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서해안 시대와 부산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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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래 작성일04-05-27 11:38 조회4,611회 댓글0건본문
[시론] 서해안 시대와 부산의 과제
*** 김대래 [부산경실련 집행위원/ 신라대 국제통상학부] ***
중국정부가 경제 성장의 속도 조절에 나서자 불똥이 한국경제로 번지고 있다. 이같은 조치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 때문에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과 중동정세의 불안이 겹친 상황에서 막상 중국의 경기 진정책이 거론되니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충격이 적지 않다. 이와 함께 우리 경제의 취약성도 새삼 지적되고 있다.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우리 경제가 이제 중국의 작은 변화에도 얼마나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가를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에서 지나친 대외 의존도는 항상 따라다
니는 수식어다. 중국 이전에는 미국이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이었다. 당연히 미국 경제의 작은 변동
에도 우리 경제는 요동쳤다.
게다가 수입에서는 높은 수준의 일본 의존도를 여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전체 무역수지
가 흑자를 기록해 엄청난 규모의 대일 무역적자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일
본 의존에서 오는 부품 및 기계류의 대일 무역적자는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아닐 수 없다.
국가 전체적인 이같은 취약성에 더해 부산에서 바라보는 '중국 쇼크'는 또 다른 감회를 주기에 충
분하다. 말로만 듣던 '서해안 시대'가 현실화됐다는 실감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부산은 20세기를
전후한 세기적 전환기에 역사적 무대의 전면에 등장했다. 오늘날 유행하는 글로벌적 관점으로 해
석하면 조선에 대한 열강의 중심축이 서해안 시대(중국)에서 태평양 시대(일본 미국)로 이전되는
시기에 부산은 역사적 무대에 등장했던 셈이다.
또 부산의 시각에서 보면 당시는 인천을 제치고 한반도의 관문으로 등장하는 시기였다. 국내 전체
적으로는 부산을 통해 대륙으로 연결되는 경부축 중심의 발전 구도가 태동한 시기다. 2차대전 이
후 중국의 공산화와 함께 이같은 발전 구도는 더욱 강화됐다. 특히 항만과 관련된 부산의 위상은
확고부동하게 자리 잡았다.
1980년대 이래 쇠퇴의 길로 들어선 부산 경제는 최근 중국의 부상과 서해안 시대의 전개로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이제까지 부산이 누려왔던 지정학적 이점이 사라진다는 측면에서 매우 결정적
사건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100여년 전 부산항이 인천항을 앞지르기 시작했던 사건을 되돌려 놓
는 것에 버금간다.
이미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한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대규모 외자유치가 동북아 시대의 국가적 프로
젝트로 등장했다. 동남권의 중추산업으로 여겼던 자동차와 관련 부품 산업도 생산 입지를 경기도
에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완성차 업체는 경기도에 조립공장을 짓고 외국인 투자 부품공장
역시 경기도를 선호한다. 외국자본의 경우 중국 진출의 적지로 경기도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지배
적이다.
다음달 5일 실시되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20세기로
의 전환기에 등장해 성장 가도를 질주하다 지난 20여년간 내리막길로 치달았고 마침내 서해안 시
대라는 복병을 만나 휘청거리는 부산의 미래를 맡을 인물들이다. 그런데 지금 그 누구도 이러
한 '부산의 위기'를 진정으로 얘기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아무 생각없이 국가의 미래와 관련해 흔히 동북아 시대를 거론할 뿐이다. 그
러나 동북아 시대의 핵심에는 사실 서해안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동북아 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문제는 본질을 제대로 알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필
요한 것은 위기의 부산을 다시 일으켜 세울 비전과 식견을 실천에 옮길 지도력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의 선거전은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전락해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부산을 회생시
킬 비전과 전략 탐구가 선거 공약의 중심이어야 한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내는 특단의 대책도
수반돼야 함은 물론이다. 400만 시민들은 이번 시장 보궐선거가 부산 발전의 수단을 확보하는 계
기가 되도록 철저한 감시자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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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5. 18 국제신문에 실린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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