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현미경으로 읽는 경제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대래 작성일05-04-29 16:59 조회4,009회 댓글0건본문
[경제포럼] 현미경으로 읽는 경제
** 김대래 [부산경실련 집행위원 / 신라대 국제통상학부] **
사물을 크게 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까이 있는 것을 크게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
는 멀리 있는 것을 크게 보는 것이다. 앞의 경우 필요한 것이 현미경이고 뒤의 경우에는 망원경을
사용한다. 경제현상을 관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큰 것을 멀리서 바라보아야 제대로 보이는 것이
있는가 하면, 가까이서 세밀히 검토해야 올바로 파악되는 것들도 있다.
경제가 단순했던 시절에는 망원경을 많이 썼다. 경제성장과 물가, 국제수지, 고용 등이 주요 관심
사였고, 또 중요했다. 그러나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세상의 움직임이 복잡해지면 사정은 달라
진다. 수많은 작은 새로운 경제현상들이 생겨나고 이에 대한 해결이 필요해지면 가까이서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이른바 미시경제학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미시적 분석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그에
반해 선진국에서는 일상의 경제생활을 분석하는 미시적 분석이 오래 전부터 주목받고 있다. 심지
어 우리가 전통적으로 경제현상이라 생각하지 않는 사회현상에까지 미시적 분석을 하는 경우도 있
다.
출산과 인구는 오래 전부터 미시경제학적 분석의 대상이었다. 이에 따르면 아이를 얼마나 낳을 것
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소득으로 더 많이 놀러 다닐 것인지, 아니면 아이를 낳아
키울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한국처럼 사교육비가 엄청나게 들어가는 사회에서
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은 아주 많은 비용이 드는 고통스런 과정이다.
아이의 양육으로 인한 고통이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결국 아이 갖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
세계 최저 출산율의 근저에는 이런 경제적인 요인이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산
모 가운데 30세 이상 산모의 비율이 6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를 갖고 싶은 부부들이 아
기를 갖기까지 경제력을 축적하는 기간이 더욱 길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마약류의 복용으로 인한 범죄문제에도 미시적 분석은 많이 적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마약 범죄
를 줄이기 위해 마약의 유통을 단속하는 게 나은지, 아니면 마약의 위험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더 좋은지에 대해 많은 논쟁을 해오고 있다. 논쟁의 격렬함에 비해 결론은 절충적이며 상식
을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다. 마약이 나쁘다는 교육도 강화하고 단속도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다.
지난해 말 전격적으로 보건복지부가 담뱃값을 올린 것을 두고 정부와 담배제조회사 간에 벌이고
있는 논쟁도 미시적 분석의 좋은 사례다. 보건복지부는 담뱃값의 인상으로 흡연율이 상당히 줄어
들고 담뱃값 인상으로 금연을 결심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조사결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논리라면
앞으로 담뱃값을 더 올릴 필요가 있고, 또 그럴 의도를 보건복지부는 비치고 있다.
그에 반해 KT&G는 흡연율 하락이 정부의 발표보다 작았으며, 담배를 끊은 사람도 대부분 건강을
생각해서였다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논리에 따를 경우 흡연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담뱃값
을 올리는 것보다는 사람들에게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광고와 교육을 많이 해 스스로 금연을 하
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러한 공방 직후 담배 절도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보도가 뒤이어 나왔다. 갑당 500원 인상했던
지난해 4/4분기의 도난 규모는 앞 분기보다 118.4% 늘어났으며, 올 7월에 추가인상을 하겠다는 방
침이 발표됐던 올 1/4분기에는 1년 전보다 무려 6배 이상 증가하였다. 가격의 변화가 사회적 현상
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의 하나다.
어떤 정책에도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담배 가격을 올리면 담배를 끊는 사람이 늘어나고,
더욱이 청소년들의 흡연 접근 기회를 차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미시경제학적 분석의 확고한
결론이다.
담뱃값의 인상을 통해 접하게 된 생활 속의 미시 경제분석은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에서 빈번하게
우리 곁에 다가와 검증과 동의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
2004년 4월 13일자 국제신문에 실린내용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