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발전하려면 태평양 지향성 복원과 첨단산업 활성화 절실해”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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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학-거의 모든 부산’ 기획
김대래 신라대 명예교수


김대래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명예교수. 부산일보 DB 김대래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명예교수. 부산일보 DB

“부산이 발전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태평양 지향성의 복원과 첨단산업의 활성화가 그것이다.” 신라대 부산학센터가 출간한 480여 쪽의 <부산학-거의 모든 부산>(함향)을 기획한 김대래 신라대 명예교수의 말이다. 이 책은 21명의 부산 연구자들이 자연 인물 행정 경제 정치 문화 등 22개 주제를 공동 집필한 것이다. 김 명예교수와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유영명 교수가 공동 기획했다. 2015년 <부산학개론>, 2016년 <부산학>, 그리고 2018년 <부산학>(개정판)에서 주제와 집필자를 늘려 발전시킨 것이다. 다음은 이번 책에 전체를 총괄하는 서장 ‘변방에서 글로벌 도시로’란 글을 새로 쓴 김 명예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부산 전성기, 1960~1970년대 잠시

이후 중화학공업서 소외돼 위기

IT산업 수도권 밀집은 결정타 돼

경인축 발전에 인천에도 짓눌려


신공항·철도 등 기회로 삼아야





신라대 부산학센터가 출간한 480여 쪽의 <부산학-거의 모든 부산>. 함향 제공 신라대 부산학센터가 출간한 480여 쪽의 <부산학-거의 모든 부산>. 함향 제공

-부산의 전성기는 언제였는가?

“근현대를 통틀어 1960~1970년대가 부산의 전성기였다. 부산은 3차례의 인구 섞임 소용돌이를 치르면서 팽창했다. 1차 개항기, 2차 해방·한국전쟁기에 이어 3차로 이 시기에 부산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부산의 산중턱까지 판잣집이 빼곡히 들어선 것은 실제로 이때였다. 열악한 도시·주거 시설로 지옥 같았던 이 시기가 실상은 가장 활기 넘치던 부산의 전성기였다.”

-이후 부산은 어떻게 됐나?

“1973년부터 본격화된 정부의 중화학공업 추진에서 부산은 거의 소외됐다. 그 결과 1980년대 들어 성장이 둔화하면서 부산은 ‘위기’에 접어들었다. 기업과 사람들이 떠나면서 인구 추이에서 1989년은 전입보다 전출이 처음으로 커진, 이른바 ‘꺾어지기’ 시작한 대전환의 해였다.”

-부산이 그렇게 많이 쭈그러들었나?

“1972년 전국서 점하는 부산의 수출 비중은 29%였으나 현재는 2% 정도에 불과하다. 중화학공업을 놓친 이후 부산은 1980년대 후반 또다시 새로운 흐름을 놓쳐 쇠퇴가 가속화했다. 지식정보사회로 진입하면서 IT 첨단산업이 수도권에 밀집하면서 부산은 결정타를 맞았다. 2020년 한 해에만 부산에서 수도권으로의 순유출 인구가 무려 1만 3900여 명에 이르게 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1990년대 중국과의 수교로 서해안 시대가 본격 개막하면서 부산의 위상은 결국 인천에 짓눌리는 형편에 이른 것이다.”

한국경제 발전 축으로 ‘경부축’과 ‘경인축’이 있는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 경부축이 작동하면서 부산이 발전했으나 중국과의 수교 이후 경인축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부산은 경제 전략이 부재했으며, 민주화에 앞장섰으나 1990년 3당 합당 이후 정치적으로 보수화되고 1당 독주하면서 대안 마련에 소홀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단다.

-그렇다면 부산의 희망은 뭔가?

“항만 철도 신공항을 매개로 태평양 지향성을 복원해야 한다. 북극항로와 유라시아 철도망은 부산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는 남북 관계가 호전돼야 부산에 기회가 온다는 말이다. 배 비행기 철도가 합류하는 물류 거점이 되기 위해 24시간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신공항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민주화 이후 시장의 역할이 커지고 지식사회로 가면서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됐는데 이로 인해 첨단산업에서 부산이 소외돼버렸다. 태평양 지향성의 복원과 첨단산업의 활성화가 전제돼야 부산의 희망을 말할 수 있다.”

김 명예교수는 마지막으로 “지역 활력이 떨어질수록 사익을 추구하는 토호들이 활개친다”며 “도시 전체가 토호들의 네트워크 안에 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무엇보다 시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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