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부활, 결국 이웃과 함께하라는 큰 가르침”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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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인 최인석 목사는 부활절을 맞아 “고난 받는 이웃과 함께하는 것이 예수 부활의 진정한 의미”라고 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인 최인석 목사는 부활절을 맞아 “고난 받는 이웃과 함께하는 것이 예수 부활의 진정한 의미”라고 했다. 정대현 기자 jhyun@

17일 부활절에 앞서 ‘공단으로 간’ 로뎀나무교회 최인석(64) 목사를 만났다. 최 목사는 2005년 이후 17년간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작은 교회를 꾸리고 있다. 최 목사는 “장시간 노동으로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기계에 잘린 손가락을 보여주며 눈물짓고, 폐에 생긴 종양을 제거할 수술비가 없어 찾아오는 이주노동자들, 여전히 열악한 상황의 그들이 지금까지 저를 녹산공단에 붙잡아 두었다”고 했다.


이주노동자 위한 작은 교회 운영

부산NCC 회장 최인석 목사


“예수의 부활은 절망 깨는 소망”

차별·배제 넘어선 교회 역할 강조


-무엇이 부활인가.

“로마 식민지 갈릴리에서 예수께서 펼친 사랑과 정의와 평화 운동은 로마제국의 폭력에 의한 예수의 십자가 처형으로 저지되고 파괴되었다. 그러나 부활은 예수의 갈릴리 사역을 어떤 제국의 힘도 중단시킬 수 없음을 감동적으로 증언한다. 예수는 부활하신 뒤 맨 먼저 흑암과 절망의 땅 갈릴리로 가셨다. 부활은 절망을 깨는 소망이다. 죽음에 머물지 않고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소망을 우리에게 주신 것이다. 고난 받는 이웃과 함께하는 것이 예수 부활의 진정한 의미다.”


-예수는 왜 갈릴리에 가셨나.

“갈릴리는 고통의 상징이다. 그 고통을 짊어지기 위해, 그 고통을 깨기 위해 다시 가신 것이다. 그것이 하나님 사랑의 진정한 의미다. 부활하신 뒤 곧바로 고통의 땅 갈릴리로 달려가신 사랑의 주님은 오늘도 우리와 함께 살아 계신다. 예수께서 가신 갈릴리처럼 이주노동자들의 피땀이 어린 녹산공단이야말로 사랑과 정의, 평화가 필요한 곳이다.”


-로뎀나무교회라는 이름의 뜻은.

“로뎀나무는 사막의 관목으로 구약의 선지자 엘리야가 피신해 위로를 찾았던 나무다. 한국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위로의 쉼터와 피난처가 되었으면 하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왜 녹산공단으로 갔는가.

“저는 43세에 뒤늦게 목사가 됐다. 원래는 기계공학을 공부한 엔지니어였다(대학원까지 졸업했다고 한다). 사회에 진출한 한참 뒤 첨단 공학 지식을 갖고도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고 캄캄했다. 성경을 공부하면서 눈을 떴고 목회자 길로 들어섰다. 엔지니어로 공단에서 일하면서 직접 보아온 이주노동자들의 고된 현실이 저를 ‘공단의 목사’로 만들었다. 그들의 얼굴은 하루 12시간 이상을 노동하는 지친 삶 속에서 표정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그 무표정을 못 본체 할 수 없었다.”

최 목사는 현재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부산NCC) 회장과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의장을 맡고 있으며, 부산경실련 공동대표와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이사 등을 역임했다.


-사회단체 활동이 많은데.

“기독교는 두 개의 수레바퀴로 돌아간다. 뜻이 하늘에서 이뤄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뤄지기를 소망하는 신앙 공동체다. 즉 영적 과제와 세상의 과제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가 있다. 세상의 과제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보호와 관심이다. 정의와 평화를 위한 목회자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그는 부산대 77학번이다. 1979년 부마민주항쟁은 그의 인생 터닝 포인트가 됐다. 운동권은 아니었지만 시대적 암흑기에서 새로운 희망의 꽃을 피워내는 역사적 장면을 목도했다. 사람들이 역사를 변화시켰고, 그 변화한 역사가 그를 변화시켰다.


-교회에는 어떤 나라 출신들이 오나.

“베트남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의 사람들이 온다. 이슬람 신앙을 가진 이들도 교회에 한글 공부하러 온다. 저는 그들의 신앙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그들이 도움 받는 것 자체로 만족한다. 그들이 지금 당장 예수를 믿지 않더라도 하나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선교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실천이 어떤 씨앗이 될 수 있다. 도움을 받은 한 베트남 이주노동자는 귀국해서 저를 한 번 초청한 적이 있다. 그는 저를 ‘아버지’라 부른다. 그런 것이 좋다.” 그는 답답한 실정의 이주노동자 권익을 위해 노무사 공부를 ‘세게’ 한 적도 있다고 한다.


-더 하실 말씀은.

“교계가 보수적 신학을 바탕으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차별과 배제를 넘어섰으면 한다. 사회문제와 정치문제에 무관심한 듯하면서 실제로는 매우 정치적인 경우가 많지 않은가. 교회가 차별과 배제를 확대 재생산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기독교인에게 철저한 자기 성찰을 요구한다.” 그의 교회에는 그간 수천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왔다가 갔다고 한다. 그들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고 공존하는 것, 친구처럼 지내는 것이 로뎀나무교회의 지향점이라고 했다. 거기에 사랑과 부활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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