경
례'라는 구령에 맞춰 목례를 하는 인사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신선한 변화다. 어찌 보면 너무나 간단하다. 인사 방법의 변경에 이렇게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한편으로 옛날 교복이 부활했던 것처럼 '차렷' '경례'의 구령
이 다시 도입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문제의 핵심은 다름이 아니다. 통제와 관리의 관점이
아니라 학생을 위한 교육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인사 방법 바꾸기 소식이 있은 직후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떠든다
는 이유로 교사가 학생의 입에 테이프를 붙이는 사건이 있었다. 모든 일에 왜 사연이 없겠는가? 그
러나 어떤 이유를 떠나 교육의 관점에서 이것은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
인터넷이란 정보화 혁명은 쌍방향 소통을 통해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최선의 기반이 될 것이라
는 분석에 이론은 거의 없다. 인터넷은 저만큼 가고 있는데, 우리의 교육문화는 아직 말죽거리를
맴돌고 있다.
***************************************************************************************
2004. 6. 22. 국제신문에 실린내용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