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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부산발전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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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래 작성일05-03-29 14:29 조회4,4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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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럼] 부산발전과 문화

                                ** 김대래[부산경실련 집행위원/ 신라대 국제통상학과] **
 
 
2001년 9월 11일 오전 미국 뉴욕의 110층 쌍둥이빌딩이 자살 비행 테러에 의해 주저앉았다. 생중계
로 전해지는 붕괴장면을 보면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계무역센터가 바로
그 쌍둥이 빌딩에 있었다는 것도 그 때 많은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

바로 그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프리덤하우스'가 들어설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
리고 그 역사적인 건축물의 설계를 '7인의 해체주의자'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건축가 대
니얼 리베스킨트가 맡을 것이라는 소식이 있었다. 그런데 그 대니얼 리베스킨트가 서울 삼성동에
세워질 아이파크타워의 외관 설계자로서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에서 자신의 첫 작품이 될 아이파크타워의 설계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리베스킨트는 서울에
대한 인상을 다음과 같은 말로 요약했다. "서울은 긴장과 역동성이 느껴지는 도시입니다. 앞으로
세계 도시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가진 창의성과 독자성을 반영하는 건축을 시도해야 합
니다."

건축가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지만 여기에는 깊은 통찰과 비전이 제시되어 있다. 긴장과 역동성은
발전의 잠재력을 상징한다. 나아가 세계의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창의성과 독자성을 배
양할 수 있는 문화적 토대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건축가의 시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김해에서 서울로 가는 기내에 비치된 신문에서 읽은 리베스킨트의 이야기는 짧은 시간에 부산과
서울을 왕복하면서 두 도시를 공중에서나마 주의깊게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면서 부산에
관한 많은 단상과 비전들이 교차해 지나갔다. 리베스킨트 같은 사람이 부산에 왔다면 어떤 인상을
받았을 것인가 하고.

재작년부터 우리 대학에서는 부산학강좌를 열고 있다. 부산을 더 많이 알고 더 연구하여 부산의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는 문화적 소양을 기르기 위함이다. 강의의 한 부분을 담당하면서 마지막 시
험에서 '다른 지역에서 친구가 왔을 때 어떻게 하루를 같이 보낼 것인가'를 써보라는 문제를 내보
았다.

그런데 학생들의 답안지가 놀라웠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부산역으로 달려가 친구를 맞이해 남포
동 영화의 거리로 갔다. 그 뒤 일부 태종대로 가는 사람들 말고는 모두 광안대로를 거쳐 해운대로
나가 바다를 보고 생선회를 먹겠다고 했다. 그런 뒤 벡스코에서 전시물을 보고 부산대와 서면 그리
고 경성대 앞으로 가서 마무리를 했다.

이러한 학생들의 반응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학생들의 너무나 유사한 일정이다. 가고자 하는 곳이
거의 같았고 그것도 대부분 근년에 들어와 생긴 곳들이다. 그만큼 부산은 문화적 자산이 빈곤한 것
이다.

달리 얘기하면 부산은 그만큼 문화의 지체가 심한 도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370만 부산 시민들이 살고 있는 건물들을 돌아보자. 부산보다 작은 도시에도 참 아름답다고 느끼
는 건물들이 제법 보이는데, 부산에는 자세히 둘러보아도 잘 보이지 않는다. 어디 그뿐인가. 풀포
기 하나 없는 다세대주택들, 간선도로 큰 길 옆까지 솟아오르고 있는 고층아파트들이 시민들을 옥
죄고 있다. 게다가 그나마 도심에 산재해 있었던 제법 넓은 땅들도 예외없이 아파트가 점령해 가
고 있다.

앞으로는 살기 좋은 것이 도시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 한다. 살기 좋아야 사람들이 몰려들
고 사람들이 몰려들어야 도시가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올들어 부산에서는 '부산을 바꾸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바꾸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분명한 자기 진단이 있어야 한다.

상업주의와 이기주의에 짓이겨지는 도시, 그러한 것들이 그대로 용인되는 문화적 지체, 게다가 그
러한 상업주의를 배경으로 연결되어 있는 천민적인 이익구조에 대한 배척 없이는 도시를 바꿀 수
없다.

서울에 온 리베스킨트가 건축에 시민들의 창의성과 독자성을 담으라고 한 말의 함축성은 부산에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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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4일자 국제신문에 실린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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